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퍼트럭이 피해 여성으로 받은 주문 요청사항. (사진 = 치퍼트럭 페이스북 캡처)
치퍼트럭이 피해 여성으로 받은 주문 요청사항. (사진 = 치퍼트럭 페이스북 캡처)
"경찰을 불러주세요." 납치된 여성이 배달앱으로 경찰에 신고해 달라는 요청사항을 남기면서 무사히 구출됐다.

26일(현지시간) 미국 ABC뉴스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뉴욕주 브롱크스에 위치한 카페 치퍼 트럭(Chipper Truck Cafe)은 지난 19일 오전 5시께 배달앱 그럽허브(Grubhub)에서 샌드위치와 소고기 버거 주문을 받았다.

주문 자체는 특별하지 않았지만, 추가 요청은 눈길을 끌었다. 주문자는 요청사항에 "경찰을 불러 달라. 경찰들과 함께 배달해 달라"며 "티내지 말아 달라"는 주의사항도 남겼다.

요청사항을 본 직원들은 혼란스러웠다. 요청사항이 장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판단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길로 직원들은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물었다. 가게 사장은 "(잘못된 신고로) 후회하는 것보다는 안전한 것이 낫다"며 경찰을 부르라고 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오전 6시20분께 배달지인 브롱크스의 한 아파트를 급습했다. 실제로 그곳엔 주문자인 20대 여성이 감금돼 있었고, 여성은 무사히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피해 여성은 데이팅앱을 통해 만난 30대 남성 케모이 로열과 처음으로 오프라인으로 만났다. 로열은 피해 여성을 만나자마자 그에게 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피해 여성은 "데이팅 앱을 통해 로열과 만났고, 그의 집으로 들어갔지만 마음이 편치 않아 집에 돌아가겠다고 했다"며 "그러자 그가 내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고 진술했다.

심지어 로열은 피해 여성 외에도 성폭행을 목적으로 다른 여성들도 납치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20대 다른 여성에게 성범죄를 저질러 고소를 당한 상태였다. 그는 피해 여성을 자신의 집으로 유인, 흉기로 협박했다. 피해 여성이 목을 조르고 피가 날 때 까지 몸을 물어뜯고 성폭행까지 저질렀다.

경찰은 강간 미수, 폭행, 성추행 등 혐의로 로열을 현장에서 체포했다. 카페 사장인 엘리스 베르메조는 "사람들은 보통 음식을 주문할 때 시럽 추가할 수 있나요 등을 묻는데 이런 메시지를 받은 적은 없었다"며 "메시지는 뒤죽박죽 적혀 있었지만 내용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나중에 경찰이 우리 가게로 전화를 걸어 용의자가 체포됐고, 여성은 안전하다고 말해줬다"며 "그 말을 듣고 정말 행복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이 알려지자 그럽허브 측은 "치퍼 트럭을 지원하고 싶다"며 5000달러(약 650만원)의 감사금을 전달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