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 보장되면 일 잘 할줄 알았는데…" 반전 결과 나왔다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일과 여가, 일과 가정의 균형을 나타내는 '워라밸'이 보장될수록 '직무 만족도'가 높아진다는 기존 상식이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과 여가의 균형이 높아질수록 직무만족도는 오히려 떨어졌고, 일과 가정의 균형은 직무 만족도와 상관관계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런 변화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어느정도 기여를 했다는 분석이다.

이윤수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와 연구진은 지난 1월 한국인력개발학회가 발간하는 'HRD 연구'에 내놓은 「밀레니얼 세대의 일과 삶의 균형과 직무 만족」이라는 연구논문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직원들의 '워라밸'을 보장해주면 생산성이 자동으로 향상된다는 기업의 경영상 편견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나만의' 여가시간 누리다 보니 '함께하는' 업무는 싫어져"

연구진은 사무직에 종사하는 밀레니얼 세대 263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 결과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일과 삶의 균형을 △일과 가족의 균형 △일과 여가의 균형 △일과 성장의 균형이라는 세 가지 항목으고 구분하고, 각 항목과 '직무 만족'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각각 살펴봤다. '일과 가정의 균형'이란 직장과 가정 내 역할 갈등 없이 적절히 시간과 에너지가 배분되는 상황을 말하며, '일과 여가의 균형'은 직장 생활과 여가 활동 간 시간 및 에너지의 균형을 의미한다. '일-성장 균형'이란 직원이 성장을 위한 교육 및 자기 계발 활동에 시간과 관심을 적절하게 분배하는 것을 말한다.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 상태는 29문항으로 구성된 기존 측정 도구를 사용했고, 직무 만족도는 '내 일에서 진정한 즐거움을 느끼는가' 등의 4문항을 5점 척도로 구분해 평균을 내는 방식으로 조사했다. 조사 대상은 결혼 여부와 재택 여부에 따라서도 구분됐다.

예상과 달리 일-여가 균형이 높아질수록 직무만족도는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가 늘었고, 개인적인 여가 활동 시간은 오히려 증가하면서 일-여가 균형도는 높아졌음에도, 기존 상식과 다르게 직무에 대한 만족도는 떨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결과 해석에 조심스럽다"면서도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는 밀레니얼 세대의 여가 활동이 개인적인 건강관리나 문화생활, 놀이로 집중되면서, 타인과 함께하는 일에 대한 만족이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재택근무를 하지 않는 미혼자와 재택근무를 하는 기혼자들이 일-여가 균형이 높을수록 직무만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택근무를 하지 않는 미혼자는 회사에서 선후배들과 부딪히는 일과 자신의 여가를 직접 비교하게 되면서 더욱 만족도가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연구진은 "밀레니얼 세대가 개인의 여가를 직무와 철저히 분리하는 성향이 강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조직(회사)은 직원들이 코로나 블루를 극복할 수 있는 여가 활동 프로그램을 제공해 조직원 간 관계 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재택근무로 일과 가정 경계 모호

일-가정 균형은 직무 만족과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미혼자는 일-가족 균형이 높아질수록 되레 직무만족이 떨어졌다. 다만 기혼자의 경우 일-가족 균형이 높아지면 직무만족이 높아지는 경향을 띠었다. 일반적으로 일-가정 균형은 높아질수록 직무만족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재택근무가 확산한 게 일-가족 균형과 직무 만족도와의 관계를 흐트러뜨렸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일과 가정의 물리적인 경계가 모호해졌고 역할의 변별력이 약화됐다"며 "가정에서 업무와 가사를 병행하는 직원일수록 일과 가정이 명확하게 구분된 상황보다 일-가정 균형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반면 '일과 성장'의 균형 확보와 직무 만족도는 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로 인해 조직 내 역할이 작아지거나, 비자발적 직무 순환을 경험할수록 직무만족이 낮을 수밖에 없고 조직원의 성장감을 떨어뜨린다. 결국 자기 계발을 통해 성장감을 유지한 직원들은 직무에 대한 애착과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조직은 구성원에게 재택근무 등의 상황에서도 적절한 통제와 자율을 부여해야 하고, 업무 분장이나 업무수행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온라인 교육과 HRD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개입이 요청된다"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