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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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수연(56)이 뇌출혈로 사흘째 의식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강수연은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병원으로 이송될 당시 심폐소생술(CPR)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으며 검사 결과 뇌출혈로 알려졌다. 수술 여부 또한 경과를 지켜본 후 결정을 하기로 한 상태다.

강수연은 이날 오전에도 두통 증세를 보였다. 두통을 느낀 강수연은 119에 신고해 구급대원들이 출동하기도 했으나 당시에는 병원 후송을 원치 않아 철수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강 씨의 가족은 이날 오후 5시 14분경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에서 '강 씨가 극심한 통증을 호소한다'며 119에 신고했다. 구급 대원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강 씨는 이미 쓰러져 있었고 심정지 상태로 파악됐다.

그렇다면 구급대원이 병원 이송 거부에 동조한 까닭은 무엇일까. 환자가 위급해 보이는 상황일지라도 본인이 거부한다면 병원으로 이송할 의무는 없는 것일까.

우리나라에서는 119 구급대에 의한 이송 여부가 구급대원이 아닌 아닌 환자 또는 보호자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응급환자가 아닌 환자의 경우 구급대원과 환자 모두가 치료에 대해 동등한 지위에서 결정할 수 있다. 비응급환자 본인이 진료를 거부한 상황에서 의사는 환자를 진료할 권리가 없을 뿐 아니라 진료해야 할 의무도 없다. 환자의 동의 없는 의사의 치료행위는 형법상 상해행위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구급대원에 의한 응급치료도 역시 그렇다.

이에 2005년 법안 개정을 통해 비응급상황에 대한 제한적인 구급 요청의 거절 및 환자 등의 이송 거부로 인한 법적 분쟁으로부터 구급대원을 보호하기 위한 '구조대 및 구급대 편성 운영에 대한 규칙'이 개정됐다.

119 구급대원이 현장에 출동하면 환자에게 응급처치를 시행하고 환자를 의료기관에 이송하려 시도한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에 의해 이송 거부가 발생할 수 있다. 환자 자신이 자신의 질병이 심각하지않다고 생각하거나 판단력이 결여된 상태에서 자신의 상태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수 있다.

소방대원이 이송거부 환자를 직면했을 때는 가장 먼저 환자의 판단 능력이 온전한지 여부를 살펴야 한다.

구급지도 의사의 운영에 관한 규정 제6조에 따르면 (직접의료지도) 구급대원은 보다 전문적인 환자의 의학적 상태평가가 필요한 경우, 환자 이송대상기관 선정에 대한 조언이 필요한 경우, 응급처치를 거부하는 환자에 대한 조언이 필요한 경우 등에는 근무 중인 직접의료지도의사 또는 이송할 병원의 의사에 의료 지도를 요청하게 돼 있다.

조석주 부산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환자 측이 이송을 거부하더라도 구급대원이 이송해야겠다고 판단하면 의료지도의 대상이 된다"면서 "즉, 구급대원이 의료 지도를 의사에게 요청했는지의 여부가 문제가 되고, 구급대원이 의료 지도를 요청하지 않았다면 환자의 이송거부에 무작정 동조해버린 구급대원의 판단 능력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2005년 '119 구급대의 이송 거절 및 거부에 대한 법적 고찰' 논문에 따르면 미국에서 의료기관 이송을 두고 법정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미국에서 52세 남성이 혀를 깨물어 입에서 피를 흘리며 엎드려 있다가 발견됐다. 보호자가 구급 요청을 했으나 구급대원 도착 당시 환자는 의식이 돌아온 상태였다. 그리고 현재 자신은 괜찮다며 의료기관 이송을 거부했다. 구급대원은 혈압이 높고 맥박이 빠른 상태라 병원 의료기관 이송을 권했지만 환자가 지속해서 거부해 이송거부에 관한 서식에 환자 자신의 서명을 받고 되돌아갔다.

이후 환자는 뇌동맥류파열로 인한 뇌출혈로 사망했고 환자 가족들은 환자가 판단 능력이 결여된 상태에서 서명했으므로 구급대원의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구급대원이 환자를 방치한 것이 아니라 지속해서 이송을 권유하고 지침에 따라 자필서명을 포함한 절차적인 규정을 따른 것을 들어 고의적인 과실이 없다고 판결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