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철 동운아나텍 대표 "피 대신 침으로 재는 혈당측정기로 판 바꿀 것"
당뇨 환자에게 채혈은 일상이다. 하루에 적어도 한 번, 많으면 열 번씩 ‘피’를 봐야 한다. 매일 손가락을 바늘로 찌르다 보면 자연스레 색소 침착이 생긴다. 채혈 두려움을 호소하는 당뇨 환자도 한둘이 아니다.

반도체 설계 업체인 동운아나텍이 피가 아니라 침을 활용한 혈당측정기 개발에 나선 이유다. 김동철 동운아나텍 대표(사진)는 14일 기자와 만나 “탐색 임상시험에서 효과를 확인한 만큼 개발에 속도를 내 2023년까지 상용화할 계획”이라며 “피 뽑을 필요가 없는 타액 혈당측정기가 나오면 그 수요는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제품의 혈당 측정 방식은 이렇다. 우선 혀 밑에 의료용 솜을 끼운다. 1분간 침으로 적신 뒤 솜을 주사기에 넣어 침을 짜낸다. 이렇게 추출한 침방울을 스트립에 떨어뜨려 혈당을 잰다. 미국 나스닥시장 상장사 아이큐그룹 등 해외 기업들도 이 같은 방식을 시도했지만, 아직 임상 단계에 진입한 곳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침에 있는 당 성분이 혈액에 있는 것보다 50배 묽은 탓에 정확하게 감지하기 어려워서다.

동운아나텍은 정확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본업’인 반도체 기술을 활용했다. 휴대폰 카메라의 자동초점(오토포커스) 기능을 구현하는 ‘미세 전류 측정 기술’을 적용한 것. 삼성전자·화웨이·샤오미 휴대폰 카메라에는 이 기술을 적용한 반도체가 들어간다. 김 대표는 “당 성분이 스트립에 떨어질 때 발생하는 미세 전류를 정확하게 감지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했다.

을지대병원이 환자 114명을 대상으로 탐색 임상시험을 한 결과 이 제품의 혈당 오차 범위는 ±5㎎/dL로, 기존 혈액 기반 혈당측정기(±20㎎/dL)를 압도했다.

연속혈당측정기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것도 장점이다. 연속혈당측정기는 미세한 바늘이 부착된 센서를 1~2주간 피부에 붙여 혈당을 측정하는 제품이다. 채혈할 필요 없이 혈당을 실시간으로 잴 수 있지만 비싼 게 흠이다. 한 달에 40만원, 연간 500만원 정도 든다. 동운아나텍 제품의 스트립 가격은 개당 300~400원이다. 매일 10개씩 써도 1년에 110만~140만원이면 된다.

김 대표는 “내년 말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은 후 2023년부터 상용화할 계획”이라며 “연간 15조7000억원에 달하는 전 세계 혈당측정기 및 스트립 시장에 타액 기반 측정기로 도전장을 내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헬스케어의 패러다임이 ‘치료’에서 ‘예방·관리’로 옮겨가는 점을 감안해 타깃 고객을 전당뇨 환자와 일반으로 확대할 방침”이라며 “중국 유럽 미국 등 해외시장은 현지 기업에 기술수출하는 방식으로 간접 진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