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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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설을 앞두고 24일부터 4000억원 한도로 지역 공공화폐인 ‘서울사랑상품권’ 판매에 나선 가운데 신한카드, 신한은행 등 특정 금융회사를 통해서만 구매할 수 있도록 결제 방식이 바뀌어 혼란이 빚어졌다. 상품권 결제 수단을 제한한 상황에서 서울시가 새롭게 마련한 결제앱은 한때 지연돼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신한카드 거쳐야 구매 가능

서울사랑상품권, 판매처 대폭 축소 '혼란'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부터 서울사랑상품권을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이 종전 16개에서 5개로 줄었다. 서울사랑상품권을 구매·이용하려면 △신한플레이(신한카드 앱) △신한 쏠(신한은행 앱) △티머니페이 △머니트리 △서울페이+ 5개 앱 중 하나를 새로 설치하고 가입해야 한다.

그동안 서울시 간편결제시스템 ‘제로페이’를 중심으로 이뤄졌던 현금 계좌이체 결제 방식도 바뀌었다. 계좌이체를 하려면 신한카드 오픈뱅킹 서비스에 반드시 가입해야 한다. 카드결제는 신한 신용·체크카드로만 가능하다. 다른 금융사의 신용·체크카드로는 결제할 수 없다.

이 같은 변화는 서울시가 서울사랑상품권 신규 판매 대행점으로 신한카드, 신한은행, 카카오페이, 티머니 등으로 구성된 ‘신한컨소시엄’을 지난달 선정한 데 따른 것이다.

서울사랑상품권을 사용할 때 등록해야 하는 플랫폼도 종전 16개에서 구매앱 5개를 포함해 카카오페이, 카카오톡 등 7개로 줄었다. 카카오페이, 카카오톡은 오는 5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다. 상품권 충전액을 넘어선 금액을 결제하려면 나머지는 신한카드로만 결제해야 한다.

상품권이 대량으로 풀린 날 이 같은 변화가 적용되자 서울 지역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종전의 결제 시스템을 바꾸는 과정에서 시민이 겪는 불편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는 등의 불만이 제기됐다. 서울시가 신한컨소시엄과 마련한 지역화폐 선불결제 앱 ‘서울페이+’는 접속이 지연되기도 했다.

◆재정 부담 낮췄지만 논란 커

서울사랑상품권 같은 지역사랑상품권은 지방자치단체장이 발행해 지역 내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상품권이다. 코로나19 이후 소상공인 매출 증진, 지역 경기 활성화, 소비 진작 대책으로 2020년 초 도입됐다.

이용자 사이에선 서울시가 구매 및 이용에 제한을 둔 것은 이런 서울사랑상품권 도입 취지에 어긋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측은 “상품권 발행 수수료를 낮추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용자는 서울사랑상품권을 10% 할인된 금액으로 구매하는데, 할인 금액은 국비와 시비로 지원된다. 서울시로선 상품권 발행 규모를 늘릴수록 재정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신한컨소시엄과 상품권 발행 수수료를 낮추는 형태로 계약해 연간 80억원 이상의 예산 절감 효과를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시가 금융사에 내는 서울사랑상품권 발행 수수료를 1.1%에서 약 0.6%로 낮춘 결과다. 금융사는 당장 수수료 수익이 많지 않아도 1000만 서울 시민을 잠재 고객으로 확보하는 이점이 있다. 서울사랑상품권 이용자는 130만 명 수준이다.

서울사랑상품권 발행 규모는 2020년 6510억원에서 지난해 1조436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 역시 발행 확대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최경주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시가 조(兆) 단위 금액이 오가는 지역사랑상품권 결제 수단을 특정 금융사로 국한한 것은 시민 편의성을 제한해 반발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