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시대 공동육아] ③ 워킹맘도 육아 품앗이로 코로나 견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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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교사 단합으로 코로나 돌봄 공백 없앤 '공동육아 어린이집'
전국 지자체들, 가정육아로 고립된 부모와 자녀 위한 양육 지원
"코로나로 소풍 한 번 못 갔던 아이들이 마을 나들이를 했습니다.
오랜만에 마을에 생기가 넘치고 아이들도 즐거워하네요.
마을 나들이 이후에는 성덕중학교와 연계해 1·2학년 총 8개 반 학생들과 '내가 사는 마을 지도 그리기' 활동을 했습니다.
학생들에게 신성동의 역사를 들려주고, 지도를 함께 만들며 뜻깊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
대전광역시 유성구 신성동에 있는 마을공동체 '마실'이 운영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지난해 11월 올라온 게시글이다.
마실은 2013년 맞벌이를 하는 워킹맘들이 모여 육아와 아이들의 방과 후 교육을 서로 돕기 위해 만든 조직이다.
이들은 지금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의 육아·교육 품앗이를 하며 코로나 시대도 함께 이겨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모임 인원 제한 등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마을 나들이, 마을 지도 그리기 등 어린이·청소년들의 야외 활동을 추진했고, 활동이 끝난 뒤에는 주민들이 알 수 있도록 온라인 커뮤니티에 사진과 활동 내용을 게시했다.
부모들이 코로나 기간 외로운 육아를 하지 않도록 온·오프라인을 통해 주기적인 부모 모임도 했다.
자녀가 입던 옷이나 사용했던 물건 사진을 커뮤니티에 올리고 필요한 이웃에게 물려주는 활동도 꾸준히 해왔다.
대전시가 지난해 주민참여예산을 증액하면서 마실이 지원받는 금액도 늘었다고 한다.
기존에는 방과 후에 갈 곳 없이 없거나, 또래 친구와 어울리고 싶어하는 초등학생에 대한 돌봄을 진행했지만, 예산이 늘면서 중학생까지 지원 범위를 넓힐 수 있었다.
박현선 마실 이사는 "코로나 시국에도 부모들이 초등생부터 중학생까지 잘 돌볼 수 있도록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했고, 학생들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마을 상점·주민과 학교를 연결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사태로 더욱 빛을 발한 공동육아 사례는 마을공동체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 부모·교사간 합의와 소통으로 돌봄 공백 최소화한 공동육아 어린이집
워킹맘 신정현(48) 씨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통해 6살 딸을 키우고 있다.
신씨의 딸은 지난 4년간 서울 용산구에 있는 '칙칙폭폭 어린이집'을 다녔다.
이곳에는 60명의 부모, 30명의 자녀가 함께했다.
신씨는 "공동육아 어린이집 덕분에 코로나 시국 동안 돌봄 공백이 발생하지 않아 워킹맘으로서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팬데믹 상황에서 돌봄 공백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은 어린이집을 교사가 아닌 부모들이 주체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이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뜻이 맞는 부모들이 조합을 결성해 운영하는 공간이다.
그러다 보니 코로나 사태 때 등원 관리를 부모와 교사간 회의를 통해 결정할 수 있었다.
이들은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자녀들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데 합의했다.
아이들은 가면을 직접 만들어 연극 공연을 했고, 종이 박스와 재활용품으로 옷을 만들어 패션쇼를 했다.
여름엔 베란다에 간이 수영장을 만들어 물놀이하기도 했다.
이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부모들이 매달 내는 조합비로 운영되고, 조합비 대부분은 교사 인건비, 자녀들의 먹거리 제공에 쓰인다.
교사 1인당 아동수가 일반 어린이집에 비해 적다는 특징도 있다.
신입 조합원이나 신입 교사는 조합원들의 합의로 선발한다.
조합원 의견은 대표 의결체인 이사회를 통해 매달 공유되고, 주요 사항은 조합원 카페나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설문조사 등을 통해 결정한다.
매년 1~2번씩 정기총회를 열어 결산과 차기 예산을 결정하고, 이사장과 이사를 선출하기도 한다.
이러한 체계 속에서 부모들은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려다주거나 데리러 갈 때 10분 이상 머무르지 않기, 식사 공간에 칸막이 배치, 어린이집 활동 시 마스크 착용 등 '방역 규칙'을 정했다.
