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공직 청년들] ④ '유튜브 세대' 공무원을 이해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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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직장 개념 희박…성과에 대한 즉각적 보상 원해"
"구습·관행에 '왜?' 물을 수 있는 세대…합리성도 강해"
"공직에 들어온 지 1~2년 된 사무관들과 대화하다 재밌는 얘기를 들었어요.
자신들은 유튜브 세대인데, 유튜브는 영상을 올리면 '좋아요'가 바로 눌리잖아요.
이런 식으로 어떤 보상이 신속하게 이뤄지기를 바란대요.
"
공무원 인사업무에 정통한 고위공무원 A씨가 이른바 'MZ세대'인 젊은 후배 공무원들과 대화 도중 매우 인상 깊은 대목이었다며 밝힌 이야기다.
임용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공무원들의 조기 '탈(脫)공직'은 정부도 고민할 정도로 구체적인 사회 현상이 됐다.
개인으로서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행사하는 것이지만, 여러 절차를 거쳐 공직자를 선발하고 교육해 현장에 투입하기까지는 적잖은 예산과 시간이 필요해 정부 입장에서는 상당한 손실이기 때문이다.
공무원 채용은 공개채용 방식이어서 결원이 생긴다고 수시로 대체인력을 뽑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 때문에 공직사회에 새로 유입되는 젊은 공무원들의 생각과 가치관을 이해하는 것은 이미 직업에 안착한 선배 공무원들을 비롯해 공직사회 전반의 중요한 관심사가 되고 있다.
◇ "워라밸은 없고 박봉에 민원 치이기만"…선배들도 고민은 이해
공직생활을 시작한 지 10년 이상 된 공무원들은 젊은 후배들이 지향하는 삶의 가치 등을 볼 때 일찍 공직을 그만두는 이유 자체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는 반응이다.
특히 하위직 공무원의 낮은 급여와 민원 업무의 스트레스가 후배 공무원들에게 고민거리가 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일선 기초자치단체에서 근무하는 7급 공무원 박모(37)씨는 "청년 공무원들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것 같은데, 현실은 엄청나게 많은 민원에 시달리고 각종 재난상황과 선거 등 '기타 업무'에 수시로 투입되면서도 급여는 일반 중견기업보다 훨씬 못한 수준"이라며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연금 수령액이 줄어드는 것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16년차 경찰 간부 김모(39) 경정은 "조직 내에서 지켜본 MZ세대는 굉장히 합리적이고 행복 추구에 대한 감수성이 매우 높은 경향이 있다"며 "그런 이들이 막상 공무원이 돼 보니 급여는 월세방 얻어 살기도 빠듯한 수준이고, 대민업무를 하면서 민원인들에게 욕이나 먹으니 자신의 행복 추구에 직업이 방해가 된다고 판단해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과거 세대와 달리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희미해진 것도 빠른 퇴직에 영향을 미친다는 시각이 있다.
공무원의 고용 안정성만 바라보며 현실에서 마주하는 직업적 불만족을 감내하기보다, 필요하다면 인생 경로를 과감히 틀 수도 있다는 생각이 젊은 세대에게는 더 강하다는 해석이다.
30대 퇴직 공무원 B씨는 "지금 20~30대는 유튜브 운영 등 새로운 기회도 워낙 발달해 있고, 실제로 남들이 새로운 도전을 하는 모습을 주변에서 보는 경우도 많다"며 "평생직장이라는 말을 쓰며 정년까지 일하는 것을 당연히 여긴 세대와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정치권의 움직임에 지나치게 영향을 받은 결과 공직사회가 수동적인 경향을 보일 수밖에 없고, 이런 점이 젊은 공무원들의 의욕을 꺾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조성한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젊은 공무원들도 자신의 직급에 따라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는데 지금은 정부가 정치권에서 요구하는 것을 할 뿐 능동적으로 뭔가를 하는 게 억제돼 있다"며 "젊은 공무원들이 공직사회에 들어가서 그런 걸 보면 '이게 맞나'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직사회의 관행이기도 했지만 젊은 공무원들에게는 불합리로 비치는 연공서열식 보상체계도 이들의 의욕을 높이려면 점차 손질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별승진이나 승급제도를 한층 더 활성화하고, 적극 행정에 대해 즉각적으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위공무원 A씨는 "젊은 공무원들은 일하면 신속한 보상을 받는 데 너무 익숙한데 공직사회에 들어오니 보상체계 자체가 불공정해 보인다고 한다"며 "내가 한 만큼 충분한 보상이 안 오는 것 같고, 내가 열심히 해도 선배가 돈을 더 받는 등 불만을 과거 세대보다는 좀 더 직접적으로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선배 공무원들은 젊은 세대 공무원들의 장점이 조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크게 기여할 여지가 있다며 이를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경찰 간부 김 경정은 "선배들이 그간 당연하게 여겼던 구습이나 관행, '이건 아닌 것 같다'고 여기면서도 그냥 받아들인 것들에 대해 '왜'라고 반문할 수 있는 이들은 공무원 조직을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며 "다만 젊은 후배들도 조직 내에서 성장하려면 어느 정도는 무엇인가를 배우고 최선을 다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 정부도 고민…'세대 간 소통' 강화 시도
정부 차원에서도 MZ세대 공무원들의 생각을 이해하고, 윗세대와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 아래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2020년 '90년생 공무원이 왔다'라는 책자를 펴냈다.
