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탁 /사진=한경DB
영탁 /사진=한경DB
가수 영탁(본명 박영탁)의 '음원 사재기' 불송치 결정과 관련해 이의신청서가 접수됐다. 영탁을 둘러싼 음원 사재기 의혹이 재점화 될 것으로 보인다.

한경닷컴 취재 결과 앞서 영탁과 그의 소속사 밀라그로 이재규 대표를 음원 사재기 혐의로 고발했던 A 씨는 지난 15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영탁에 대한 불송치결정 이의신청서를 서울경찰청에 제출했다.

A 씨는 이의신청서를 통해 영탁이 이 대표를 포함해 음원 순위 조작을 했던 공모자들과 함께 있는 단체대화방에 있었고, 다수의 음원 사이트 실행 화면 캡처 사진이 전송됐다는 점, 이 대표가 '영탁이도 작업하는 거 알어?'라는 물음에 '네'라고 대답하는 점 등의 정황을 봤을 때 "영탁이 음원 사재기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공모에 의한 범죄의 공동 실행은 실현행위를 하는 공모자에게 그 행위 결정을 강화하도록 협력하는 것으로도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며 "범행에 대한 독려, 조언, 범행 결의의 유지·강화 등의 행위를 통해 정신적·무형적 기여를 하는 경우에도 공모공동정범에 있어 본질적 기여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다"면서 영탁에 대한 재수사를 촉구했다.

앞서 경찰은 영탁과 이 대표를 음원 사재기(음악산업진흥에관한법률위반 등) 혐의로 입건해 수사를 진행했다.

이 대표는 2018년 10월 21일 발매된 영탁의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음원 순위와 영탁의 대중적인지도를 높이고, 음원 수익을 거두고자 스트리밍 수 조작이 가능한 마케팅 업자를 소개받고 3000만 원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예상했던 만큼 음원 순위가 오르지 않자 환불을 요구했고, 1500만 원을 돌려받은 후 2019년 10월 경 다시 부당이익금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소장 각하 명령을 받았다.

경찰 수사는 이후 고발장이 접수되면서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경찰은 음원 사재기 관련자들에 대한 압수수색, 소환 조사 등을 진행한 후 지난 1일 이 대표는 기소의견으로 검찰 송치했고, 영탁은 불송치 결정을 했다. 영탁은 수사 과정에서 꾸준하게 "음원 사재기를 인식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 송치 소식이 알려진 후 이 대표는 "무명가수의 곡을 많은 분들께 알리고자 하는 개인적인 욕심에 잠시 이성을 잃고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한 것"이라며 "오랜 무명 생활 끝에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능력만으로 주목받게 된 아티스트에게 누를 끼쳐 미안한 마음"이라면서 영탁과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후 공개된 단체 채팅방 대화록에서 영탁은 음원 사이트 화면을 본 후 음원 순위 차트를 캡처해 공유했고, TV조선 '미스터트롯' 예선전 참여 영상 조회수가 올라간 이미지가 공유된 후 '굽신굽신' 등의 이모티콘과 함께 '하이고ㅋㅋ'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음원 순위 조작 업자에게 "유튜브도 좀"이라며 '미스터트롯' 예선전 유튜브 영상 주소를 공유하기도 했다.

이에 영탁은 자신의 팬카페에 "저는 이미 수사기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고 이 건과 관련해 무혐의로 밝혀졌다"며 "보도된 카톡방은 대표님이 고용한 매니저와 방송 일정을 공유하기 위해 만들어진 카톡방이었기 때문에 올라온 글 중 방송 일정 외의 다른 내용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 "제 입장에서는 현장에서 뛰어야 할 매니저가 왜 모니터 사진을 보내는지 솔직히 한심한 생각이 들어 의미 없는 이모티콘을 보낸 것도 사실"이라며 "이것이 불법 스트리밍 작업이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