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 제2차 다양성소통조정위원회 개최
"외국인 지역 건보료, 내국인보다 상대적으로 과중" 지적도

"저희는 한국에 머물 수 있는 기간이 최대 10년이 안 됩니다.

그런데 65세가 넘어야 받을 수 있는 '장기요양보험료'를 왜 내야만 하는 건가요?"
고용허가제(E-9) 비자를 받아 경기도 안산시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베트남 출신 A씨와 네팔 출신 B씨는 매월 납부하는 건강보험료 고지서에 장기요양보험료가 포함됐다는 사실을 최근 발견했다.

이들은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외국인은 9년 8개월까지만 체류할 수 있고, 20∼30대가 대부분"이라며 "우리는 애초부터 장기요양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10년도 못 있는데…이주노동자, 65세에 받는 보험료 납부 부당"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는 이처럼 외국인 건강보험료 체계의 불합리함 등을 다룬 '제2차 다양성소통조정위원회(위원장 이정호)'를 개최했다고 15일 밝혔다.

내외국인 사이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해 출범한 위원회는 외국인·다문화 인권 분야에 종사하는 시민단체 관계자와 법률 전문가 등 10여 명으로 구성됐다.

이주민이 다수 거주하는 지역이 증가함에 따라 발생하는 생활 속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기도가 마련한 갈등 조정기구다.

이날 열린 위원회에 A씨와 B씨를 대신해 참고인으로 출석한 최경식 '글로벌 미션센터' 목사는 "'65세가 되기 전에 귀향할 수밖에 없는데 왜 매달 보험료를 내야 하냐'는 이주노동자의 질문에 할 말이 없었다"며 "이들을 장기요양보험료 징수대상에서 제외하고, 본인이 원하는 경우에만 임의 가입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강보험당국은 외국인 본인의 필요와 선택에 따라 지역가입자로 임의로 가입할 수 있던 방식을 2019년부터 '당연 가입'으로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외국인 건보 가입자에게 부과된 보험료는 2020년 1조5천417억원으로, 2016년(7천756억원)보다 갑절 가까이 증가했다.

위원회 관계자는 "만약 장기요양보험료를 임의 가입으로 변경하는 것이 어렵다면, 출국 시 환급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10년도 못 있는데…이주노동자, 65세에 받는 보험료 납부 부당"
이날 위원회에서는 외국인 지역가입자에게 부과되는 보험료가 과중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건강보험공단이 외국인의 건강보험 가입과 보험료 부과 기준 등을 강화하면서 2019년 7월부터 한국에 들어와 6개월 이상 거주하는 외국인은 직장가입자나 피부양자가 아니면 의무적으로 지역가입자로 가입해 보험료를 전액 부담해야 한다.

문제는 외국인 지역가입자의 경우 대부분 소득 수준이 낮은 이주노동자 신분임에도 내국인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건보료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건보 당국이 외국인 지역가입자의 재산과 소득을 파악하기 어려워 적정 보험료를 부과할 수 없다는 이유로 외국인 지역가입자의 개별 산정 보험료가 전년도 건보 전체 가입자(직장가입자+지역가입자)의 평균보험료에 못 미칠 경우, 평균보험료를 일률적으로 부과하기 때문이다.

4월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외국인 건강보험제도 현황과 가입자의 수용성 제고를 위한 개선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 지역가입자에게 부과되는 월 평균보험료는 11만8천180원으로, 내국인 등을 포함한 전체 월평균 부과액(9만7천221원)보다 21.6% 많았다.

보고서를 작성한 문심명 국회입법조사관은 "내국인은 가구 소득과 보유 재산에 따라 그에 걸맞은 지역 건보료를 책정하는 반면에 외국인은 그렇지 않다"며 "외국인의 소득이나 자산이 평균 미만이면 평균 수준의 보험료를 일괄적으로 부과하고, 평균 이상의 경우 그에 걸맞은 보험료를 부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에서 위원회 업무를 담당하는 김대권 팀장은 "앞으로도 위원회를 통해 내외국인 간 갈등을 조정하고 소통을 강화해 이주민이 우리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