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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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성 착취물을 보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에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최근 법조계에 따르면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3부는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성착취물소지) 혐의로 기소된 20대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앞서 A씨는 지난 2021년 4월 인터넷 채팅 메신저를 통해 아동 성 착취물 링크를 받아 청소년 피해자 영상 등 156개의 파일을 보관했다.

재판부는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소지하는 것은 그 자체로 아동·청소년에 대한 심각한 피해를 야기하는 범죄이고, 범행의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피고인이 잘못을 반성하고 있고 영상을 유포하거나 반복적으로 시청했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 점 등 제반 양형 요소를 종합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그렇다면 음란물의 정의와 등급 분류제도와의 관계는 어떨까.

백세희 변호사(디케이엘 파트너스 법률사무소)가 영상물 등급위원회에 게재한 글에 따르면 제243조(음화반포 등)는 “음란한 문서, 도화, 필름 기타 물건을 반포, 판매 또는 임대하거나 공연히 전시 또는 상영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44조는 그러한 음란한 물건을 제조·소지·수입·수출한 자를 처벌한다고 정하고 있다.

백 변호사는 저서 '선녀와 인어공주가 변호사를 만난다면'을 통해 법이 우리의 일상과 얼마나 맞닿아 있는지를 소개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등에도 성 관련 영상물 또는 음란물과 관련된 처벌 규정이 있다. 이렇게 ‘음란물’은 실정법상 명백한 정의 규정이 따로 없는 채로 여러 법에 처벌 대상으로서 흩어져 있다.

대법원이 판단하는 '음란물' 정의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판례에 따른 판단기준은 존재한다.

개별 사건을 처리하면서 판결문에 공식적인 견해를 밝히는데 그 견해가 다른 사건에서 반복적으로 인용되면 그때부터는 대법원 판례가 하나의 ‘법리’로서 통용된다.

그렇다면 우리 법원은 무엇을 음란하다고 볼까?

“ ‘음란’이라 함은 사회 통념상 일반 일반인의 성욕을 자극하여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으로서, 표현물을 전체적으로 관찰·평가해 볼 때 단순히 저속하다거나 문란한 느낌을 준다는 정도를 넘어서서 존중·보호되어야 할 인격을 갖춘 존재인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에 의하여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으로서, 사회통념에 비추어 전적으로 또는 지배적으로 성적 흥미에만 호소하고 하등의 문학적·예술적·사상적·과학적·의학적·교육적 가치를 지니지 아니하는 것을 뜻한다고 볼 것이고, 표현물의 음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표현물 제작자의 주관적 의도가 아니라 그 사회의 평균인 입장에서 그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에 따라 객관적이고 규범적으로 평가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6도3558 판결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음란물유포등)])

믿기 어렵지만 단 한 문장이다.

백 변호사는 위의 내용을 요약해 우리 법원이 ① 전체적으로 보아 단순히 저속한 것 이상으로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것, ② 성적 흥미를 끄는 것만이 목적이고 하등의 다른 가치는 찾아보기 힘든 것을 ‘음란물’이라고 본다고 파악했다. 그리고 ③ 음란성의 판단기준은 ‘보통인’, 즉 사회 평균인이다. 이는 확립된 대법원의 판례로서 음란물과 관련한 거의 모든 사건의 판결문에 등장하는 표현이다.

판결로서는 오랫동안 명확하고 일관된 논지를 펼치고 있지만 실제로 예술가들이나 다른 평범한 사람들이 위 판례를 기준으로 쉽게 음란물인지 아닌지를 결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백 변호사는 "판례는 음란물이 '하등의 문학적·예술적·사상적·과학적·의학적·교육적 가치를 지니지 아니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사람에 따라서는 해당 표현물에서 어떤 예술적인 가치를 발견할지 모를 일이다"라며 "음란물과 관련한 형사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루지 않는 일반인들에게 대법원의 위 기준은 여전히 모호하게 느껴진다"고 지적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