경남 함양군의 한 PC방 아르바이트 시급은 7000원이다. 올해 최저임금(시간당 8720원)보다 20% 적다. 5년째 이 PC방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개업 후 처음으로 지난 4월 시급을 최저임금 아래로 낮췄다. 매년 최저임금이 치솟아 월 인건비는 수십만원 늘었는데, 작년부터는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2019년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버티다 못해 어쩔 수 없이 최저임금법을 어기게 된 것이다.

김씨와 같은 이유로 범법자로 내몰린 지방 자영업자·소상공인이 문재인 정부 들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7년 이후에도 최저임금을 못 주는 업주가 감소세를 이어간 수도권과 대비되는 흐름이다.

30일 한국경제신문 의뢰로 배진한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전 한국노동경제학회장) 팀이 통계청 ‘지역별 고용조사’에 기반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17개 시·도 중 10곳의 지난해 말 최저임금 미만율(최저임금을 못 받는 근로자 비율)이 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말보다 높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10곳 모두 비(非)수도권 지역이었다.

대전이 2017년 10.7%에서 지난해 13.4%로 2.8%포인트 올라 상승폭이 가장 컸다. 제주(15.3%→17.9%)와 경남(12.4%→14.9%)이 그 뒤를 이었다. 미만율이 가장 높은 강원은 전체 임금 근로자의 5분의 1(19.0%)이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일했다. 반면 서울의 최저임금 미만율은 12.8%에서 11.3%로 하락했다. 경기(10.5%→10.4%)와 인천(14.0%→13.8%)도 낮아졌다.

지방은 산업 기반 훼손, 인구 유출 등으로 장기 불황을 겪던 와중에 코로나19까지 겹쳐 최저임금 이상의 시급을 주는 걸 포기하는 업주가 수도권보다 더 빨리 늘어나는 실정이다. 내년 최저임금도 대폭 인상(5.1%)이 확정돼 증가세가 더 심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양길성/장강호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