43개 정부 기관의 청년 공무원 57명이 제작에 참여해 만든 책으로, 젊은 공무원들이 공직에 입문해 조직 문화를 바라보는 시각을 담았다.
공직사회에서 이뤄지는 보고와 회의, 회식, 성과평가 등에 대해 이들이 느끼는 문제의식이 담겼다.
공무원 인사정책을 총괄하는 인사혁신처는 90년대생 후배 공무원이 '멘토'가 돼 국장급 선배 공무원을 '멘티'로 가르치는 '리버스 멘토링'(거꾸로 지도하기) 제도를 2020년 도입했다.
세대 간 이해를 높이고 조직 문화를 개선한다는 취지로, 다른 일부 부처에서도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대민업무가 일선 공무원들에게 큰 부담이라는 점을 고려해 민원인의 폭언·폭행 등으로부터 민원처리 담당자를 보호할 방안을 담은 개정 민원처리법도 작년 말 국회를 통과했다.
다만 공무원을 그만두는 주된 사유 중 하나로 꼽히는 급여 문제는 쉽게 해결되기 어려워 보인다.
공무원 급여체계에 손을 댄다는 것은 막대한 국가 예산 변동을 수반하는 일이라 국민 정서를 고려해야 하고, 공무원 계급체계 전반과 맞물린 문제여서 세밀한 정책적 검토도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게 관가의 설명이다.
<기사 목차>
① '안정된 직장'보다 삶의 다른 가치 찾으려 했다
② "'열심히 일하면 바보 되는 곳'에 있기 싫었다"
③ 20대 9급 공무원은 왜 발령 한달 만에 사표를 썼나
④ '유튜브 세대' 공무원을 이해하는 법
/연합뉴스
"구습·관행에 '왜?' 물을 수 있는 세대…합리성도 강해"
"공직에 들어온 지 1~2년 된 사무관들과 대화하다 재밌는 얘기를 들었어요.
자신들은 유튜브 세대인데, 유튜브는 영상을 올리면 '좋아요'가 바로 눌리잖아요.
이런 식으로 어떤 보상이 신속하게 이뤄지기를 바란대요.
"
공무원 인사업무에 정통한 고위공무원 A씨가 이른바 'MZ세대'인 젊은 후배 공무원들과 대화 도중 매우 인상 깊은 대목이었다며 밝힌 이야기다.
임용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젊은 공무원들의 조기 '탈(脫)공직'은 정부도 고민할 정도로 구체적인 사회 현상이 됐다.
개인으로서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행사하는 것이지만, 여러 절차를 거쳐 공직자를 선발하고 교육해 현장에 투입하기까지는 적잖은 예산과 시간이 필요해 정부 입장에서는 상당한 손실이기 때문이다.
공무원 채용은 공개채용 방식이어서 결원이 생긴다고 수시로 대체인력을 뽑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 때문에 공직사회에 새로 유입되는 젊은 공무원들의 생각과 가치관을 이해하는 것은 이미 직업에 안착한 선배 공무원들을 비롯해 공직사회 전반의 중요한 관심사가 되고 있다.
◇ "워라밸은 없고 박봉에 민원 치이기만"…선배들도 고민은 이해
공직생활을 시작한 지 10년 이상 된 공무원들은 젊은 후배들이 지향하는 삶의 가치 등을 볼 때 일찍 공직을 그만두는 이유 자체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는 반응이다.
특히 하위직 공무원의 낮은 급여와 민원 업무의 스트레스가 후배 공무원들에게 고민거리가 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일선 기초자치단체에서 근무하는 7급 공무원 박모(37)씨는 "청년 공무원들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것 같은데, 현실은 엄청나게 많은 민원에 시달리고 각종 재난상황과 선거 등 '기타 업무'에 수시로 투입되면서도 급여는 일반 중견기업보다 훨씬 못한 수준"이라며 "공무원연금 개혁으로 연금 수령액이 줄어드는 것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16년차 경찰 간부 김모(39) 경정은 "조직 내에서 지켜본 MZ세대는 굉장히 합리적이고 행복 추구에 대한 감수성이 매우 높은 경향이 있다"며 "그런 이들이 막상 공무원이 돼 보니 급여는 월세방 얻어 살기도 빠듯한 수준이고, 대민업무를 하면서 민원인들에게 욕이나 먹으니 자신의 행복 추구에 직업이 방해가 된다고 판단해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과거 세대와 달리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희미해진 것도 빠른 퇴직에 영향을 미친다는 시각이 있다.