그 결과 지난 2년여간 '칙칙폭폭 어린이집'에서는 단 한 건의 코로나 집단 확진이 발생하지 않았다.
신씨는 "코로나 사태가 한창 진행 중이던 2021년 아빠 1명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이 소식이 채팅방에 전파되자마자 아이들을 하원 시키고 부모 60명, 자녀 30명이 PCR 검사를 받았다"며 "부모와 교사들은 가까운 검사소와 검사 결과가 빠르게 나오는 검사소 등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했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전원 음성 판정을 받았고, 이때 열흘 간 어린이집 운영을 일시 중단한 것 외에는 운영을 중단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또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하원 시간에 부모가 교사들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일반 어린이집은 오후 4시 이전에 하원이 이뤄진다.
오후 7시30분까지 '연장 보육'을 신청했더라도 자녀가 어린이집에 혼자 늦게까지 남아있으면 교사들에게 피해를 줄까 봐 부모가 서둘러 자녀를 데리러 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합의된 시간 동안 자유롭게 부모들이 자녀를 맡길 수 있고, 정교사 외에 오전·오후 돌봄 교사가 별도로 있어, 교사들의 피로도도 적은 편이다.
교사들과 언제든 소통할 수 있어 자녀가 혼자 방치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러한 장점 덕분에 코로나 상황에도 맞벌이 부모들이 일하는 데 지장을 겪지 않을 수 있었다.
"퇴근이 늦어지는 날에는 조합원들에게 딸의 하원을 부탁해요.
저도 조합원들이 바빠 자녀의 하원을 챙기지 못할 때 아이들을 저희 집으로 데리고 와 저녁을 함께 먹곤 합니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 부모들 간 끈끈한 신뢰와 유대감이 형성돼 자녀를 서로 맡기는 품앗이 육아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어요.
" ◇ 지자체도 나섰다…놀이키트·돌봄공간 제공, 품앗이 육아 지원
각 지방자치단체도 손 걷고 공동육아 지원에 나서고 있다.
'공동육아나눔터'를 운영하는 지자체 육아종합지원센터는 코로나 사태로 발생한 돌봄 공백과 부모들의 양육 부담, 고립 상황 등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다.
서울 용산구의 경우 2022년 4월 기준 주민 35명이 참여하는 4개의 육아 품앗이 모임이 있다.
세 가정 이상이 품앗이 모임을 만들어 참여할 수도 있고, 모임을 형성하지 못한 개인은 용산구가족센터에서 품앗이 모임을 연결해주기도 한다.
용산구가족센터에서 운영하는 공동육아나눔터는 코로나 상황에 맞춰 나눔터 이용 인원을 회기 당 10명으로 제한했고, 놀이공간에서 장난감과 도서 등을 이용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매일 네 차례 소독하고 분기별 정기 소독을 진행해 부모와 자녀의 코로나 감염을 예방했다.
품앗이 육아를 하는 부모들에게 '비대면 플랫폼 활용방법' 교육을 제공해 온라인에서 모임을 지속할 수 있도록 했다.
집에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할 수 있는 놀이키트를 제공하기도 했다.
비대면 프로그램은 0~7세까지 연령별로 세분화하고, 조부모·아빠 등 다양한 양육자의 눈높이에 맞춰 진행했다.
채유정 용산구가족센터 공동육아나눔터 담당자는 "어린이집·유치원이 문을 닫으면서 가정 보육을 하게 된 부모들이 자녀와 집안에 고립되지 않고 다른 가정과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며 "공동육아나눔터에서는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또래 친구들을 사귀고, 보호자들도 거리낌 없이 어울릴 수 있는 양육 친화적 환경을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 서귀포시 여성가족과는 2021년 1년간 '함께 키우는 즐거운 육아' 사업을 진행했다.
코로나 상황으로 발생한 돌봄 공백과 부모의 양육 부담을 줄이고, 지역 사회가 돌봄공동체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 결과 공동육아나눔터는 458명의 부모와 자녀들이 이용했고, 공동육아나눔터에서 제공하는 비대면 프로그램은 1천77명의 주민이 활용했다.
품앗이 모임은 37명, 친구와 함께하는 방송댄스 배우기, 부모와 함께하는 공예·요리·보드게임 등 대면 프로그램은 209명이 참여했다.
