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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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시행(1월 27일)이 임박한 가운데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안전·보건 관련 인력 채용에 나서면서 이들의 ‘몸값’이 치솟고 있다. 관련 자격증 수요가 급증해 안전 관련 자격시험 응시자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안전보건 관련 학과 출신의 취업률이 높아지면서 대학입학 전형에서 안전 관련 학과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자고 나면 몸값 오르는 안전 인력

"안전인력 연봉 1천만원 더"…중대재해법이 부른 '스카우트 전쟁'
중대재해법은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아 사업장에서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안전보건 확보 조치와 관련, 중대재해법 시행령 4조는 안전보건 업무를 총괄·관리하는 전담조직과 재해 예방을 위해 필요한 인력을 두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 밖에 유해·위험 요인 확인 및 개선·점검 의무도 있어 기업들의 관련 전문인력 수요는 점점 더 커질 전망이다.

건설사와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안전업무 관련 분야 경력직 채용시장은 그야말로 활황이다. 방위산업 분야 중견 A기업은 안전 분야 퇴직자 등 결원을 보충하기 위해 매년 5명가량을 채용해왔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관련 인력 25명을 뽑았고 올해는 35명 이상 채용할 방침이다. B건설사는 문재인 정부 들어 매년 안전 관련 인력을 두 자릿수로 채용해왔는데 올해 30명을 추가로 뽑는다. 또 계약직이던 안전 관련 인력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올해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기업들의 채용 러시를 연봉 인상과 경력 점프의 기회로 삼는 사례도 늘고 있다. 최근 외국계 제약회사에서 건설사로 이직하기 위해 면접까지 마친 한 근로자는 회사에 이직 사실을 통보했다. 회사가 해외 본사에 보고한 뒤 연봉 1000만원 인상을 제안하자 이직 계획을 접었다. 이 건설사 관계자는 “안전 분야 인력의 몸값이 급등하면서 근로자들도 절호의 기회로 여기는 것 같다”며 “10대 건설사가 아니라 ‘마이너 건설사’의 안전보건 인력을 빼오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이러다 보니 자금력이 부족한 중견기업은 난감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나타난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자격증 수요 급증…“안전 학과 인기”

안전 관련 직무는 전문성을 요하다 보니 다른 직무와 달리 채용 시 안전 분야 자격증이 필수인 경우가 많다. 국가 전문자격시험인 산업안전보건지도사는 중대재해법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자격증으로 소문나면서 최근 응시자가 급증하고 있다. 1차 시험 응시자는 2018년 868명에서 지난해 2394명으로 세 배 가까이로 늘었다. 안전보건 전문인력이 가장 많이 응시하는 기술자격시험인 산업안전기사는 2018년 응시자가 2만7018명이었는데 2020년엔 3만3732명을 기록해 2년 만에 6000명 이상 증가했다.

경력직 스카우트 대신 관련 학과 출신 신입을 뽑아 키우겠다는 기업이 늘면서 안전 관련 학과의 인기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한 대기업 채용 관계자는 “서울 주요 대학에는 안전 관련 학과가 없다”며 “안전 관련 분야는 일반직군보다 지방대 출신 비중이 상당히 높다”고 설명했다. 다른 대기업 채용 관계자도 “서류 전형에서 안전 관련 학과 출신이 출신 학교 문제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채점 기준을 바꿨다”고 말했다.

충북대 안전공학과는 2019년 61%에 그친 학과 취업률이 2020년 79.3%로 뛰었고 지난해에도 75.6%를 기록했다. 충북대의 최근 3년간 전체 평균 취업률은 57%대다. 인제대 보건안전공학과는 최근 공식 SNS에 “대통령과 고용노동부가 안전보건을 핵심 전략과제로 지정했다”며 적극 홍보에 나섰다. 고용부 산하 한국폴리텍대도 관련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해 학과 신설을 검토하는 등 발 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안전 분야 대학원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지난해 1학기부터 안전공학과 대학원 지원자가 눈에 띌 정도로 늘었다”며 “중대재해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의 반영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곽용희/공태윤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