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그 대단했던 고교생 논문 저자 70%는 대학 가니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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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영·강동현씨 보고서 발표
해외 논문 쓴 고교생 980명
67%는 대입용 1회 연구가 끝
해외 논문 쓴 고교생 980명
67%는 대입용 1회 연구가 끝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아들의 논문 실적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고등학생들이 제출한 논문 상당 수가 대학입시를 위한 '1회성 논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001년부터 2021년 사이에 국내 213개 고등학교 소속으로 작성된 해외 논문을 전수 조사한 결과, 작성된 논문 수는 총 558건, 학생 저자 수는 980명에 달했다. 해외 학술 데이터베이스인 마이크로소트프 아카데믹 그래프(MAG)에 등록된 논문 2억7000건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다.
이들 중 67%는 고교시절 논문 한 편만을 작성한 뒤 추가적인 연구 이력 전혀 없었다. 강태영씨는 “만약 특출난 학생들만 논문을 작성한다면 그 수가 많지 않아야 하고, 이런 극소수의 천재들이라면 대학 진학 이후에도 계속 학술 연구활동을 할 확률이 높다”며 "대부분의 학생 저자들이 단발성 논문만을 작성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고교시절 작성한 논문을 대입에 이용할 수 없게 되면서 전체적인 논문 건수도 감소하고 있다. 2014년부터는 학생생활기록부에 논문 작성 이력을 기재할 수 없다. 2010년 37건, 2014년 46건으로 고교생 논문 편수는 꾸준히 증가했지만, 2015년부터 급격히 감소해 2019년에는 33건까지 줄었다. 이런 추세는 자율고, 외고, 일반고가 이끌었다. 반면 영재고는 2014년 정책 변화 이후에도 논문 작성량이 일정 수준을 유지했다.
강씨는 “논문 작성이 대입을 위한 전략 수단이 아니라 청소년 시기부터 진지한 탐구활동이라면 입시 정책의 변화에 따라 큰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는 배우지 않지만 최근 유행하거나 입시에 유리할 수 있는 컴퓨터공학, 의학 분야의 논문을 많이 작성했다. 자율고·외국어고·일반고 학생들이 가장 많이 논문을 쓴 분야는 컴퓨터공학 분야로 27.4%에 달했다. 화학, 생물학, 물리학 등 일반 교육과정 분야에서 작성된 논문 숫자를 크게 웃돈다. 의학 분야 논문도 13.6%로 4위를 차지했다. 반면 영재학교와 과학고는 화학, 재료과학, 생물학 논문이 가장 많았다.
논문 공저자 네트워크를 분석해 연구 부정 가능성이 높은 논문도 찾아냈다. 대학 소속 연구자를 중심으로 소수의 고등학생이 논문 작성에 참여하는 경우, 연구 부정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10년대 후반에 작성된 한 의학 논문은 외고에 재학 중인 고등학생 한 명을 제외하면 모든 저자가 석박사 학위를 소지한 의사들이다. 강씨 연구팀이 추적한 결과 이 외고생이 이후에 작성한 논문은 하나도 없었다. 강씨는 "탁월한 일부 학생들이 고교 시절 출중한 연구를 해서 해외 학술지에 투고하는 경우도 있고, 모든 경우를 조작이나 대필이라고 하긴 어렵다"면서도 "해외에 논문을 투고한 학생 수가 지나치게 많고, 고교 시절 첫 논문을 작성한 후 학술 활동이 전무하고, 이공계 중등교육 핵심 과정인 자연과학 분야를 벗어난 논문의 비중이 지나치게 많다면 충분히 의심해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참고
강태영, 강동현 '논문을 쓰는 고등학생들에 대해 알아봅시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생기부에 논문 못 쓰자 작성 급감
18일 카이스트 경영공학 석사 강태영씨, 시카고대 사회학 박사과정 강동현씨는 '논문을 쓰는 고등학생들에 대해 알아봅시다'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2001년부터 2021년 사이에 국내 213개 고등학교 소속으로 작성된 해외 논문을 전수 조사한 결과, 작성된 논문 수는 총 558건, 학생 저자 수는 980명에 달했다. 해외 학술 데이터베이스인 마이크로소트프 아카데믹 그래프(MAG)에 등록된 논문 2억7000건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다.