서귀포시 여성가족과 관계자는 "공동육아나눔터뿐만 아니라,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프로그램을 적극 제공해 부모와 자녀가 코로나 상황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경남 창원시가족센터 성산구·마산회원구 공동육아나눔터는 코로나 기간에 총 705회에 걸쳐 1만 2천여 명의 주민에게 육아 프로그램을 지원했다.
부모가 어린 자녀와 집에서 함께 할 수 있는 가방 만들기, 간식 만들기 등 체험 꾸러미를 제공했고, 품앗이 육아 모임을 위해 음악·미술 활동, 오감놀이, 뮤지컬·영화 관람 등을 진행하기도 했다.
활동 참가자 전원을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5점 만점에 4.9점으로 나타났다.
한 참가자는 "보육시설 운영 중단이 장기화하면서 가정 보육에 대한 스트레스가 커지고 있었는데, 이웃들과 한 가족처럼 육아를 함께 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처럼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제공된 공동육아에 주민들이 큰 만족감을 느끼자, 서울시 육아종합지원센터는 올해 3월 공동육아문화 활성화를 위한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부모들이 육아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공간을 제공하고, 품앗이 육아를 지원함으로써 독박육아·고립육아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서울시에서는 만 6세 이하 자녀를 키우는 다섯 가정 이상이 한 팀을 만들어 신청하면 연간 40만원의 활동비를 지원하고, 팀장을 비롯한 양육자들에게 자녀 연령별 양육 교육과 상담을 제공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지난 3월 2~20일 공동육아 참가자를 모집했는데, 시민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5~12가구로 구성된 200개 모임, 총 2천600여 명이 지원 대상자로 선정됐다.
서울시 공동육아지원사업 이소연 담당자는 "공동육아를 통해 부모들이 양육에 대한 자신감과 올바른 양육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됨에 따라 다양한 대면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글 싣는 순서]
① "'함께 키움' 덕분에 둘째·셋째도 낳았어요"
② 코로나 돌봄 공백 "함께 했기에 메울 수 있었다"
③ 워킹맘도 육아 품앗이로 코로나 견뎌냈다
④ '직접 돌봄' 원해도 현실적인 선택은 '어린이집'
⑤ '돌봄공동체' 지원 사업, 성공·실패를 가른 이유(끝)
/연합뉴스
전국 지자체들, 가정육아로 고립된 부모와 자녀 위한 양육 지원
"코로나로 소풍 한 번 못 갔던 아이들이 마을 나들이를 했습니다.
오랜만에 마을에 생기가 넘치고 아이들도 즐거워하네요.
마을 나들이 이후에는 성덕중학교와 연계해 1·2학년 총 8개 반 학생들과 '내가 사는 마을 지도 그리기' 활동을 했습니다.
학생들에게 신성동의 역사를 들려주고, 지도를 함께 만들며 뜻깊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
대전광역시 유성구 신성동에 있는 마을공동체 '마실'이 운영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지난해 11월 올라온 게시글이다.
마실은 2013년 맞벌이를 하는 워킹맘들이 모여 육아와 아이들의 방과 후 교육을 서로 돕기 위해 만든 조직이다.
이들은 지금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의 육아·교육 품앗이를 하며 코로나 시대도 함께 이겨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모임 인원 제한 등 방역수칙을 지키면서 마을 나들이, 마을 지도 그리기 등 어린이·청소년들의 야외 활동을 추진했고, 활동이 끝난 뒤에는 주민들이 알 수 있도록 온라인 커뮤니티에 사진과 활동 내용을 게시했다.
부모들이 코로나 기간 외로운 육아를 하지 않도록 온·오프라인을 통해 주기적인 부모 모임도 했다.
자녀가 입던 옷이나 사용했던 물건 사진을 커뮤니티에 올리고 필요한 이웃에게 물려주는 활동도 꾸준히 해왔다.
대전시가 지난해 주민참여예산을 증액하면서 마실이 지원받는 금액도 늘었다고 한다.
기존에는 방과 후에 갈 곳 없이 없거나, 또래 친구와 어울리고 싶어하는 초등학생에 대한 돌봄을 진행했지만, 예산이 늘면서 중학생까지 지원 범위를 넓힐 수 있었다.
