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삼오오·단체 회식 눈에 띄어…자영업자들 "문 안 닫겠다" 콧노래
단체 숙박 문의에 관광업계도 '반색'…수학여행도 기지개
"아무 때나 오세요" "해제 기념 한잔" 2년 만에 일상회복 웃음꽃(종합)
"오늘은 영업시간이 무제한이니 아무 때나 오시면 됩니다.

"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해제로 2년여 만에 일상으로 돌아온 18일 저녁 도심 번화가는 왁자지껄한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그동안 심야 영업을 하지 못한 술집들은 새벽 영업을 재개했으며, 손님들은 이에 화답하듯 연신 술잔을 부딪쳤고, 유명 맛집에는 손님이 몰려 장사진을 이뤘다.

◇ 폐업 위기 딛고 새벽 영업 재개 "문 닫을 생각 없어"
이른바 2차 술자리 모임으로 유명한 대전 서구 한 맥줏집 주인은 영업시간을 묻는 전화에 "언제든 오라"고 껄껄 웃으며 응대했다.

이 가게는 지난 주말까지 오후 11시 30분 안팎에 문을 닫았다.

시내에서도 비교적 번화한 곳에 있지만, 지난 몇 개월 동안에는 오후 10시만 지나도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가게 주인은 "오늘은 손님 유무와 관계없이 늦게까지 혼자서라도 업장을 운영할 것"이라며 "내일 새벽까지 문 닫을 생각 없다"고 강조했다.

부산진구 서면 등 부산 도심 번화가 식당은 거리두기 해제 첫날부터 북적였다.

서면 태화쇼핑 뒷골목의 한 식당에서는 직장 회식처럼 보이는 10여 명의 손님이 식사하는 모습이 보였다.

"아무 때나 오세요" "해제 기념 한잔" 2년 만에 일상회복 웃음꽃(종합)
고깃집을 하는 한 업주는 "거리두기 해제가 좀 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다행"이라며 "마케팅을 해서라도 하루빨리 예전 수준을 회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운대구에서는 몇몇 맛집에서는 손님이 몰려 긴 대기 줄을 서기도 했다.

회사원 박모(43)씨는 "예전에는 시간제한이 있다 보니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실 때 조급한 마음이 있었다"며 "이제는 마음 놓고 집중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 광산구 첨단지구에서 노래홀을 운영하는 김모(59·여)씨는 평소보다 40분 정도 일찍 가게 문을 열었다.

오늘은 마지막 손님이 돌아갈 때까지 새벽 3시든, 4시든 가게 문을 닫지 않겠다며 오랜만에 지인에게 일손을 보태달라고 도움도 청했다.

김씨는 "수십 번 폐업을 고민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가 전화위복이 됐으면 좋겠다"며 "정부가 빚을 내며 버텨온 자영업자들을 더 도와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무 때나 오세요" "해제 기념 한잔" 2년 만에 일상회복 웃음꽃(종합)
◇ "코로나 끝난 것 같은 분위기" 여유롭게 '건배'
경기 고양시에 거주하는 이모(35)씨는 퇴근 후 오랜만에 직장 근처에서 친구들과 모였다.

이씨는 "아직 밖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완전히 홀가분하진 않지만, 술집에선 이미 아무도 마스크를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라며 "어차피 평일이라 늦게까지 놀진 않을 예정이지만 번화가에서만큼은 마치 코로나가 끝난 것 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전했다.

회사원 박모(43·부산)씨는 "예전에는 시간제한이 있다 보니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실 때 조급한 마음이 있었다"며 "이제는 마음 놓고 집중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회사원 김모(37·제주)씨는 "오늘 친구들과 거리두기 해제 기념으로 술을 마시기로 했다"며 "새벽까지 마시진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영업 제한 시간이 다가온다는 초조함 없이 여유롭게 마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무 때나 오세요" "해제 기념 한잔" 2년 만에 일상회복 웃음꽃(종합)
거리두기 해제 조치를 반기는 직장인들이 있지만, 일부 직장인들 가운데서는 단체 워크숍·회식 문화 부활로 인한 개인 시간 침해를 우려하는 반응도 나온다.

경기 수원에 사는 직장인 이모(29) 씨는 "거리두기가 해제되자마자 회사에서 당장 다음 달 주말 중 1박 2일로 단체 워크숍을 간다고 공지했다"며 "평일 내내 일하고 주말까지 회사 일정에 참여하다 보면 쉬는 날 없이 근무하는 기분일 것 같다"고 울상지었다.

이날부터 전면 출근체제로 바꾼 서울 한 기업의 직원 A씨는 "이산가족처럼 지낸 동료들을 만나게 되어 반갑지만, 나오자마자 당장 단체 회식에 대면 회의 일정까지 잡으며 급격하게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이 왠지 불안하고 불편한 면도 없지 않다"고 소회를 밝혔다.

또 다른 직장인은 "불필요한 대면 회의나 행사가 없었던 예전을 오히려 그리워할 것 같기도 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아무 때나 오세요" "해제 기념 한잔" 2년 만에 일상회복 웃음꽃(종합)
◇ 단체 예약 문의에 관광업계 '활기'…수학여행도 기지개
펜션 등 숙박 업체에는 가족 모임이나 기업 워크숍을 위한 투숙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경기 용인시 처인구 한 펜션에는 지난주 거리두기 해제 발표 이후 예약 문의가 3∼4건 들어와 이번 주 기준 객실 10곳 중 절반가량 예약을 완료한 상황이다.

가족 단위 방문객들의 예약이 가장 많고, 단체 워크숍 장소를 원하는 기업들의 문의도 드문드문 이어지고 있다.

펜션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 내내 여름·겨울 휴가철 성수기를 제외하고는 주말에도 객실 대부분이 비어있었다"며 "거리두기가 해제되니 비성수기인 4월에도 예약이 계속 들어오고 있어 무척 다행"이라며 웃었다.

그동안 움츠러들었던 국내 수학여행단 등 단체관광은 제주를 노크하고 있다.

수학여행단으로는 이달에만 국내 5개 고등학교 985명이 제주를 찾을 것으로 보이며, 5월 들어서는 국내 11개교 2천183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한다.

"아무 때나 오세요" "해제 기념 한잔" 2년 만에 일상회복 웃음꽃(종합)
이외에 코로나19 기간 가족 단위 소규모로 이어지던 단체관광도 덩치를 키우면서 친목 또는 인센티브 단체 관광객이 줄을 이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제주관광협회 현혜연 제주종합관광안내소 부소장은 "2년간 학교나 회사 등에서 수학여행은 물론 인센티브 여행을 보내지 못하고 있어 올해부터는 반드시 재추진하려고 하는 모양새"라며 "단체관광 수요는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소규모 관광 프로그램 등으로 버텨온 강원 춘천 남이섬도 단체 관광객은 물론 외국인 관광객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거리두기 해제를 앞두고 학생 등의 현장학습 문의 전화가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사전 답사도 증가하고 있다.

남이섬 관계자는 "코로나로 관광객이 크게 줄었는데, 이번 해제로 인해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며 "여행 시즌과 맞물려 새로운 단체전용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차별화하고 보다 다양한 손님맞이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지은 김솔 변지철 최은지 나보배 천경환 노승혁 박세진 김재홍 이재림 이상학 정회성 권숙희 김선호 전지혜 박영서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