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단체, 회고록 손배소송서 "전재국·이순자 상대로만 소송 유지"
"전두환 자녀 상속포기…손자에게까지 역사책임 묻진 않겠다"
전직 대통령 전두환 씨의 자녀들이 모두 유산 상속을 포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씨의 회고록과 관련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낸 5·18 단체들은 역사적 책임을 묻기 위한 소송인 만큼 만일 전씨의 부인 이순자 씨와 손자녀들이 공동으로 상속받게 된다면 손자녀에 대한 청구는 취하하겠다고 밝혔다.

광주고법 민사2부(최인규 부장판사)는 25일 5·18 4개 단체와 고(故) 조비오 신부의 유족 조영대 신부가 전씨와 아들 전재국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 변론기일을 열었다.

지난해 11월 23일 회고록 저자인 전씨의 사망으로 소송 승계 절차가 필요해졌다.

발행인인 아들 전재국 씨에 대한 소송은 상속 문제와 상관없이 그대로 유지된다.

전씨 측 변호인은 이전 재판에서 부인 이씨가 단독으로 법정상속인 지위를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법상 배우자는 1순위 상속자와 같은 자격으로 상속을 받게 되기 때문에 단독 상속을 받으려면 상속재산 분할 협의를 해야 한다.

이 협의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녀 4명(3남·1녀)이 모두 상속을 포기하면서 후순위인 손자녀와 이씨가 함께 상속을 받을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전두환 자녀 상속포기…손자에게까지 역사책임 묻진 않겠다"
전씨의 변호인은 이날 재판에서 "손자녀들도 상속 포기 절차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5·18 단체 등의 변호인은 "이 소송은 전씨가 5·18과 관련해 허위 주장을 하고 당사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역사적 책임을 묻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며 "재판 지연 등을 막기 위해서도 부인 이씨의 상속 지분에 한해서만 손해배상 청구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1심에서는 전씨 부자에게 각각 5·18 4개 단체에 각 1천500만원, 조영대 신부에게 1천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원고 측은 1심 인용액을 토대로 손해배상 청구액을 감축했다.

원고 단체 중 사단법인이었던 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가 지난 3∼5월 공법단체(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로 전환됨에 따라 원고 측도 소송 수계 신청을 했다.

5·18단체 등은 전씨가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비하하고 군의 헬기 사격 목격자인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같은 해 6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2018년 북한군 개입, 헬기 사격, 계엄군 총기 사용, 광주교도소 습격 등 전씨의 회고록에 기술된 23가지 주장을 객관적인 근거가 없는 허위사실이라고 판단했다.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은 2019년부터 현재까지 4년째 진행 중이다.

민사와 별개로 회고록과 관련한 사자명예훼손 형사 소송도 진행됐다.

전씨는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으며 항소심 중 사망하면서 공소 기각 결정이 내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