박현선 마실 이사는 "코로나 시국에도 부모들이 초등생부터 중학생까지 잘 돌볼 수 있도록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했고, 학생들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마을 상점·주민과 학교를 연결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사태로 더욱 빛을 발한 공동육아 사례는 마을공동체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 부모·교사간 합의와 소통으로 돌봄 공백 최소화한 공동육아 어린이집
워킹맘 신정현(48) 씨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통해 6살 딸을 키우고 있다.
신씨의 딸은 지난 4년간 서울 용산구에 있는 '칙칙폭폭 어린이집'을 다녔다.
이곳에는 60명의 부모, 30명의 자녀가 함께했다.
신씨는 "공동육아 어린이집 덕분에 코로나 시국 동안 돌봄 공백이 발생하지 않아 워킹맘으로서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팬데믹 상황에서 돌봄 공백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은 어린이집을 교사가 아닌 부모들이 주체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이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뜻이 맞는 부모들이 조합을 결성해 운영하는 공간이다.
그러다 보니 코로나 사태 때 등원 관리를 부모와 교사간 회의를 통해 결정할 수 있었다.
이들은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자녀들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데 합의했다.
아이들은 가면을 직접 만들어 연극 공연을 했고, 종이 박스와 재활용품으로 옷을 만들어 패션쇼를 했다.
여름엔 베란다에 간이 수영장을 만들어 물놀이하기도 했다.
이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부모들이 매달 내는 조합비로 운영되고, 조합비 대부분은 교사 인건비, 자녀들의 먹거리 제공에 쓰인다.
교사 1인당 아동수가 일반 어린이집에 비해 적다는 특징도 있다.
신입 조합원이나 신입 교사는 조합원들의 합의로 선발한다.
조합원 의견은 대표 의결체인 이사회를 통해 매달 공유되고, 주요 사항은 조합원 카페나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설문조사 등을 통해 결정한다.
매년 1~2번씩 정기총회를 열어 결산과 차기 예산을 결정하고, 이사장과 이사를 선출하기도 한다.
이러한 체계 속에서 부모들은 어린이집에 아이를 데려다주거나 데리러 갈 때 10분 이상 머무르지 않기, 식사 공간에 칸막이 배치, 어린이집 활동 시 마스크 착용 등 '방역 규칙'을 정했다.
그 결과 지난 2년여간 '칙칙폭폭 어린이집'에서는 단 한 건의 코로나 집단 확진이 발생하지 않았다.
신씨는 "코로나 사태가 한창 진행 중이던 2021년 아빠 1명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이 소식이 채팅방에 전파되자마자 아이들을 하원 시키고 부모 60명, 자녀 30명이 PCR 검사를 받았다"며 "부모와 교사들은 가까운 검사소와 검사 결과가 빠르게 나오는 검사소 등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했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전원 음성 판정을 받았고, 이때 열흘 간 어린이집 운영을 일시 중단한 것 외에는 운영을 중단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또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하원 시간에 부모가 교사들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일반 어린이집은 오후 4시 이전에 하원이 이뤄진다.
오후 7시30분까지 '연장 보육'을 신청했더라도 자녀가 어린이집에 혼자 늦게까지 남아있으면 교사들에게 피해를 줄까 봐 부모가 서둘러 자녀를 데리러 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오전 8시부터 오후 7시까지 합의된 시간 동안 자유롭게 부모들이 자녀를 맡길 수 있고, 정교사 외에 오전·오후 돌봄 교사가 별도로 있어, 교사들의 피로도도 적은 편이다.
교사들과 언제든 소통할 수 있어 자녀가 혼자 방치될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러한 장점 덕분에 코로나 상황에도 맞벌이 부모들이 일하는 데 지장을 겪지 않을 수 있었다.
"퇴근이 늦어지는 날에는 조합원들에게 딸의 하원을 부탁해요.
저도 조합원들이 바빠 자녀의 하원을 챙기지 못할 때 아이들을 저희 집으로 데리고 와 저녁을 함께 먹곤 합니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 부모들 간 끈끈한 신뢰와 유대감이 형성돼 자녀를 서로 맡기는 품앗이 육아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어요.
" ◇ 지자체도 나섰다…놀이키트·돌봄공간 제공, 품앗이 육아 지원
각 지방자치단체도 손 걷고 공동육아 지원에 나서고 있다.
'공동육아나눔터'를 운영하는 지자체 육아종합지원센터는 코로나 사태로 발생한 돌봄 공백과 부모들의 양육 부담, 고립 상황 등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다.
