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따오수제맥주, 상표권 침해…소비자 혼동"
칭다오는 맥주 브랜드 ‘칭다오(TSINGTAO)’ 원산지로 유명한 중국 지명이다. 그렇다면 누군가 칭다오라는 지명을 넣어 비슷한 맥주 브랜드를 만들면 상표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까. 널리 알려진 지명은 상표권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에 일반적이라면 문제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칭다오의 경우엔 상표권을 인정한다는 판결이 최근 나와 주목받고 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허법원은 지난 1월 ‘칭다오’ 제조사인 칭다오브루어리컴퍼니가 ‘칭따오수제맥주’(사진) 판매사인 칭따오비어코리아를 상대로 낸 상표권 침해금지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사건은 칭따오비어코리아가 2019년부터 칭다오에서 맥주를 수입해 ‘칭따오수제맥주’라는 이름으로 판매하면서 시작됐다. 여러 소비자가 이 맥주를 칭다오브루어리컴퍼니가 만든 신제품으로 오해하고 구매하는 일이 이어졌다. 이에 칭다오브루어리컴퍼니는 2020년 6월 칭따오수제맥주 판매를 금지하고 칭따오비어코리아의 사명에서 ‘칭따오’를 말소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무법인 화우가 법률대리를 맡았다. 원고 측은 “칭따오수제맥주 표장을 확연하게 드러나도록 제품 전면에 부착한 것을 보면 산지 표기가 아니라 제품 출처를 보이기 위함임을 알 수 있다”며 “소비자들이 칭따오수제맥주를 우리 제품으로 오인·혼동한 사례도 많기 때문에 이 제품의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고 측은 “제품 외관이 달라 소비자가 혼동할 가능성이 없고, 칭다오가 지명인 이상 제품명에 ‘칭따오’를 붙이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맞섰다.

법정에선 유명 지명을 따서 만든 브랜드도 상표권이 있다고 볼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상표법 제90조는 일반 수요자에게 널리 알려진 지리적 명칭에 대해선 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명 지명은 특정인에게 독점적인 사용을 허락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법원은 칭다오 맥주에 대해선 다른 판단을 내렸다. ‘칭다오’ 하면 해당 맥주가 떠오를 만큼 브랜드의 출처식별력이 강하기 때문에 상표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칭다오 상품 표지가 널리 인식된 정도를 고려하면 제품의 용기 형상이나 표장, 색상 등에서의 차이만으로 소비자가 오인·혼동할 우려가 없다고 볼 순 없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에선 이번 판결로 유명 지명을 활용한 브랜드라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인다면 상표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판례가 추가됐다고 보고 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