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스누버' 개발자
규제 장벽 막혀 美서 창업도
올해 대한전자공학회장 취임
"AI·메타버스 産學硏 연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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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우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사진)는 국내 자율주행 연구의 ‘대부’로 불린다. 국내에서 자율주행을 가장 오래 연구한 학자이자 국내 최초로 일반 도로를 달린 자율주행차 ‘스누버’를 제작한 사람이 서 교수다.
인간을 운전에서 해방하는 기술을 연구하는 서 교수의 취미는 역설적이게도 ‘걷기’다. 매일 대중교통을 타고 낙성대역에 내려 연구실까지 40분을 걸어 출퇴근한다. 인간을 편하게 하는 기술과 별개로 몸을 움직이는 운동을 늘 빼먹지 않아야 한다는 게 그의 평소 철학이다.
자율주행 연구의 선구자로 불리는 그는 새로운 연구에 도전하고 있다. ‘오프로드’를 달리는 군용 자율주행차가 현재 그가 매진하고 있는 분야다. 서 교수는 “기존 자율주행과는 완전히 다른 분야라 어렵지만 흥미진진하다”고 했다. 이달 1일 대한전자공학회 회장에 취임한 서 교수를 최근 서울대에서 만났다.
서 교수가 연구 중인 군용 자율주행 기술은 수색용 무인차량 등에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도로에서만 운용하면 되는 기존 자율주행 기술과 달리 험지 운용, 전투 시 대응 등도 고려해야 하다 보니 해결할 과제가 많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서 교수는 “군 병력자원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군용 차량도 언젠가는 무인화가 필요하다”며 “요즘에는 자율주행 테스트를 도로가 아니라 벌판에서 진행해 조금 더 고생하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서 교수는 직접 자율주행 서비스 시장에 뛰어든 창업가이기도 하다. 2015년 제자들과 함께 스타트업 토르드라이브를 설립했고, 3년 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자율주행 택배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국의 높은 규제 장벽으로 투자자를 찾기 어려워 내린 결정이었다.
4년이 지난 한국의 사정은 조금 나아졌을까. 서 교수는 “관련 규제가 많이 사라지긴 했지만 아직도 ‘임시방편’에 그친 것들이 많아 자율주행이 본격화할 때 나타날 문제는 미지수”라며 “그럼에도 세종스마트시티와 해군기지 등에 토르드라이브가 개발한 자율주행 기술이 도입되는 등 성과를 내고 있어 무척 다행”이라고 했다.
‘빅테크’들의 격전지가 된 자율주행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앞서나가기 위한 방책은 무엇일까. 서 교수는 “산·학·연의 더욱 끈끈한 연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전자공학회장으로서 자율주행 분야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산·학·연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게 서 교수의 목표다.
서 교수는 “학회 차원에서 ‘AI위원회’를 만들어 국내 유수 기업들과 함께 연구할 수 있는 ‘플레이그라운드’를 조성할 것”이라며 “규제 당국인 정부까지 참여해 신기술 연구를 함께하는 ‘산·학·연·관’의 연계를 이뤄낼 것”이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