서울 용산구의 경우 2022년 4월 기준 주민 35명이 참여하는 4개의 육아 품앗이 모임이 있다.
세 가정 이상이 품앗이 모임을 만들어 참여할 수도 있고, 모임을 형성하지 못한 개인은 용산구가족센터에서 품앗이 모임을 연결해주기도 한다.
용산구가족센터에서 운영하는 공동육아나눔터는 코로나 상황에 맞춰 나눔터 이용 인원을 회기 당 10명으로 제한했고, 놀이공간에서 장난감과 도서 등을 이용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매일 네 차례 소독하고 분기별 정기 소독을 진행해 부모와 자녀의 코로나 감염을 예방했다.
품앗이 육아를 하는 부모들에게 '비대면 플랫폼 활용방법' 교육을 제공해 온라인에서 모임을 지속할 수 있도록 했다.
집에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할 수 있는 놀이키트를 제공하기도 했다.
비대면 프로그램은 0~7세까지 연령별로 세분화하고, 조부모·아빠 등 다양한 양육자의 눈높이에 맞춰 진행했다.
채유정 용산구가족센터 공동육아나눔터 담당자는 "어린이집·유치원이 문을 닫으면서 가정 보육을 하게 된 부모들이 자녀와 집안에 고립되지 않고 다른 가정과 지속적으로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며 "공동육아나눔터에서는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또래 친구들을 사귀고, 보호자들도 거리낌 없이 어울릴 수 있는 양육 친화적 환경을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 서귀포시 여성가족과는 2021년 1년간 '함께 키우는 즐거운 육아' 사업을 진행했다.
코로나 상황으로 발생한 돌봄 공백과 부모의 양육 부담을 줄이고, 지역 사회가 돌봄공동체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 결과 공동육아나눔터는 458명의 부모와 자녀들이 이용했고, 공동육아나눔터에서 제공하는 비대면 프로그램은 1천77명의 주민이 활용했다.
품앗이 모임은 37명, 친구와 함께하는 방송댄스 배우기, 부모와 함께하는 공예·요리·보드게임 등 대면 프로그램은 209명이 참여했다.
서귀포시 여성가족과 관계자는 "공동육아나눔터뿐만 아니라,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프로그램을 적극 제공해 부모와 자녀가 코로나 상황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경남 창원시가족센터 성산구·마산회원구 공동육아나눔터는 코로나 기간에 총 705회에 걸쳐 1만 2천여 명의 주민에게 육아 프로그램을 지원했다.
부모가 어린 자녀와 집에서 함께 할 수 있는 가방 만들기, 간식 만들기 등 체험 꾸러미를 제공했고, 품앗이 육아 모임을 위해 음악·미술 활동, 오감놀이, 뮤지컬·영화 관람 등을 진행하기도 했다.
활동 참가자 전원을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5점 만점에 4.9점으로 나타났다.
한 참가자는 "보육시설 운영 중단이 장기화하면서 가정 보육에 대한 스트레스가 커지고 있었는데, 이웃들과 한 가족처럼 육아를 함께 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처럼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제공된 공동육아에 주민들이 큰 만족감을 느끼자, 서울시 육아종합지원센터는 올해 3월 공동육아문화 활성화를 위한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부모들이 육아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공간을 제공하고, 품앗이 육아를 지원함으로써 독박육아·고립육아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서울시에서는 만 6세 이하 자녀를 키우는 다섯 가정 이상이 한 팀을 만들어 신청하면 연간 40만원의 활동비를 지원하고, 팀장을 비롯한 양육자들에게 자녀 연령별 양육 교육과 상담을 제공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지난 3월 2~20일 공동육아 참가자를 모집했는데, 시민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5~12가구로 구성된 200개 모임, 총 2천600여 명이 지원 대상자로 선정됐다.
서울시 공동육아지원사업 이소연 담당자는 "공동육아를 통해 부모들이 양육에 대한 자신감과 올바른 양육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됨에 따라 다양한 대면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글 싣는 순서]
① "'함께 키움' 덕분에 둘째·셋째도 낳았어요"
② 코로나 돌봄 공백 "함께 했기에 메울 수 있었다"
③ 워킹맘도 육아 품앗이로 코로나 견뎌냈다
④ '직접 돌봄' 원해도 현실적인 선택은 '어린이집'
⑤ '돌봄공동체' 지원 사업, 성공·실패를 가른 이유(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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