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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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삿돈 2215억원을 횡령한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모씨(45·사진)가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이씨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 “윗선 개입 없이 단독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그런 만큼 아직까지는 단독 범행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시가총액 2조원을 웃도는 코스닥시장 20위권 기업에서 직원 한 명이 거액을 빼돌렸다는 점에서 경찰은 이씨의 진술과 관계없이 윗선 지시와 회사 내 공범 여부에 대해 수사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경찰, 일단 단독 범행에 수사 초점

서울 강서경찰서는 14일 이씨에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업무상 횡령) 혐의를 적용해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넘겼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최근 경찰 조사에서 “개인적으로 금품을 취득하기 위해 단독으로 저지른 범행”이라고 진술했다. 앞서 이씨 측은 “사내 윗선이 범행을 지시해 횡령금으로 산 금괴 절반을 건넸다”고 주장했으나 검찰 송치를 앞두고 입장을 번복했다.

이씨는 오스템임플란트 재무관리 직원으로 일하며 회삿돈 총 2215억원을 빼돌려 개인 주식 투자 등에 쓴 혐의를 받고 있다. 주식 투자에서 손실을 본 이씨는 1㎏짜리 금괴 851개(680억원 상당)를 매입해 가족 주거지에 숨겼다. 75억원가량의 부동산을 부인과 처제 명의로 사들이기도 했다.

경찰은 이씨의 단독 범행에 무게를 싣고 있지만 추가 수사를 통해 윗선 지시, 공범 여부 등을 파악할 방침이다. 최규옥 회장과 엄태관 대표는 횡령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강서경찰서에 고발된 상태다.

이씨는 작년 10월 미수거래로 동진쎄미켐 주식 391만7431주를 사들인 뒤 회사에서 빼돌린 돈 1430억원으로 대금을 냈다. 매입한 지분은 동진쎄미켐 주식 중 7.6%였기 때문에 공시에 신상정보가 공개되기도 했다. 신분이 드러나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투자했다는 점에서 ‘윗선 지시’ 의혹이 제기됐다.

오스템임플란트의 부실한 회계관리 제도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스템임플란트의 재무제표를 보면 해외 계열사 32개, 국내 계열사 8개를 둔 회사임에도 본사가 일률적으로 모든 자금을 거래했다”며 “이렇게 재무 의사결정이 한쪽으로 쏠려 있는 구조는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최악 상황’ 피한 주주들

이모씨가 단독 범행이라고 진술하면서 주주들은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됐다. 최대주주가 연루됐을 경우 한국거래소가 ‘최대주주 변경’을 거래 재개 조건으로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범죄를 저지른 최대주주가 있는 상황에서 거래를 재개시키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최대주주 범죄 연루로 2년째 거래 정지 중인 신라젠이 대표적 사례다.

다만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거래소 상장 규정에 따르면 자기자본의 5% 이상 횡령·배임이 발생하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발생한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자기자본금의 108%에 해당하는 횡령이 발생했다. 거래소는 오는 24일까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결정한다. 실질심사 대상이 되면 거래소는 기업심사위원회를 열고 상장 유지, 상장 폐지, 개선 기간 부여 등을 심의한다.

증권업계는 오스템임플란트가 12개월의 개선 기간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개선 기간에 오스템임플란트는 거래소에 제출한 개선 계획을 이행하면서 상장 유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최예린/박의명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