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블랙록은 최근 “다음 주주총회에서 기후 관련 안건 대부분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블랙록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주주총회 안건으로 올라오는 정책 상당수가 경영진을 구속하고 지나치게 규범적”이라며 “기업을 너무 꼼꼼하게 관리하려 하거나 주주가치를 제고하지 않는 방침엔 모두 반대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입장 표명은 블랙록이 그간 보인 행보와 정반대다. 블랙록을 이끄는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사진)는 ‘ESG 경영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가 2020년 연례 서한에서 “ESG 경영에 소홀한 기업은 주주총회에서 반대표를 행사하거나 주주개입 활동을 벌이겠다”고 밝힌 것을 기점으로 글로벌 기업 사이에서 ESG 열풍이 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블랙록은 투자 기업들의 주주총회에 올라온 환경·사회 관련 안건의 47%에 찬성표를 던졌다. 올해엔 이 비율이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블랙록은 지난달 몬트리올은행 주주총회에서 국제에너지기구(IEA)가 탄소중립 정책에 자금을 지원하는 안건을 놓고 반대표를 던졌다.
블랙록이 ESG 기준을 어떻게 바꿀지는 글로벌 자산운용업계 전반의 관심사다. 블랙록을 따라 ESG 기준을 정하는 곳이 적지 않아서다.
미국 정가에서도 ESG 속도 조절론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은 지난 10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변덕스러운 ESG 규정으로 화석연료업체를 약화하기 위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같은 기관들을 무기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