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긴급생계지원 희망대출"…이런 문자 받아봤다면? [최예린의 사기꾼 피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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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긴급 생계지원 희망 대출 승인 안내] 귀하께서는 지속되는 코로나19로 인해 지원정책방안에 따라 긴급경정예산을 배정하여 시행되는 ‘코로나19 긴급생계지원 희망대출’ 상품 자금신청이 가능함을 알려드립니다”
이런 내용의 문자, 한번쯤 받아보신 적 있을 겁니다. 대출한도와 유의사항, 필요한 서류 등을 세세하게 열거하고, 제시된 번호로 전화하면 자동응답(ARS) 서비스까지 됩니다.
복잡한 금융용어도 그럴듯하게 섞여있죠. 중소벤처기업부 같은 중앙정부 부처나 기업은행, 국민은행 등 시중 은행에서 주관하는 대출 상품이라고 설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문자는 코로나 확산을 미끼로 내겁니다. 코로나로 소상공인 등 서민의 경제상황이 어려워지자 정부에서 지원이 나왔다는 그럴싸한 이유를 대는 거죠.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무이자, 무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건데요.
문자를 보내는 번호도 서울 지역번호인 ‘02’로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의심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메시지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면 ARS 서비스로 연결되고, 얼마 뒤 보이스피싱 일당에게서 연락이 돌아옵니다.
이들은 싼 이자에 대출을 해주려면 기존의 대출금을 먼저 상환해야 한다며 현금으로 수천만원을 내라고 요구합니다. 대출에 필요하니 특정 앱을 설치하라고 유도하기도 합니다. 대출심사에 필요하니 이 가짜 앱을 통해 개인정보 등 서류를 넘기라고 하는 거죠. 이렇게 넘긴 개인정보로 계좌의 돈을 빼가거나 대포통장 개설 등 다른 범죄에 활용하는 식입니다.
이미지 밑에는 ‘모바일로 신청하는 생계자금, 최대 1억원을 10년동안 사용하세요’라고 써놨습니다. 이미지를 올린 계정의 프로필 사진은 정부 공식 로고를 연상시키는 태극 무늬이고요.
뉴스에서 정부가 새롭게 내놓은 서민대출 지원책을 보도하는 화면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입니다. 이런 게시물을 접한 적이 있는 직장인 오모씨(27)는 “‘전국민 생계자금’이라고 써놓으니, 코로나19로 정부가 서민을 위해 새로운 지원책을 내놓은 줄 알았다”며 “이미지까지 방송 화면이랑 비슷하게 꾸며 실제 뉴스에 보도된 것으로 착각할 정도”라고 했습니다.
광고 게시물을 클릭하면 연결되는 페이지도 뉴스 기사로 착각하기 쉽게 구성됐습니다. 포털 사이트의 온라인 뉴스 기사 페이지를 모방한 건데요. 언론사 주요 뉴스 목록, 댓글까지 실제 언론사 페이지 형식을 그대로 베껴놨습니다.
이런 대출 광고는 ‘누구나 낮은 금리로 많은 액수를 빌릴 수 있다’고 홍보합니다. 광고에서는 ‘연 3.9%부터 적용되는 금리는 일반 대출보다 평균 17% 저렴하다’며 ‘일반적인 대출상품과 차별화되는 특별한 지원책’이라고 강조합니다.
마치 ‘생계자금’이라는 정부지원 대출 상품이 실제로 출시된 것처럼 설명하기도 하는데요. ‘비대면 생계자금은 지난 10일 출시된 이후 매일 1조원씩 팔려나가 오늘 현재 15조원을 넘어섰다’며 뉴스 기사처럼 설명하는 식입니다. 하지만 정부가 출시한 ‘전국민 생계자금’이라는 상품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서민의 생계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 상품에는 햇살론, 새희망홀씨, 징검다리론 등이 있는데요. 이 상품의 금리는 연 6~10%, 대출한도는 1500만~3000만원 수준입니다. 대출기간도 3~5년 이내이고요. 미끼성 광고처럼 3.9% 금리로 1억원을 10년 동안 빌려주는 정책 상품은 없습니다.
광고 안내에 따라 이름과 연락처를 남기면 대출업체에서 연락이 와 상담을 받게 됩니다. 직장 규모와 월소득, 신용등급 등에 따라 상담사가 대출상품을 안내해주는데요. 정부 정책 상품인 햇살론 등을 소개받을 수도 있지만, 본인 신용등급에 따라 2금융권 또는 대부업체 등으로 연결해주는 사례가 많습니다.
한 번 통화하면 수많은 대출 업체에 개인정보도 노출됩니다. 기자는 취재 과정에서 이 광고 번호로 대출을 문의했다가, 하루에 2~3통씩 대출 광고 전화를 받고 있습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이런 내용의 문자, 한번쯤 받아보신 적 있을 겁니다. 대출한도와 유의사항, 필요한 서류 등을 세세하게 열거하고, 제시된 번호로 전화하면 자동응답(ARS) 서비스까지 됩니다.
복잡한 금융용어도 그럴듯하게 섞여있죠. 중소벤처기업부 같은 중앙정부 부처나 기업은행, 국민은행 등 시중 은행에서 주관하는 대출 상품이라고 설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싸게 대출해줄테니 기존 대출 1500만원 먼저 갚아라"
사기입니다. 정부에서 새롭게 내놓은 서민대출 지원책처럼 보이지만, 모두 보이스피싱 일당이 보낸 피싱 문자입니다. 대다수 사람이 속아 넘어갈 정도로 피싱 메시지가 정교해진 건데요.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은행이나 정부기관이 문자로 대출상품을 안내하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며 “코로나 이후 이런 문자가 크게 늘어 사기 피해를 조심해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습니다.이런 문자는 코로나 확산을 미끼로 내겁니다. 코로나로 소상공인 등 서민의 경제상황이 어려워지자 정부에서 지원이 나왔다는 그럴싸한 이유를 대는 거죠.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무이자, 무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건데요.
