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해외공장 '인권침해'까지 처벌…"남녀·인종차별 걸면 다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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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정책기본법 연내 시행 … 기업들 '발등의 불'
기업, 중대재해법 대응도 어려운데 '인권 리스크' 부담까지
외국인근로자에 업무 할당량 강제·임금 체불땐 처벌 강화
유럽은 올해부터 줄줄이 시행…국내 수출中企 타격 우려
기업, 중대재해법 대응도 어려운데 '인권 리스크' 부담까지
외국인근로자에 업무 할당량 강제·임금 체불땐 처벌 강화
유럽은 올해부터 줄줄이 시행…국내 수출中企 타격 우려
인권정책기본법 시행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기업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분위기다. 사업장 내 인권 침해 예방과 피해자 보상 시스템 등의 구축을 서둘러야 하기 때문이다.
그간 산업계에서는 각각 2023년과 2024년 공급망 실사 의무화법(공급망 실사법) 시행에 들어가는 독일과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기업 정도만 인권경영 강화에 관심을 두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인권정책기본법 제정안이 국회로 넘어가면서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기업까지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법이 시행되면 기업들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사업현장에서 생기는 인권 침해 행위에도 책임을 질 공산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원재료 조달에서부터 운송, 가공, 판매에 이르는 공급망 전체가 법의 영향 아래 놓이게 되는 것이다.
2019년 SK이노베이션이 지분 투자한 페루 업체가 아마존 광구에서 가스를 추출해 해안으로 운송하는 과정에서 접촉이 금지된 원시 부족과 접촉했다는 현지 비정부기구(NGO)의 인권 침해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스웨덴 공적연기금 AP7은 이에 관한 보고서를 근거로 모회사인 SK㈜를 투자 대상에서 제외했다. 인권정책기본법 시행 후 이와 비슷한 일이 발생하면 한국 정부가 법적 제재를 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근로기준법,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외고법), 남녀고용평등법 등 현존하는 인권 관련 법의 처벌 수준이 인권정책기본법을 근거로 한층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부 지방 영농법인이 도입한 이주근로자들에게 하루 수확량을 할당하고, 이를 지키지 못하면 일당을 삭감하는 방식의 근로계약이 사례로 지목된다.
현재 외고법 위반 업체 10곳 중 9곳은 시정조치와 같은 약한 처벌을 받고 있다. 민창욱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인권정책기본법을 근거로 처벌 수위가 높은 별도의 인권 관련 법 제정이 추진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들은 기업에 인권 침해 예방 관련 실사 보고서 작성을 의무화하고, 위법 행위에 대해 금전적 제재를 가하는 방안 등을 공통적으로 다루고 있다. 네덜란드가 올해 시행에 들어간 ‘아동 노동 실사법’은 기업들에 아동 노동 근절 및 예방에 대한 성명서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의 제품 및 서비스가 아동 노동을 이용해 생산됐다는 고발장이 접수되면 반년 안에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매출의 10%를 과징금으로 내고, 책임자가 2년 이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내년부터 독일에서 시행되는 공급망 실사 의무화법은 ‘임직원 3000명 이상인 기업과 해당 기업의 1차 협력사는 인권 침해 방지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게 제대로 작동되는지 지속적으로 실사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위반한 기업에는 최대 800만유로(약 108억원) 또는 매출의 2%까지 과징금을 부과한다. 2024년엔 공급망 실사법이 EU 전역으로 확대된다. EU 회원국에 제품 및 서비스를 공급하는 기업까지 적용 대상으로 삼아 적잖은 국내 기업이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송재형 전국경제인연합회 ESG팀장은 “기업이 아무리 자원을 투입해도 인권 침해나 안전사고를 100% 막는다고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인권정책기본법과 EU의 공급망 실사법에 대비하는 곳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LG에너지솔루션 등 10대 그룹 계열사 정도다. 상당수 중소·중견기업은 이런 움직임이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진성/최진석 기자 jskim1028@hankyung.com
그간 산업계에서는 각각 2023년과 2024년 공급망 실사 의무화법(공급망 실사법) 시행에 들어가는 독일과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기업 정도만 인권경영 강화에 관심을 두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인권정책기본법 제정안이 국회로 넘어가면서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기업까지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인권법’ 이르면 상반기 국회 통과
지난해 말 국무회의를 통과한 인권정책기본법 제정안은 기업들에 인권을 침해하거나 제3자의 인권 침해에 관여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피해자에 대한 권리구제 수단도 준비해야 한다. 이 법은 이르면 상반기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법이 시행되면 기업들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사업현장에서 생기는 인권 침해 행위에도 책임을 질 공산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원재료 조달에서부터 운송, 가공, 판매에 이르는 공급망 전체가 법의 영향 아래 놓이게 되는 것이다.
