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인건비 규제 피하자"…'꼼수' 딱 걸린 공공기관 노사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공공기관 노사가 기획재정부의 인건비 규제를 피하려 짬짜미 소송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추가 인건비를 받아내는 꼼수를 부린 정황이 드러났다. 임금 소송 패소로 인해 근로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금액은 형식적으로 인건비가 아닌 '예비비'에서 지출되기 때문에 기재부 통제를 받지 않는다는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
9일 공공기관 노조 등 관계자들에 따르면 기재부의 공공기관 예산 통제를 회피하기 위해 공공기관 노사가 벌인 '짬짜미 소송'이 다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기재부는 공공기관의 인건비 총액을 제한하고, 이를 넘긴 경우 경영평가에서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통제해 왔다.
이런 통제 방식은 공공기관 노사에 불어닥친 통상임금 소송 탓에 균열이 생겼다. 지난 2013년 대법원이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놓으면서 공공기관들도 대거 소송에 휘말리게 됐고 패소가 잇따랐다. 하지만 임금 소송 패소로 직원들에게 추가 지급하는 인건비는 '예비비'에서 지출됐다. 예비비는 형식적으로 '인건비' 항목이 아니라 기재부가 통제하지 않는다. 실제로는 인건비지만 인건비가 아니게 된 셈이다.
이후 공공기관 노사는 소송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기재부의 간섭 없이 추가 임금을 받아 왔다. 상식적으로 임금 소송에서 패소했다면 임금체계를 개편해 정기상여금 등을 기본급에 산입하는 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개편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환경부 산하의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임금 규정을 개정해 인건비 총액이 늘어나면 경영평가가 안좋게 나와 내년도 성과급이 깎이는 등 각종 불이익이 있다"며 "공공기관들도 이런 점을 잘 알기에 차라리 근로자들이 소송을 통해 돈을 받아가길 선호했다"고 꼬집었다.
노동계 관계자는 "정기상여금 등을 기본급에 포함시키면 인건비가 늘어나고 경영평가성과급도 늘어난다면서 기재부가 개편을 반대한 사례가 있다"고 주장했다. 경영평가성과급은 기본급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공공기관 등이 기재부 눈치만 보며 승산 없는 상소만 하는 바람에 지급할 금액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9월 대법원에서 100억원 규모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했다. 같은 달 1일 한국철도공사도 직원 4100여명이 320억원 규모로 제기한 통상임금 2심 소송에서 패소했다. 지난 7월에도 산업안전보건공단은 직원 1300여명이 제기한 27억 규모의 소송에서 패소했다. 올해 7월부터 9월까지 공공기관이 패소한 통상임금 소송액 규모만 확인된 것만으로도 600억이 넘는다. 이 금액이 사실상 기재부의 통제 없이 나가는 사실상 인건비다.
게다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연 이자는 12%다. 패소가 뻔한 소송을 대법원까지 상소하면서 금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공공기관들의 이런 꼼수에 웃지 못할 일도 발생했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 공단의 경우 각종 임금 및 수당을 추가로 받으려는 목적으로 3년 단위로 통상임금 소송이 제기되고 있다. 임금의 소멸시효가 3년이기 때문이다. 해당 공단 판결문에는 "정기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양측이 다투고 있지 않다"고 판시하고 있다. 노사 모두 승패를 알고 있는 뻔한 소송이라는 뜻이다.
상황을 뒤늦게 인지한 기재부는 9일 패소로 인한 임금 지출도 전부 인건비 항목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예산운용지침을 확정·발표했다. 기재부는 "그간 통상임금 소송에 따라 발생한 추가 임금은 기관별 총인건비 한도에 관계 없이 집행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일부 기관에선 적시에 보수 규정 및 임금 체계를 개편하지 않아 유사소송이 반복되는 부작용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렇게 되면 소송으로 인한 추가 임금 지급은 인건비 안에서 해결해야 해, 사실상 인건비 총액이 줄어들게 되고 경영평가성과에서 큰 불이익을 입게 된다. 공공기관 노조 등은 반대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기재부의 지침은 대법원 판결을 무력화하겠다는 것이고 임금체불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임금체계 개편을 차일피일 미룬 공공기관, 공공기관에 배정된 임금 총액은 알 바 아니라는 직원들, 제때 대응에 나서지 않은 정부가 만들어 낸 합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9일 공공기관 노조 등 관계자들에 따르면 기재부의 공공기관 예산 통제를 회피하기 위해 공공기관 노사가 벌인 '짬짜미 소송'이 다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기재부는 공공기관의 인건비 총액을 제한하고, 이를 넘긴 경우 경영평가에서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통제해 왔다.
