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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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채 이상 집을 보유한 서울시 공무원은 국·실장(3급) 이상 승진하기 어려워지고 주택 관련 업무도 맡을 수 없게 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청와대 수준으로 고위 공무원의 인사 검증을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리면서다.

경기도와 전주시에 이어 재직 공무원 1만명이 넘는 서울시까지 다주택자에 대한 승진 제한 조치를 도입하면서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고위공직자 도덕성 검증 강화

서울시는 내년 상반기부터 3급 이상 고위공직자에 대한 3단계 도덕성 검증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25일 발표했다. 1단계로 본인이 도덕성 검증 항목을 작성하면 2단계로 감사위원회가 증빙서류를 이용해 검증하고, 최종 인사위원회를 통해 소명 기회를 부여한 뒤 검증을 완료하는 방식이다.

검증항목은 주택 보유현황, 위장전입 여부, 고의적 세금체납 및 탈루 여부, 성범죄·음주운전 등 범죄경력 등이다. 검증 결과 이상이 있거나 서류를 허위로 작성하면 일반직 공무원은 3급 이상 승진에서 제외되고 개방형 공무원은 신규임용과 재임용이 제한된다.

특히 다주택 보유자는 원칙적으로 3급 이상 승진 대상에서 배제키로 했다. 주택 및 부동산과 직접 관련된 부서 업무의 경우 4급(과장)까지 다주택자 배제 원칙을 확대 적용한다.

다만, 전매제한·부모 봉양·자녀 실거주 등 투기 목적이 아닌 이유로 다주택자가 됐을 경우 인사위원회 소명 절차를 거친 뒤 예외를 인정하기로 했다.

이 같은 서울시의 인사 검증 강화 조치는 오 시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8월 오 시장 부임 이후 첫 산하기관장 내정자였던 김현아 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후보자가 부동산 4채 보유 논란으로 낙마한 이후 오 시장은 인사 검증 시스템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인사 검증은 수사‧조사 여부 등 비위사실에 대해서만 확인할 뿐이어서 주택보유 현황이나 도덕성을 심층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다"며 "청와대 수준으로 인사 검증 강도를 높이라는 시장 지시로 이 같은 규정을 마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공직사회 찬반 논란

지방자치단체 중 다주택자에 대해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조치는 서울시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7월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가 4급 이상 경기도 공무원에게 거주용 1주택을 제외한 나머지 주택을 처분하라고 권고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인사조치 하겠다고 발표했다. 실제 올 1월 상반기 인사에서 주택 허위 신고를 이유로 4급 서기관이 5급으로 강등됐고 5급 팀장급 인사는 경징계를 받았다.

전북 전주시도 인사관리 규정에 '2주택 이상 보유시 승진인사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내용을 명문화해 올해 1월 정기인사부터 적용했다. 이에 따라 실제 승진 인사에서 누락한 사례가 5명 가량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공직사회는 찬반논란이 일고 있다. 한 지자체 공무원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이후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한 만큼 고위공직자라면 시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도덕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찬성의 목소리를 냈다.

반면 다주택자를 범죄자 취급하는 것에 대해 불편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른 공무원은 "연금 혜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노후와 자녀를 위해 집 두채를 갖는 것이 범죄인가"라며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주택 소유를 제한하는 것은 개인의 재산권 침해"라고 했다.

일각에선 인사검증 시스템 자체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도 나온다. 가장 높은 인사검증 시스템을 갖췄다는 청와대조차 다주택자 논란에 휩싸여왔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2019년부터 노영민 당시 대통령비서실장 주도로 참모들에게 6개월 안에 한 채만 남기고 처분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이 과정에서 일부 참모진들은 교체됐지만 김의겸 전 대변인, 김기표 전 반부패비서관 등이 잇따라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져 사퇴하는 등 논란이 이어졌다.

하수정/윤상연/임동률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