2019년 SK이노베이션이 지분 투자한 페루 업체가 아마존 광구에서 가스를 추출해 해안으로 운송하는 과정에서 접촉이 금지된 원시 부족과 접촉했다는 현지 비정부기구(NGO)의 인권 침해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스웨덴 공적연기금 AP7은 이에 관한 보고서를 근거로 모회사인 SK㈜를 투자 대상에서 제외했다. 인권정책기본법 시행 후 이와 비슷한 일이 발생하면 한국 정부가 법적 제재를 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근로기준법,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외고법), 남녀고용평등법 등 현존하는 인권 관련 법의 처벌 수준이 인권정책기본법을 근거로 한층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부 지방 영농법인이 도입한 이주근로자들에게 하루 수확량을 할당하고, 이를 지키지 못하면 일당을 삭감하는 방식의 근로계약이 사례로 지목된다.
현재 외고법 위반 업체 10곳 중 9곳은 시정조치와 같은 약한 처벌을 받고 있다. 민창욱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는 “인권정책기본법을 근거로 처벌 수위가 높은 별도의 인권 관련 법 제정이 추진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럽 수출기업엔 이미 ‘현실’
인권정책기본법이 아니더라도 유럽 수출기업에 인권경영 강화는 이미 현실이 됐다. 관련 법안이 유럽 주요국에서 시행에 들어갔거나, 1~2년 내에 줄줄이 시행에 들어가기 때문이다.이들은 기업에 인권 침해 예방 관련 실사 보고서 작성을 의무화하고, 위법 행위에 대해 금전적 제재를 가하는 방안 등을 공통적으로 다루고 있다. 네덜란드가 올해 시행에 들어간 ‘아동 노동 실사법’은 기업들에 아동 노동 근절 및 예방에 대한 성명서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의 제품 및 서비스가 아동 노동을 이용해 생산됐다는 고발장이 접수되면 반년 안에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매출의 10%를 과징금으로 내고, 책임자가 2년 이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내년부터 독일에서 시행되는 공급망 실사 의무화법은 ‘임직원 3000명 이상인 기업과 해당 기업의 1차 협력사는 인권 침해 방지를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게 제대로 작동되는지 지속적으로 실사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위반한 기업에는 최대 800만유로(약 108억원) 또는 매출의 2%까지 과징금을 부과한다. 2024년엔 공급망 실사법이 EU 전역으로 확대된다. EU 회원국에 제품 및 서비스를 공급하는 기업까지 적용 대상으로 삼아 적잖은 국내 기업이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기업들 “100% 예방 무리”
기업들은 인권경영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강화라는 거대한 흐름의 일환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또 다른 리스크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법이 요구하는 체계를 갖춰놓더라도 언제, 어느 사업현장에서 인권 침해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송재형 전국경제인연합회 ESG팀장은 “기업이 아무리 자원을 투입해도 인권 침해나 안전사고를 100% 막는다고 장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인권정책기본법과 EU의 공급망 실사법에 대비하는 곳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LG에너지솔루션 등 10대 그룹 계열사 정도다. 상당수 중소·중견기업은 이런 움직임이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진성/최진석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