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대학 왜 다닐까 했는데 그게 나구나"…인하대생들 '부글부글'
“부실대학 왜 다닐까 했는데…그게 나구나”

18~19일 인하대학 홈페이지와 인터넷 모임 등에는 “학교는 다녀보지도 못하고 부실대학 학생 됐다”는 자조 섞인 한탄과 “정량지표 만점인데 정성평가에서 하위로 추락한 것은 교직원들의 무능”이라며 대학 측의 대책을 요구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교육부가 3년마다 실시하는 대학기본역량진단 평가에서 일반재정지원 미선정 대학으로 결정된 인하대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은 기사 댓글, 인터넷 카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개교 67년 만에 부실대학 꼬리표를 받았다"며 교육부와 대학 측에 항의하고 각종 청원에 나서는 등 행동에 나섰다.

대학 측도 지난 1~2주기(2015년, 2018년) 평가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무난히 통과했기 때문에 이번 미선정 발표에 당황해 하는 분위기다. 18일 오후 조명우 인하대 총장의 담화문이 발표됐으나 재학생들과 동문들의 원인파악과 확실한 이의제기 방안 공개 요구는 끊이지 않고 있다. 재학생들은 '인하대사태 학우 모임’을 결성하고 항의시위 등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교육부는 지난 17일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심의를 거쳐 ‘2021년 대학 기본역량 진단’ 잠정 결과를 각 대학에 통보했다. 일반대 161개교와 전문대 124개교 등 285개교를 대상으로 평가가 이뤄졌다. 전국에서 일반대 25곳과 전문대 27곳 등 52개교가 미선정됐다. 수도권에서는 인하대, 성신여대, 성공회대 등 11개 대학이 탈락했다. 교육부는 이의제기를 받아 검토를 거쳐 이달 안에 최종 확정해 발표한다.

최종 심의에서 탈락하면 3년간(2022~2024년) 해마다 수십억원의 국고 지원사업에서 제외된다. 학교당 연 평균 40여억원의 재정을 지원받지 못한다. 그러나 이번 미선정의 후폭풍은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모교에 대한 자존심 상처와 부실대학이라는 낙인이다. 예비 신입생들의 지원이 줄어들면서 충원에 악영향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하대생들은 18일부터 교육부, 한국교육개발원, 국민신문고, 인천시청 청원 등 각종 게시판과 민원코너에 진단결과 과정에 따른 정보공개를 신청하고 재진단을 위한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과 동문들에게 공동 대응도 촉구하고 있다.

재학생들은 이번 '대학 기본역량 진단 가결과'에 대한 책임소재를 파악해 대학 관계자들의 엄중한 처벌과 재발방지도 요구했다. 학생들은 재정지원 탈락 소식이 알려진지 하루가 지나도 대학 측의 사과문은 물론 공지조차 없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총장은 해결책을 찾고 있다는 입장문이라도 내라” “입 다물고 있는 게 총장이 해야할 일인가”라며 성토했다.

조명우 총장은 18일 오후 담화문을 발표해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결과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이번 평가의 불합리성에 대한 지적과 함께 강력하게 이의 제기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최종 결과와 관계없이 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개혁을 통해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계기를 만들기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덧붙였다.

일부 학생들은 총장의 담화문에 대해 “최상위권 취업률, 우즈베키스탄에 대학설립, BK21+ 수위권 규모의 사업에 선정 등 대학 자랑만 써놓았다”며 “좋은 학교인데 왜 떨어졌는지 모르겠다는 게 총장의 결론인가”라며 되받아쳤다.

재학생들은 커뮤니티 등을 통해 ‘인하대사태 학우 모임’을 결성하고 교육부 항의시위, 교내 현수막 부착, 항의집회 등 행동에 나설 분위기다. 학생들은 어떤 평가지표가 문제였고 이의제기를 하면 최종결과에서 뒤집을 수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들을 착수했다.

인하대는 이번 평가에서 졸업생 취업률, 학생충원율, 교육비 환원율(이상 정량평가)에서 만점을 받았으나 교육과정 및 운영개선에서 100점 만점에 67점, 구성원 참여·소통에서 72.3점을 받았다. 지난 2019년 2주기 평가에선 각각 92.77점과 100점을 받은 경우에 비해 점수가 급락했다.

수업평가 및 학생평가, 학생학습역량지원, 진로심리상담지원, 취·창업지원 등도 이전 평가에서는 90~95점대였지만 올해는 87.1~89.2점대로 내려앉았다. 여러 정량 지표가 만점임에도 하위권에 해당한다는 사실 자체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대학과 학생들의 주장이다. 18일 대학 캠퍼스에서 만난 인하대생 A씨는 "이달 안에 교육부에 이의제기를 하면 막판 부활 가능성도 있지만 부실대학 후보로 추락한 대학 이미지는 쉽게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아쉬워 했다.

인천=강준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