공무원의 고용 안정성만 바라보며 현실에서 마주하는 직업적 불만족을 감내하기보다, 필요하다면 인생 경로를 과감히 틀 수도 있다는 생각이 젊은 세대에게는 더 강하다는 해석이다.
30대 퇴직 공무원 B씨는 "지금 20~30대는 유튜브 운영 등 새로운 기회도 워낙 발달해 있고, 실제로 남들이 새로운 도전을 하는 모습을 주변에서 보는 경우도 많다"며 "평생직장이라는 말을 쓰며 정년까지 일하는 것을 당연히 여긴 세대와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정치권의 움직임에 지나치게 영향을 받은 결과 공직사회가 수동적인 경향을 보일 수밖에 없고, 이런 점이 젊은 공무원들의 의욕을 꺾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조성한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젊은 공무원들도 자신의 직급에 따라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는데 지금은 정부가 정치권에서 요구하는 것을 할 뿐 능동적으로 뭔가를 하는 게 억제돼 있다"며 "젊은 공무원들이 공직사회에 들어가서 그런 걸 보면 '이게 맞나'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공직사회의 관행이기도 했지만 젊은 공무원들에게는 불합리로 비치는 연공서열식 보상체계도 이들의 의욕을 높이려면 점차 손질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특별승진이나 승급제도를 한층 더 활성화하고, 적극 행정에 대해 즉각적으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위공무원 A씨는 "젊은 공무원들은 일하면 신속한 보상을 받는 데 너무 익숙한데 공직사회에 들어오니 보상체계 자체가 불공정해 보인다고 한다"며 "내가 한 만큼 충분한 보상이 안 오는 것 같고, 내가 열심히 해도 선배가 돈을 더 받는 등 불만을 과거 세대보다는 좀 더 직접적으로 느끼는 것 같다"고 했다.
선배 공무원들은 젊은 세대 공무원들의 장점이 조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크게 기여할 여지가 있다며 이를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경찰 간부 김 경정은 "선배들이 그간 당연하게 여겼던 구습이나 관행, '이건 아닌 것 같다'고 여기면서도 그냥 받아들인 것들에 대해 '왜'라고 반문할 수 있는 이들은 공무원 조직을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며 "다만 젊은 후배들도 조직 내에서 성장하려면 어느 정도는 무엇인가를 배우고 최선을 다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 정부도 고민…'세대 간 소통' 강화 시도
정부 차원에서도 MZ세대 공무원들의 생각을 이해하고, 윗세대와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 아래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2020년 '90년생 공무원이 왔다'라는 책자를 펴냈다.
43개 정부 기관의 청년 공무원 57명이 제작에 참여해 만든 책으로, 젊은 공무원들이 공직에 입문해 조직 문화를 바라보는 시각을 담았다.
공직사회에서 이뤄지는 보고와 회의, 회식, 성과평가 등에 대해 이들이 느끼는 문제의식이 담겼다.
공무원 인사정책을 총괄하는 인사혁신처는 90년대생 후배 공무원이 '멘토'가 돼 국장급 선배 공무원을 '멘티'로 가르치는 '리버스 멘토링'(거꾸로 지도하기) 제도를 2020년 도입했다.
세대 간 이해를 높이고 조직 문화를 개선한다는 취지로, 다른 일부 부처에서도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대민업무가 일선 공무원들에게 큰 부담이라는 점을 고려해 민원인의 폭언·폭행 등으로부터 민원처리 담당자를 보호할 방안을 담은 개정 민원처리법도 작년 말 국회를 통과했다.
다만 공무원을 그만두는 주된 사유 중 하나로 꼽히는 급여 문제는 쉽게 해결되기 어려워 보인다.
공무원 급여체계에 손을 댄다는 것은 막대한 국가 예산 변동을 수반하는 일이라 국민 정서를 고려해야 하고, 공무원 계급체계 전반과 맞물린 문제여서 세밀한 정책적 검토도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게 관가의 설명이다.
<기사 목차>
① '안정된 직장'보다 삶의 다른 가치 찾으려 했다
② "'열심히 일하면 바보 되는 곳'에 있기 싫었다"
③ 20대 9급 공무원은 왜 발령 한달 만에 사표를 썼나
④ '유튜브 세대' 공무원을 이해하는 법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