문자를 보내는 번호도 서울 지역번호인 ‘02’로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의심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메시지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면 ARS 서비스로 연결되고, 얼마 뒤 보이스피싱 일당에게서 연락이 돌아옵니다.
이들은 싼 이자에 대출을 해주려면 기존의 대출금을 먼저 상환해야 한다며 현금으로 수천만원을 내라고 요구합니다. 대출에 필요하니 특정 앱을 설치하라고 유도하기도 합니다. 대출심사에 필요하니 이 가짜 앱을 통해 개인정보 등 서류를 넘기라고 하는 거죠. 이렇게 넘긴 개인정보로 계좌의 돈을 빼가거나 대포통장 개설 등 다른 범죄에 활용하는 식입니다.
○SNS서 정부 지원상품처럼 유인
뉴스 보도처럼 꾸민 미끼성 대출 광고도 있습니다. 위의 사례처럼 보이스피싱 사기는 아니지만, ‘연3.9% 낮은 금리로 10년 간 1억원을 빌릴 수 있다’며 사실과 다른 내용을 홍보합니다. 이 사진은 최근 인스타그램 등 SNS에 게재되는 민간업체의 대출상품 광고입니다. ‘10년 안에 갚으면 되는 전국민 생계자금’이라는 자막과 파란 배경, 왼쪽의 ‘9’라는 숫자까지, 방송사의 저녁 뉴스 보도 화면과 똑 닮았죠.이미지 밑에는 ‘모바일로 신청하는 생계자금, 최대 1억원을 10년동안 사용하세요’라고 써놨습니다. 이미지를 올린 계정의 프로필 사진은 정부 공식 로고를 연상시키는 태극 무늬이고요.
뉴스에서 정부가 새롭게 내놓은 서민대출 지원책을 보도하는 화면이라고 생각하기 십상입니다. 이런 게시물을 접한 적이 있는 직장인 오모씨(27)는 “‘전국민 생계자금’이라고 써놓으니, 코로나19로 정부가 서민을 위해 새로운 지원책을 내놓은 줄 알았다”며 “이미지까지 방송 화면이랑 비슷하게 꾸며 실제 뉴스에 보도된 것으로 착각할 정도”라고 했습니다.
광고 게시물을 클릭하면 연결되는 페이지도 뉴스 기사로 착각하기 쉽게 구성됐습니다. 포털 사이트의 온라인 뉴스 기사 페이지를 모방한 건데요. 언론사 주요 뉴스 목록, 댓글까지 실제 언론사 페이지 형식을 그대로 베껴놨습니다.
이런 대출 광고는 ‘누구나 낮은 금리로 많은 액수를 빌릴 수 있다’고 홍보합니다. 광고에서는 ‘연 3.9%부터 적용되는 금리는 일반 대출보다 평균 17% 저렴하다’며 ‘일반적인 대출상품과 차별화되는 특별한 지원책’이라고 강조합니다.
마치 ‘생계자금’이라는 정부지원 대출 상품이 실제로 출시된 것처럼 설명하기도 하는데요. ‘비대면 생계자금은 지난 10일 출시된 이후 매일 1조원씩 팔려나가 오늘 현재 15조원을 넘어섰다’며 뉴스 기사처럼 설명하는 식입니다. 하지만 정부가 출시한 ‘전국민 생계자금’이라는 상품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서민의 생계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 상품에는 햇살론, 새희망홀씨, 징검다리론 등이 있는데요. 이 상품의 금리는 연 6~10%, 대출한도는 1500만~3000만원 수준입니다. 대출기간도 3~5년 이내이고요. 미끼성 광고처럼 3.9% 금리로 1억원을 10년 동안 빌려주는 정책 상품은 없습니다.
광고 안내에 따라 이름과 연락처를 남기면 대출업체에서 연락이 와 상담을 받게 됩니다. 직장 규모와 월소득, 신용등급 등에 따라 상담사가 대출상품을 안내해주는데요. 정부 정책 상품인 햇살론 등을 소개받을 수도 있지만, 본인 신용등급에 따라 2금융권 또는 대부업체 등으로 연결해주는 사례가 많습니다.
한 번 통화하면 수많은 대출 업체에 개인정보도 노출됩니다. 기자는 취재 과정에서 이 광고 번호로 대출을 문의했다가, 하루에 2~3통씩 대출 광고 전화를 받고 있습니다.
사기공화국. 한국을 지칭하는 부끄러운 이름 중 하나입니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일어나는 범죄는 절도지만, 한국은 다릅니다. 법무연수원의 범죄백서에 따르면 2019년 한국에서 일어난 형법범죄 중 사기가 30.1%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절도(18.0%), 폭행(15.5%)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입니다. 2019년에만 31만3593건, 매일 859건씩 벌어진 꼴이죠.
'사기꾼 피하기'는 사기 범죄가 넘치는 한국 사회에서 피해자들이 어떤 과정으로 사기 피해를 입는지, 나날이 진화하는 새로운 사기 수법은 무엇인지,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주의할 점은 무엇인지 등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격주 토요일 연재합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