이들 중 67%는 고교시절 논문 한 편만을 작성한 뒤 추가적인 연구 이력 전혀 없었다. 강태영씨는 “만약 특출난 학생들만 논문을 작성한다면 그 수가 많지 않아야 하고, 이런 극소수의 천재들이라면 대학 진학 이후에도 계속 학술 연구활동을 할 확률이 높다”며 "대부분의 학생 저자들이 단발성 논문만을 작성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고교시절 작성한 논문을 대입에 이용할 수 없게 되면서 전체적인 논문 건수도 감소하고 있다. 2014년부터는 학생생활기록부에 논문 작성 이력을 기재할 수 없다. 2010년 37건, 2014년 46건으로 고교생 논문 편수는 꾸준히 증가했지만, 2015년부터 급격히 감소해 2019년에는 33건까지 줄었다. 이런 추세는 자율고, 외고, 일반고가 이끌었다. 반면 영재고는 2014년 정책 변화 이후에도 논문 작성량이 일정 수준을 유지했다.
강씨는 “논문 작성이 대입을 위한 전략 수단이 아니라 청소년 시기부터 진지한 탐구활동이라면 입시 정책의 변화에 따라 큰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학교서 안 배운 의학·컴공 논문 다수
얼마나 양질의 학술지에 고교생들이 논문을 투고했는지도 문제다. 국제 학술지의 명성과 인지도를 고려해 산출하는 SJR은 학술지 등급을 가장 높은 Q1부터 낮은 Q4까지 4가지로 나눈다. 고교생 논문 중 Q3, Q4 등급의 학술지에 투고된 논문은 10%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학생들은 학교에서는 배우지 않지만 최근 유행하거나 입시에 유리할 수 있는 컴퓨터공학, 의학 분야의 논문을 많이 작성했다. 자율고·외국어고·일반고 학생들이 가장 많이 논문을 쓴 분야는 컴퓨터공학 분야로 27.4%에 달했다. 화학, 생물학, 물리학 등 일반 교육과정 분야에서 작성된 논문 숫자를 크게 웃돈다. 의학 분야 논문도 13.6%로 4위를 차지했다. 반면 영재학교와 과학고는 화학, 재료과학, 생물학 논문이 가장 많았다.
○외고생 1명에 석박사 의사들이 저자인 경우도
학교별로는 용인한국외대부설고등학교 소속이 201명으로 가장 많았다. 한국과학영재학교(179명), 서울과학영재고등학교(120명) 등이 뒤를 이었다. 영재학교와 과학고 외에는 민족사관고등학교(68명)가 6위, 청심국제고등학교(20명) 8위를 차지했다. 학교 유형별로는 영재학교가 491명, 자율고·외국어고·일반고가 407명, 과학고가 82명을 기록했다.논문 공저자 네트워크를 분석해 연구 부정 가능성이 높은 논문도 찾아냈다. 대학 소속 연구자를 중심으로 소수의 고등학생이 논문 작성에 참여하는 경우, 연구 부정의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10년대 후반에 작성된 한 의학 논문은 외고에 재학 중인 고등학생 한 명을 제외하면 모든 저자가 석박사 학위를 소지한 의사들이다. 강씨 연구팀이 추적한 결과 이 외고생이 이후에 작성한 논문은 하나도 없었다. 강씨는 "탁월한 일부 학생들이 고교 시절 출중한 연구를 해서 해외 학술지에 투고하는 경우도 있고, 모든 경우를 조작이나 대필이라고 하긴 어렵다"면서도 "해외에 논문을 투고한 학생 수가 지나치게 많고, 고교 시절 첫 논문을 작성한 후 학술 활동이 전무하고, 이공계 중등교육 핵심 과정인 자연과학 분야를 벗어난 논문의 비중이 지나치게 많다면 충분히 의심해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참고
강태영, 강동현 '논문을 쓰는 고등학생들에 대해 알아봅시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