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분은 가족들이 받을 수 있도록 보장된 최소한의 유산 비율을 의미한다. 피상속인인 고인이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재산을 모두 물려주겠다”는 유언을 했다고 하더라도, 상속인이 유류분만큼은 꼭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배우자·부모·자녀 없이 사망 때, 특정인에 재산 몰아줄 수 있어
현행 민법상 배우자와 직계비속(자녀 등)은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을, 직계존속(부모 등)과 형제자매는 법정상속분의 3분의 1을 유류분으로 보장받고 있다. 법무부가 9일 입법예고한 민법 개정안은 이 중 형제자매의 유류분을 삭제하는 내용이다.

고인 의사 따라 상속 가능해져

예를 들어 배우자와 부모가 없고, 자녀 3명, 형제자매 2명이 있는 6억원의 재산을 가진 A씨가 별다른 유언 없이 사망한 경우 자녀 3명은 법정상속분에 따라 3분의 1씩 2억원의 재산을 받게 된다. 선순위 상속인인 자녀가 있기 때문에 형제자매는 받을 수 있는 유산이 없다. 만약 자녀 등 직계비속까지 없다면 후순위인 형제자매 2명이 재산을 같은 비율로 3억원씩 나눠 가질 수 있다.

재산을 특정인에게만 몰아주거나, 다른 비율로 나눠주겠다는 A씨의 유언이 있는 경우 상황이 복잡해진다. 이때는 가족들이 유류분만큼의 상속을 주장할 수 있다. 만약 자녀 3명이 상속인이라면 이들은 A씨의 뜻과 상관없이 법정상속분(각 3분의 1, 2억원)의 2분의 1인 1억원씩을 유류분으로 보장받게 된다. 배우자, 직계비속, 직계존속이 모두 없는 경우 형제자매 2명이 상속인이 된다. 이 경우 법정상속분(2분의 1, 3억원)의 3분의 1인 1억원이 반드시 받을 수 있는 유류분이다.

하지만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형제자매의 유류분을 삭제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A씨가 배우자·자녀·부모가 없다면 생전 의사에 따라 재산 6억원을 특정인에게 모두 물려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유류분 제도에는 한 가족의 재산을 가족 전체가 기여해 이룬 것이라는 ‘가산관념’이 반영됐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유류분 제도는 재산권을 침해하는 제도”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유류분 관련 다수의 위헌법률심판이 헌법재판소에 제청된 상태다. 1인 가구가 늘어나는 등 가족구조가 변화한 것도 유류분 제도를 바꾸게 된 배경 중 하나다.

유류분 완전폐지로 이어질까

법무부가 형제자매 유류분을 없애는 등 40여 년 만에 제도를 손보기로 한 만큼 그 파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현진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그동안 사이가 소원한 형제자매의 유류분을 둘러싼 갈등이 많았다”며 “독신 기업인의 경우 사망 시 유류분만큼의 지분이 형제자매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향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독신자의 재산 처분권을 확대하는 이번 개정안이 시행된 이후에는 형제자매가 아닌, 제3자에 대한 상속 등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김상훈 법무법인 가온 대표변호사는 “사후를 대비해 신탁 제도 등을 활용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법 개정 시도가 위헌 논란이 제기된 유류분 제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지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초 법무부는 직계존속의 유류분을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이번 개정안에서는 이 같은 내용이 빠졌다. 박민정 김앤장 변호사는 “이번 개정안 입법예고를 계기로 유류분 권리자의 범위, 유류분 비율 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류분

사망한 사람의 의사와 무관하게 상속인이 받을 수 있도록 보장된 최소한의 유산 비율. 배우자와 직계비속(자녀 등)의 유류분은 법정 상속분의 2분의 1, 직계존속(부모 등)과 형제자매의 유류분은 법정 상속분의 3분의 1이다.

최한종/최진석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