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사실이 탄로 난 뒤에도 이혼만은 하고 싶지 않다는 남편의 요구에 지옥 같은 결혼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여성의 사연이 알려졌다.
아내 A 씨는 15개월 전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불륜녀와 3자대면도 했고 남편에게 이혼하자고 요구했지만, 남편은 '앞으로는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혼 후 생활이 막막하기도 했던 A 씨는 남편 B 씨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기로 마음먹고 용서했다.
하지만 약속과 달리 남편 B 씨는 상대 여성과의 만남을 이어오고 있었고 A 씨의 배신감은 더 크게 다가왔다.
A 씨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결혼 이혼 게시판에 "이혼하지 않겠다고 붙잡은 건 남편이다. 그 상대 여성이 좋으면 이혼하고 계속 만나면 되지 왜 이혼도 하기 싫다고 하고 그 여자와도 헤어지지 않는 건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제가 경제적 능력이 없어서 이혼은 하지 않으려 눈 감고 넘어갔지만, 가정을 배신한 남편에 대해서는 용서가 되지 않는다"면서 "매일 속에서 천불이 나고 문득 한 번씩 감정이 격해지면 분노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아 혼자 피눈물을 흘린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저는 가정주부고 현재 남편이 주는 생활비로 생활 중이며 그 외 남편의 수입이나 지출 내용은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라며 "그 두사람은 절대 헤어지지 않을 것 같은데 이렇게 마냥 참고 살 수도 없고 막상 이혼을 한다 해도 현실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법알못(법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 자문단 이인철 변호사는 A 씨 경우와 비슷하게 외도 배우자가 이혼을 거부한 사례를 소개했다.
아내는 전업주부, 남편은 사업가였던 이들은 결혼생활 30년이 된 황혼 부부다. 남편은 사업을 하고 아내는 내조를 잘하여 결국 이들 부부는 100억원대의 재산을 형성하게 됐다. 그런데 남편은 거의 모든 재산을 남편 단독명의로 했고 자신은 호화롭게 살면서 아내에게는 재산을 주지 않고 여러 차례 외도했다.
아내는 자녀들 때문에 이혼하지 않고 참고 살며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그런데 부부 사이가 더 나빠지자 별거를 하게 되고 결국 아내는 이혼을 결심하게 되었다. 아내는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하고 재산분할도 요구했지만 남편은 이혼은 물론 재산분할도 거절했다. 부득이 아내는 법원에 이혼 재판을 청구했다. 남편은 판사 앞에서 ‘저는 아내를 너무 사랑하고 가정을 지키고 싶다’고 하며 이혼은 물론 재산분할도 거부했다.
아내는 외도 등의 이혼 사유를 주장했지만, 이혼을 미리 준비한 것이 아니라서 오래전에 발생한 외도의 증거를 마련할 수는 없었다. 오히려 남편은 자신은 잘못이 없고 아내가 잘못이 있다며 아내의 이혼 청구를 기각시켜 달라고 했다.
남편은 아내가 이혼 재판을 할 것을 대비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를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하고 자신의 재력을 이용하여 미리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이혼 재판을 준비한 것이다. 결국 재판에서 아내의 이혼 청구는 기각됐다. 아내는 이혼도 하지 못하고 재산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되고 말았다.
이 변호사는 "외도가 문제 되면 부부는 힘든 시간을 보내게 된다. 만약 잘못한 사람이 있으면 아직 상대방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면 진심으로 사과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좋다"면서 "아직 이혼을 결심하지 못했다면 현재 그리고 장래에 배우자를 신뢰하고 사랑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배우자의 잘못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고 신뢰하지 못한다면 과연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있고 앞으로도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만약 배우자가 한때 잠깐의 실수이고 진심으로 그것을 반성하고 있고 앞으로는 잘못하지 않겠다는 확신이 있다면 이혼을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라며 "그러나 배우자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신뢰를 주지 못하고 앞으로도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면 과감하게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쇼윈도 부부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 언젠가는 이혼에 이를 것이다. 다만 유책주의를 고수하는 현행법 때문에 절대 쉽지는 않다"면서 "배우자가 이혼을 거부하고 있다면 이혼 사유를 입증한 증거를 준비해야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도움말=이인철 법무법인리 대표변호사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