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대학교 캠퍼스 전경. 명지대 제공.
명지대학교 캠퍼스 전경. 명지대 제공.
명지대·명지전문대를 비롯해 명지초·중·고교 등을 운영하는 학교법인 명지학원의 회생절차가 중단됐다. 일각에선 명지학원이 파산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버타운 사업 한눈 팔다 휘청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 제18부(부장판사 안병욱)은 지난 8일 명지학원에 대해 회생절차 중단 결정을 내렸다. 법정에서 개최하기로 한 관계인집회도 취소했다. 법원은 “명지학원이 제출한 회생계획안이 관계인집회에서 심리되지 못해 회생절차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2020년 5월 SGI서울보증이 명지학원에 대한 회생신청을 하면서 회생절차가 개시됐다. 지난해 4월 기준으로 명지학원의 채무는 SGI서울보증 500억원, 세금 1100억원, 기타 700억원 등 2200억~23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명지학원의 위기는 실버타운 개발에서 시작됐다. 명지학원이 경기도 용인 명지대 캠퍼스 안에 지은 실버타운 ‘명지 엘펜하임’을 2004년 분양할 때, SGI서울보증은 분양자들에게 보증서를 끊어줬다. 이런 가운데 명지대가 당초 약속했던 골프장 건설 등을 이행하지 못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법조계에서는 명지학원이 결국 파산 수순에 돌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생절차 중단 결정이 공고되고 14일 이내에 SGI서울보증이 항고하지 않으면 회생절차 중단이 확정된다.

명지학원은 회생 신청뿐만 아니라 파산 신청도 당한 상태다. 지난해 법원에 접수된 파산 신청은 관련 절차가 잠정 중단됐다. 회생절차 중단이 확정되면 법원은 파산 신청 검토를 재개하게 된다.

명지학원 관계자는 “채무자인 명지학원에서 회생을 재신청할 예정이고 현재 교육부와 협의 중에 있다”고 했다. 하지만 법조계 관계자는 “이미 회생결정안이 폐지돼 회생안을 제출한다고 해도 다시 개시결정이 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파산 이뤄지면 학생 피해


명지학원 입장에선 파산을 면하기 위해 대학의 보유재산 정리를 검토할 수 있지만,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단국대가 1700억원의 부채로 대학이 파산 위기에 이르게 되자 한남동 캠퍼스를 매각한 사례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명지학원은 이 방법을 쓰는 게 불가능하다. 현행 사립학교법에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을 다른 회계에 전출하거나 대여할 수 없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단국대의 경우 대학의 부채여서 대학의 교육용 자산을 처분해 갚을 수 있었다”며 “명지학원은 법인의 부채인 만큼 학교의 자산을 매각한다고 해도 부채를 갚는 데 쓸 수 없다”고 설명했다. 기업이 학원을 인수하는 방법도 있지만,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의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매각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파산 절차가 이뤄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명지학원 학생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명지학원은 명지대와 명지전문대, 초·중·고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으로 학생 수만 3만여명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명지학원이 파산해 학교법인이 해산되면 각급 학교는 폐교 수순을 밟게 된다. 대학과 전문대가 폐교되면 학생들은 인근 학교에 편입 등으로 재배치가 이뤄진다. 교직원들은 실직할 공산도 크다. 초·중·고교의 경우 관할 교육청인 서울교육청에서 학생을 재배치하게 된다.

김남영/오현아/최세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