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고교학생들 "일부 상위권에 유리하게 채점기준 변경"
담당 교사, 학생들에 사과하고 원래 기준 적용
학교측, 상위권 학생 밀어주기 의혹 강력 부인
상위권 학생 밀어주기?…오락가락 채점 기준에 '부글부글'
인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중간고사 시험문제 채점 기준을 공지한 것과 다르게 변경했다가 학생들의 반발에 부딪혀 다시 원래대로 수정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특히 채점 기준 변경이 일부 상위권 학생들을 위한 편파적인 조치라는 비판이 나오며 국민신문고에도 올려져 교육청이 조사에 나섰다.

11일 인천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인천의 한 고교는 지난 4일 2학년 중간고사 영어시험의 일부 문제들에 대한 새로운 채점 기준을 고지했다.

영어 5번 등은 서술형으로 6점짜리 문제였으며, 지난달 29일 시험을 칠 때 부분 점수가 없는 것으로 고지됐다.

그런데 시험 5일이 지난 후 서술형 영어 답안에서 한개의 단어만 틀렸으면 1점을 감점해 5점을 줄 수 있도록 했다.

영어 5번의 경우 답안은 'she realized that she had to classify words into categories(그녀는 단어들을 종류별로 분류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였다.

여기서 또 논란거리는 'had'를 'has'로 잘 못 쓴 경우는 1점을 감점해 5점을 주었지만 'have'로 쓴 경우는 이런 부분 점수를 아예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상당수 학생은 이런 채점 기준 변경에 대해 특정 상위권 학생에게 도움을 주려는 것으로 의심했다.
상위권 학생 밀어주기?…오락가락 채점 기준에 '부글부글'
제보자인 A 학생은 "친구들이 서술형 부분 점수 기준을 보고 몇몇 상위권 몰아주기라고 불만을 이야기했다"면서 "had를 has로 쓰면 1점을 감점해 5점을 주면서 have로 쓴 경우에는 아예 오답 처리해, 이미 똑같이 틀린 시제인데 엄청난 점수 차이를 부여했다"고 주장했다.

학교에서 밀어주려는 일부 학생이 6점짜리인 영어 5번 답안을 'has'로 표기해 94점을 받게 됐는데, 채점 기준을 변경함으로써 1점만 감점해 99점으로 1등급이 되도록 했다는 관측이다.

그는 "시험 출제가 끝난 후 채점 기준을 변경하는 것은 인천시 교육청 성적관리기준 제15조 서술형 평가(서술형 출제 시 평가 기준을 작성해야 한다.

) 사항을 위반하는 행위다.

교육청 국민신문고에도 올렸다"고 밝혔다.

A 학생이 이번 채점 기준 변경과 관련해 친구들과 주고받은 카톡 내용을 봐도 비슷한 의견이었다.

학교 측은 이런 학생들의 '편파 채점'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으며, 채점 기준을 다시 원래대로 한다고 밝혔다.

담당 교사는 "시험 문제 이의신청 기간에 학생들이 말했으면 됐는데 부담스러웠는지 교육청과 언론에 직접 알린 것 같다"면서 "채점을 하다 보니 단어 하나 틀려서 6점을 잃는 학생들이 보기에 안타까워 부분 점수 기준을 만들었다.

채점에 너무 몰입해 원래 부분 점수가 없다는 사실을 깜빡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학생을 밀어주려 했다는 의혹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학생들에게도 혼란을 일으킨 데 대해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has는 5점을 주고 have는 아예 점수를 주지 않은 것은 이유가 있다.

has는 시제만 틀렸지만, have는 시제도 틀린 데다 3인칭 주어에 쓸 수 없는 단어였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상위권 학생 밀어주기?…오락가락 채점 기준에 '부글부글'
학교의 교감은 "일부 상위권 학생을 명문대에 보내기보다 많은 학생이 대학에 들어가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면서 특정 학생 밀어주기 의혹을 부인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학생들의 이의 제기 사실을 확인하면서 "학교 측이 채점 기준을 원래대로 되돌렸다고 들었다.

공정성 논란은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학교는 작년에도 학생들과 시험문제를 놓고 논란이 벌어졌는데, 문제를 제기한 학생의 성적을 공개해 인권침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