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비 급하다더니…' 택배견 경태 계정 삭제 파문
택배견으로 불리며 사랑받아온 경태, 태희 계정이 삭제됐다.

택배기사 김 모 씨가 운영하던 '경태아부지' 인스타그램 계정은 지난달 31일 비공개로 전환된 뒤 게시물이 삭제됐다. 1일 현재 계정 자체가 검색되지 않고 있다.

경태가 국민강아지로 등극하게 된 것은 그가 택배를 배송하는 동안 차량에 강아지 혼자 있는 사진이 공유한 일이 계기가 됐다. 일각에서는 '동물 학대'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김 씨가 지난 2013년 비 오는 여름날 유기견을 발견하고 경태라고 이름 붙여 키워왔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김 씨가 2018년 택배기사 일을 시작한 후 경태가 심각한 분리불안 증세를 보이자 택배 차량에 태워 일을 다니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김 씨가 이런 사연을 인터넷에 올려 해명한 후 경태는 '택배견'으로 명성을 얻었고 SNS를 찾는 이들도 수십만에 달했다. 이후 태희라는 유기견을 또 입양해 택배견은 두 마리가 됐다.

김 씨는 자신이 운영하던 경태아부지 계정에 태희가 아프며 동물병원에 가야 한다며 '천원 릴레이' 후원 계좌를 공개했다. "경태까지 아프다", "누군가 차 사고를 내고 가버려 택배 일도 할 수 없다", "너무 힘들어 삶을 내려놓고 싶다"는 그의 절규에 많은 이들의 후원이 이어졌다.

예상보다 많은 후원금이 모이자 김 씨는 10분 만에 계좌를 닫고 기부금의 20%를 제외하고 기부할 것이며, 통장을 정리해서 명세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허가받지 않은 개인 후원의 경우 천만원 이상이 모일 경우 모든 금액을 돌려줘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면서 순차적으로 환불하겠다고 설명했지만 환불은 되지 않았다.

그러면서 경태희 이모티콘이 출시되었고, 동시에 경태희 굿즈 판매를 홍보하는 게시물을 올려 많은 호응을 받았다. 하지만 "체면이고 뭐고 애들부터 살려야겠다"면서 다시 후원 계좌를 공개했고 강아지 치료비라고 하기에는 너무 큰 금액을 요구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씨는 후원자들에게 개인적으로 DM을 보내 입금을 요구한 사실도 알려졌다.

네티즌들은 김 씨가 모금한 후원금에 대한 영수증이 한 장도 발행되지 않았고 지속적인 금전적 요구가 이어지는 점에 주목하며 횡령 의혹을 제기했다.

급기야 김 씨가 있는 오픈채팅방이 폭파되면서 인스타그램까지 삭제되었다.
'병원비 급하다더니…' 택배견 경태 계정 삭제 파문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