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연재료로 내부 마감, 급수전과 배연설비 등 갖춰야
초고층 화재는 외부 진화 불가…평소에 위치 유념해야
구름이 손에 잡힐 듯한 높이, 눈 앞을 가릴 게 전혀 없는 곳.
초고층 건축물 하면 떠오르는 흔한 모습이다.

그러나 소방관들에겐 이런 초고층 건축물은 유사시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초고층 건축물은 층수가 50층 이상이거나 높이가 200m를 넘는 건축물을 말한다.

이런 건물에서는 외부를 통유리로 덮는 커튼월이라는 구조적 특성과 연돌 효과로 한번 불이 나면 상부로 빠르게 연소가 확대된다.

다른 건물과 달리 내외부 온도 차와 공기 밀도로 발생하는 압력 차이, 공기 유입 등도 큰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건축물 구조상 긴 수직 피난거리 탓에 노약자나 장애인 등 약자의 대피도 어렵다.

2010년 10월 부산 해운대구 우동 우신골드스위트, 2017년 6월 14일 영국 런던 그랜펠타워, 2020년 10월 8일 울산 남구 삼환아르누보 주상복합아파트 등에서 발생한 화재가 대표적인 사례다.

소방청에 따르면 현재 국내 초고층 건축물은 모두 127개동으로 부산이 40개동으로 가장 많고 서울 24개동, 경기 20개동, 인천 19개동, 대구 12개동 등이다.

해운대 엘시티만 해도 100층이 넘고 높이는 400m 이상이다.

초고층 건물은 점점 더 높아지는 가운데 소방당국이 보유한 고가차는 최대가 70m급으로 전국에 450여대가 배치돼 있을 뿐이다.

소방당국은 초고층 건축물 화재 시 외부 소방력에 의한 소화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초고층 건물은 다른 건물과 달리 기본적인 소방시설 외에 피난안전구역 등 시설을 갖추게 돼 있다.

우선 50층 이상의 경우 지상층으로부터 최대 30개 층마다 1개 이상의 피난안전구역을 설치해야 한다.

피난안전구역은 화재나 지진 발생 시 1층을 통해 외부로 대피할 수 없는 경우 대피하는 곳이다.

식수공급을 위한 급수전, 배연설비, 방재센터와 긴급 연락을 할 수 있는 경보 및 통신시설 등이 설치돼 있다.

내부 마감재는 불연재료로 돼 있고, 특별피난계단과 연결돼 비상용 승강기를 이용할 수 있는 구조다.

해운대 우신골든스위트 화재 이후 법 개정이 이뤄지면서 30층∼49층 규모인 준초고층 건축물도 전체 층수의 절반에 해당하는 층으로부터 5개층 이내에 이 시설을 설치하도록 했다.

소방당국은 자발적인 소방시설 유지관리를 철저하게 하도록 하면서 합동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불이 났을 경우 헬기나 고성능 굴절 사다리차 사용 불가하면 송수 기능이 강화된 고성능 펌프차량을 활용한 내부 진입 위주의 진압작전이 전개된다.

전국에서 초고층 건물이 가장 밀집한 부산 해운대구를 관할하는 해운대 소방서는 2019년 전국 최초로 마련한 '초고층 건물 화재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화재 시 비상전력과 소방시설이 모두 먹통이 된 상황을 가정한 훈련 등도 정기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부산소방 관계자는 1일 "초고층 건물 거주자는 평소에 피난안전구역 위치를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고, 자체훈련 참여 등을 소홀히 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취재지원·자료협조]
▲ 소방청, 부산소방재난본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