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철 하트하트재단 회장, 국내 첫 발달장애인 오케스트라의 17년 도전…"매순간이 감동"
산만하고 집중력이 낮아 5분 이상 앉아 있기도 힘든 발달장애 아동 8명을 모았다. ‘발달장애 아동이 어떻게 오케스트라 공연을 하느냐’는 핀잔이 쏟아졌지만 희망을 버릴 수 없었다. 악기를 연주할 때만큼은 눈을 반짝이는 아이들을 보면서 “할 수 있다”는 말을 되뇌었다.

올해 호암상 사회봉사상 수상자로 선정된 ‘하트하트재단’이 2006년 창단한 ‘하트하트 오케스트라’의 이야기다. 오지철 하트하트재단 회장(사진)은 시상식을 하루 앞둔 30일 “발달장애인의 열악한 생활 환경을 조금이나마 바꿔보자며 시작한 일이 이렇게 인정받으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오케스트라 운영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오 회장은 “인지발달 정도가 초등학교 1~2학년 수준인 발달장애 아동이 악보를 익히는 것은 ‘무모한 도전’에 가까웠다”고 토로했다. 그는 “산만하고 집중력이 낮은 발달장애 아동 특성상 교육 과정이 매우 험난했다”며 “비장애인이 10번 연습으로 익힐 수 있는 악보 하나를 1000번 가까이 연습했다”고 말했다.

창단 초기 첫 정기연주회 때는 ‘사랑으로’라는 곡 하나를 연주하는 데만 1년 넘게 걸렸다. 오 회장은 “무대에서 그냥 내려오는 단원이 있을 정도로 초기에는 어수선했다”며 “아이들이 공연에 집중하기까지 3~4년이 소요됐다”고 설명했다.

단원 8명으로 시작한 오케스트라는 30여 명으로 늘었다. 요즘은 웬만한 교향곡은 두 달 연습이면 충분하다. 클래식, 영화음악 등을 주로 연주한다. 오 회장은 2018년 미국 뉴욕 카네기홀 연주를 가장 감동적인 순간으로 꼽았다. 그는 “꿈의 무대에 오른 단원들에게 ‘너희가 해냈다’고 손뼉을 치니 활짝 웃더라”고 말했다. 하트하트 오케스트라가 국내외에서 선보인 공연은 1000회가 넘는다.

하트하트 오케스트라는 국내외 발달장애 치료 및 지원의 롤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해 전문 음악인을 꿈꾸는 단원도 생겼다”며 “발달장애인에게 자립할 수 있는 능력과 기회를 제시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했다. 오 회장은 “파리, 오스트리아 등 클래식 본고장에서 단원들의 연주를 들려주는 게 목표”라며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호암상 상금 3억원을 어떻게 쓰느냐가 요즘 하트하트재단의 고민거리다. 그는 “무관심, 편견, 차별은 장애인에게 치명적인 독과 같다”며 “이런 부분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곳에 상금을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 호암상은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삼성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선대 회장의 ‘공익 우선 정신’을 기리기 위해 1990년 제정했다. 호암재단은 매년 학술, 예술, 사회 발전, 인류 복지 증진에 탁월한 업적을 쌓은 인물을 선정해 포상한다. 호암재단 측은 “하트하트재단이 장애인 문화복지의 새로운 모델을 만든 공로를 높게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글=정지은 기자/사진=이솔 한경디지털랩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