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대구 수성구 범어동 법원 뒤 변호사 빌딩에서 불이 나 7명이 숨진 가운데 소방 대원들이 사망자를 이송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9일 오전 대구 수성구 범어동 법원 뒤 변호사 빌딩에서 불이 나 7명이 숨진 가운데 소방 대원들이 사망자를 이송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구 범어동 변호사 사무실 건물 화재 사건의 용의자는 소송 결과에 불만을 품고 상대편 변호사 사무실에서 범행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진다.

9일 대구지법에 따르면 이날 발생한 화재 사건의 방화 용의자 A씨(사망)는 대구 수성구의 한 주상복합아파트를 신축하는 사업의 시행사와 2013년 투자 약정을 했다.

A씨는 6억8000여만원을 투자했고 일부 돌려 받은 돈을 뺀 나머지 투자금 5억3000여만원과 지연 손해금을 달라며 시행사(법인)와 대표이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시행사(법인)만 A씨에게 투자금 및 지연 손해금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고 시행사 대표 B씨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A씨는 항소했지만 기각돼 해당 판결은 확정이 됐다.

하지만 B씨가 대표이사인 시행사는 A씨에게 돈을 주지 않았고 이에 A씨는 작년 다시 B씨만을 상대로 약정금 반환 소송을 냈다. 이 소송에서 B씨의 변호를 9일 불이 난 사무실에 소속된 C 변호사가 맡았다.

다시 낸 소송에서 A씨는 "선행 승소 판결이 있는데 B씨가 시행사를 완전히 지배하는 상황에서 법인격을 남용하고 시행사도 끊임없이 채무면탈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B씨는 A씨와 채권·채무 관계가 없다고 맞섰다.

사건을 심리한 대구지법은 B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B씨가 시행사를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지배적 지위에 있는 사람으로 인정하기 부족하고 실질적 지배자라고 하더라도 이런 사정만으로 곧바로 법인격 남용을 인정할 수도 없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패소한 A씨는 항소했다. 항소심은 작년 말 시작됐고 이달 16일에도 대구고법에서 변론기일이 예정돼 있었다. 불이 날 당시 C 변호사는 다른 지역에서 열리는 재판에 참석해 화를 피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