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장기화 여파 지속…청년·가족 관객 겨냥하며 활로 모색
"돈만 벌려고 했다면 실버영화관을 지키지 못했을 겁니다.
영화를 사랑하는 어르신들이 멀리서 찾아와 재밌게 관람하시고 영화를 볼 수 있게 해 줘서 고맙다고 인사해주실 때마다 보람을 느낍니다.
"
경기도 유일의 실버영화관인 경기 안산시 고잔동 '명화극장'이 2년이 넘게 이어진 코로나19 사태로 심각한 운영난을 겪다가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를 계기로 새로운 활로를 찾고 있다.
명화극장은 서울에서 극장사업을 하던 김현주(50) 대표가 문을 닫고 비어있던 안산의 옛 극장을 빌려 2012년 12월부터 실버전용 극장으로 새롭게 운영을 시작했다.
서울에서 운영하던 실버영화관에 관객이 폭주하면서 인기를 얻자 지자체에도 영화를 좋아하는 노인들을 위한 전용관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다.
실버영화관은 서울 2곳, 인천·천안·부산 1곳에다가 안산의 명화극장까지 포함하면 6곳 밖에 없다.
명화극장은 노인들이 부담 없이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2천원의 관람료를 받는다.
상영 영화도 1940년대 이후 만들어진 국내외 고전영화와 독립예술영화가 주를 이룬다.
노인 전용 영화관이 안산에 개관하자 하루평균 100명이 넘는 실버 관객이 각지에서 찾아올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명화극장은 지하철 4호선 중앙역과 이어져 있어 노인들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남양주, 수원, 안양 등 경기지역은 물론 서울, 인천, 강원 등지에서 영화 마니아들이 찾아왔다.
덕분에 60세 이상 고령자로만 채용한 영화관 직원 9명의 인건비와 건물 임대료를 충당할 수 있었지만, 다른 업종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로 운영난을 겪었다.
김 대표는 영화관을 찾는 고령층객의 특성상 감염에 취약할 수 있다고 판단해 코로나19 환자가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직후인 2020년 1월 26일 스스로 극장 문을 닫았다.
110일 만인 그해 5월 15일 다시 문을 열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상향될 때마다 1주씩 수시로 상영을 중단했다.
여기에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노인들의 외출 자체가 줄어들면서 관람객 수는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절반 아래로 감소한 하루평균 30∼40명에 그쳤다.
그러다 보니 인건비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경영이 악화해 김 대표는 대출을 받아 근근이 버텨야 했다.
이를 알게 된 관객들이 극장이 문을 닫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직원 회식비도 건네고 간식도 사주면서 격려했고, 일부 후원하는 사람도 생겨났다.
최근에는 부모와 함께 고전영화를 보러 오거나 연인이나 친구끼리 찾아오는 20∼30대들도 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서울의 실버극장과 공동으로 영화필름을 사서 극장에 보급하는 배급사 역할도 하면서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다.
경영이 아무리 어려워도 영화를 통해 시니어 세대의 삶의 질을 향상해 우울증, 치매, 자살 등 고령화 사회에서의 노인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노력을 지속하겠다는 각오다.
그는 "기업 하는 사람이라 수익도 중요하지만, 실버영화관은 돈 욕심 많이 내면 못하는 사업"이라고 했다.
명화극장은 개관 초기부터 5년간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아 다문화가정 입장료 할인, 원곡동 다문화특구 무료 야외상영, 이주민 행사에 영화관 무료 대관 등 지역사회를 위한 활동을 해왔다.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돼 일상 회복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은 운영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자체적으로 스마트폰 앱,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홍보 등을 통해 영화관을 알리는 데 애쓰고 있다.
안산시도 시정홍보 채널에 소개하며 도움을 주고 있다.
김 대표는 실버영화관은 기성세대와 젊은세대가 영화를 통해 각 세대의 문화를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창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
그는 "실버영화관에 오면 한국전쟁, 제1·2차 세계대전 시대를 살아온 어르신들이 닥터지바고, 사운드 오브 뮤직,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같은 영화를 왜 좋아하는지를 알게 된다"면서 "부모님과 식사를 하며 소통하는 것도 좋지만 실버영화관에서 함께 영화를 보는 것이 더 큰 소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명화극장은 119석에 일반 멀티플렉스 영화관보다 큰 스크린을 갖췄다.
관람료는 만 55세 이상 노인 2천원, 다문화가정 3천원, 일반 7천원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