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은 '개인 자유 침해' 논쟁
"성인인데" vs "몰카 유포 막아야"
정치권도 가세
"자유의 尹정부, 차단 해제 검토해야"
최근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네티즌들은 그간 접속이 되지 않던 여러 불법 사이트에 접속이 가능해졌다며 후기를 남겼다. 일부 네티즌들은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https 차단 해제를 요청했던 사례를 언급하면서 "정권이 바뀌면서 사이트 차단이 해제된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시스템 오류에 따른 '해프닝'으로 결론이 났다. 방송통신위원회 및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들은 "경위를 파악 중"이라며 "정책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통신사들 역시 https 차단 중지와 관련해 어떠한 지침이나 공문을 받은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차단이 해제된 사이트들은 앞서 2019년 정부가 SNI(서버 네임 인디케이션) 차단 기술을 도입해 접속을 차단했던 곳들이다. 이는 서버명이 불법 사이트와 일치하면 기계적으로 접속을 차단하는 방식을 말한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그간 잠잠했던 불법 사이트 차단에 대한 논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현재 네티즌들은 "성인이 성인물을 보는 게 도대체 왜 잘못이냐"며 접속 차단에 대한 반대 의견을 다시 개진하고 있다. 과거에도 25만 명의 달하는 국민이 "지나친 개인 자유의 침해"라는 취지의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의한 바 있다.
반면 소위 '몰카', '리벤지 포르노' 등 불법 촬영물 유포를 막기 위해 원천적인 차단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한 네티즌은 "성 착취, 불법 촬영물이 성행하는데 그것 역시 성인물로 취급하면서 소비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2년 전 방통위 역시 사이트 차단 반대 청원에 대한 답변에서 "불법 촬영물, 이른바 몰카가 피해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에 빠트린다는 점은 국민 모두 알고 있다. 심지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한다"며 "우리 정부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한다. 성인이 무엇을 하든, 보든 국가가 관여해서도 안 되고 관여하지도 않지만, 불법 도박과 불법 촬영물은 다르다. 삭제되고 차단돼야 한다. 불법에 대한 관용은 없어야 한다"고 답변한 바 있다.
이효성 전 방송통신위원장도 "https 차단에 대해 불법적인 것을 단속하는 것임에도 비 불법적인 것까지 단속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로 번지고 있다"며 "분명한 것은 https SNI 차단은 결코 검열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권까지 이번 논쟁에 가세하면서 불법 사이트 차단 문제가 또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2일 '자유의 윤석열 정부, https 차단 해제 검토해야'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자유의 가치를 강조한 윤석열 정부 출범에 발맞춰 헌법상 자유권에 역행하는 https 차단은 재검토돼야 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https 차단 규제는 어쩌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이다. 불법 영상물 제작자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할 일이지 인터넷 사용자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제한하는 방식의 규제는 옳은 방향이 아니다"라며 "불법 영상물을 막겠다고 https를 차단하는 선진국은 없다. 선진국 국민 수준에 맞지 않는 규제 방식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차단 방식과 관련해선 검열과 사생활 침해 논란도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각종 우회접속으로 정책 실효성도 의문"이라며 "기본적으로 국가주의적 발상, 행정 편의적 발상에서 비롯된 만큼, 자유를 중시하는 윤석열 정부에서 https 차단 해제를 적극 검토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