이런 통제 방식은 공공기관 노사에 불어닥친 통상임금 소송 탓에 균열이 생겼다. 지난 2013년 대법원이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놓으면서 공공기관들도 대거 소송에 휘말리게 됐고 패소가 잇따랐다. 하지만 임금 소송 패소로 직원들에게 추가 지급하는 인건비는 '예비비'에서 지출됐다. 예비비는 형식적으로 '인건비' 항목이 아니라 기재부가 통제하지 않는다. 실제로는 인건비지만 인건비가 아니게 된 셈이다.
이후 공공기관 노사는 소송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기재부의 간섭 없이 추가 임금을 받아 왔다. 상식적으로 임금 소송에서 패소했다면 임금체계를 개편해 정기상여금 등을 기본급에 산입하는 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개편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환경부 산하의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임금 규정을 개정해 인건비 총액이 늘어나면 경영평가가 안좋게 나와 내년도 성과급이 깎이는 등 각종 불이익이 있다"며 "공공기관들도 이런 점을 잘 알기에 차라리 근로자들이 소송을 통해 돈을 받아가길 선호했다"고 꼬집었다.
노동계 관계자는 "정기상여금 등을 기본급에 포함시키면 인건비가 늘어나고 경영평가성과급도 늘어난다면서 기재부가 개편을 반대한 사례가 있다"고 주장했다. 경영평가성과급은 기본급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공공기관 등이 기재부 눈치만 보며 승산 없는 상소만 하는 바람에 지급할 금액만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난 9월 대법원에서 100억원 규모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했다. 같은 달 1일 한국철도공사도 직원 4100여명이 320억원 규모로 제기한 통상임금 2심 소송에서 패소했다. 지난 7월에도 산업안전보건공단은 직원 1300여명이 제기한 27억 규모의 소송에서 패소했다. 올해 7월부터 9월까지 공공기관이 패소한 통상임금 소송액 규모만 확인된 것만으로도 600억이 넘는다. 이 금액이 사실상 기재부의 통제 없이 나가는 사실상 인건비다.
게다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연 이자는 12%다. 패소가 뻔한 소송을 대법원까지 상소하면서 금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공공기관들의 이런 꼼수에 웃지 못할 일도 발생했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 공단의 경우 각종 임금 및 수당을 추가로 받으려는 목적으로 3년 단위로 통상임금 소송이 제기되고 있다. 임금의 소멸시효가 3년이기 때문이다. 해당 공단 판결문에는 "정기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양측이 다투고 있지 않다"고 판시하고 있다. 노사 모두 승패를 알고 있는 뻔한 소송이라는 뜻이다.
상황을 뒤늦게 인지한 기재부는 9일 패소로 인한 임금 지출도 전부 인건비 항목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예산운용지침을 확정·발표했다. 기재부는 "그간 통상임금 소송에 따라 발생한 추가 임금은 기관별 총인건비 한도에 관계 없이 집행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일부 기관에선 적시에 보수 규정 및 임금 체계를 개편하지 않아 유사소송이 반복되는 부작용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렇게 되면 소송으로 인한 추가 임금 지급은 인건비 안에서 해결해야 해, 사실상 인건비 총액이 줄어들게 되고 경영평가성과에서 큰 불이익을 입게 된다. 공공기관 노조 등은 반대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기재부의 지침은 대법원 판결을 무력화하겠다는 것이고 임금체불을 강요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임금체계 개편을 차일피일 미룬 공공기관, 공공기관에 배정된 임금 총액은 알 바 아니라는 직원들, 제때 대응에 나서지 않은 정부가 만들어 낸 합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