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운전을 할 수 없어서 ‘타다’를 정말 자주 이용했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서비스가 갑자기 사라졌는데 이 기업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나갈까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카메라를 들었죠.”

권명국 감독(블루 대표·사진)은 타다를 열심히 사용한 유저였다. 타다는 2019년 국내 정치권과 정보기술(IT)업계를 뜨겁게 달군 모빌리티 서비스다. 서비스 출범 후 급격히 성장했지만 ‘불법택시’ 논란 속에 이른바 ‘타다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운영사인 VCNC는 결국 가맹택시로 사업을 전환했다.

이런 과정을 권 감독이 필름으로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가 바로 ‘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이다. 국내에서 스타트업을 다룬 최초의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로 오는 14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수많은 모빌리티 서비스 중 왜 타다를 주인공으로 택했을까? 권 감독은 “타다는 당시 모빌리티 서비스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며 “이들이 겪은 어려움 자체가 하나의 ‘드라마’였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 극장에서 시사회를 연 권 감독을 만났다.

‘타다: 대한민국 스타트업의 초상’에는 VCNC를 이끄는 박재욱 대표를 비롯해 실제 타다 서비스를 기획·개발한 직원들이 출연한다. 이들이 서비스 중단을 놓고 내린 고민과 가맹택시·대리운전으로 새 출발하며 연 사내 회의, 실제 서비스 개발 과정 등을 생생히 담아냈다.

권 감독은 “이번 촬영에서 가장 어려웠던 일은 섭외”라고 꼽았다. 일면식도 없는 박 대표를 찾아가 영화에 출연해달라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박 대표가 한 달간 고민 끝에 출연하기로 결정하면서 영화 촬영이 시작됐다. 권 감독은 “6개월간 VCNC를 내 집처럼 드나들다 보니 대부분의 직원과 친해졌다”고 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VCNC와 그 이용자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렇기에 다소 편향적으로 보일 여지도 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개의치 않는다는 것이 권 감독의 설명이다.

“타다에 대해 다양한 논점을 다루는 것은 이미 수많은 뉴스 기사에서 보여줬습니다. 메시지를 던지기보다 스타트업 구성원이 겪는 고뇌와 고충을 더욱 자세히 그려보고 싶었어요. 저도 사업체를 운영하는 대표로서 많은 공감도 됐고요.”

이 영화는 권 감독의 첫 장편영화 데뷔 작품이다. 대학 졸업 이후 줄곧 상업용 영상 콘텐츠 제작 사업에 매진해온 그에겐 더욱 의미가 깊다. 당초 기획한 극 영화 시나리오가 있었지만 ‘타다금지법’ 사태 이후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권 감독은 “20대 시절엔 주변에서 알아주는 ‘영화광’이었고 늘 장편영화 데뷔를 꿈꿔왔다”며 “첫 계획과는 달라졌지만 지금이 아니면 스타트업 다큐를 제작할 수 없었기에 과감히 계획을 바꿨다”고 말했다.

권 감독을 만난 날은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가 VCNC 전격 인수를 발표한 날이기도 했다. 새 출발을 하게 된 타다는 과연 ‘해피엔딩’을 맞을 수 있을까. 그에게서 돌아온 답은 간단했다.

“어떤 길을 갈지는 누구도 모르죠. 시장은 냉정하니까요. 가능성은 열려 있으니 앞으로 그들의 행보를 지켜보겠습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