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거리두기 시행 후 국내 760곳 폐업…"일상 회복은 남 얘기"

"손님은 거의 없는데 목욕탕 물은 매일 갈아야 하니 사실상 수도료도 안 남는다고 봐야죠."
"물값도 안 남아요"…목욕탕·찜질방은 여전히 '코로나 한파'
경기 수원시에서 수년간 대중목욕탕을 운영하고 있는 A(65) 씨는 최근 폐업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지 한 달 넘게 지났지만, A씨가 운영하는 목욕탕에는 손님이 거의 없어 샤워하는 물소리조차 나지 않은 채 고요하고 썰렁한 모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비수기인 여름철에도 가벼운 차림에 목욕용품이 담긴 바구니를 들고 탕을 찾는 중장년층 손님들이 제법 있었지만, 요즘 매출은 그때의 반의 반도 되지 않는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성수기인 겨울철까지 휴업하면 배수 시설이 녹슬고 망가지거나 그나마 있던 단골손님마저 사라질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며 "내년 봄까지 버텨보고 정 안 되면 목욕탕 문을 닫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됐지만 코로나19 사태로 급감했던 목욕업계 등의 매출은 여전히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14일 행정안전부 지방행정 인허가데이터에 따르면 목욕장업으로 등록된 업소 중 국내에서 첫 거리두기 지침이 시행된 2020년 3월 22일 이후 폐업한 곳은 760곳에 달한다.

지난 2년여간 힘든 시기를 버티며 일상회복을 바랐던 업주들은 거리두기 해제 후에도 상황이 크게 나아지지 않자 전전긍긍하고 있다.

전남 지역에서 휘트니스 센터와 대중목욕탕을 함께 운영 중인 한 사장은 "거리두기가 풀린 뒤 요식업 종사자를 비롯한 많은 자영업자가 일상 회복을 반기며 기뻐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목욕업계는 전혀 그렇지 않다"며 "단골손님이 몇 명 더 늘었을 뿐 탕은 여전히 휑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습관처럼 편하게 목욕탕을 찾고 세신을 받던 사람들도 수년간 방문을 하지 않다 보니 이젠 감염 위험이 줄어들어도 탕에 올 필요를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며 "물가는 계속 오르는데 수입은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얼마 전에는 소유하고 있던 차량까지 팔 정도로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물값도 안 남아요"…목욕탕·찜질방은 여전히 '코로나 한파'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이같은 시설 이용 문화도 확연히 달라졌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수원시에서 20여년간 찜질방을 운영해왔다는 업주는 "예전에는 목욕탕이 친한 어르신, 아주머니들이 한데 모여 시간을 보내는 동네 '사랑방' 같은 곳이었는데, 요즘은 혼자 와서 목욕이나 세신을 간단히 마치고 돌아가는 손님이 대부분"이라며 "이젠 목욕탕에서 지인을 만나는 일이 없다시피 하니 내부 분위기도 점점 삭막해지고 단골손님은 더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거 같다"고 했다.

반면, 목욕업계 성수기인 겨울철이 다가오고 일상 회복 속도가 더욱 빨라지면 사정이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 섞인 의견도 있다.

수원시의 한 대중목욕탕 사장은 "젊은 사람들은 몰라도 중장년층 가운데서는 날씨가 쌀쌀해지면 대중목욕탕과 찜질방을 찾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일단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