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민성 장증후군과 과민성 방광증후군. 현대인의 대표적인 과민성 질환으로 꼽힌다. 사실 생명을 위독하게 하는 병은 아니지만 기능적으로 계속 문제가 될 수 있는 체질적 질환이다. 개선이 안 되면 일상생활에 크고 작은 불편을 주고, 심한 경우 외출도 못 할 만큼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서구에서 흔한 선진국형 질병이지만 최근 국내에서도 유병률이 높아지고 있다. 완치는 어렵지만 노력한다면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게 의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장에 쥐가 나는 과민성 장증후군

과민성 장·방광, 툭하면 화장실行…잦은 설사·소변 지속땐 의심을 [김정은 기자의 생생헬스]
40대 초반 직장인 이모씨는 조금만 신경 쓰거나 술을 먹으면 복통이 생기고 바로 설사를 한다. 회의에서 발표자로 나서거나 상사가 갑자기 부르면 아랫배가 살살 아파오며 부글거린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긴장하면 증상이 더 심해지는 것 같다. 하지만 막상 용변은 시원하게 보지 못하고, 변비 증세도 있다.

이씨가 겪는 증상이 과민성 장증후군이다. 과민성 장증후군은 인구의 20% 이상이 경험할 만큼 흔하다. 설사나 변비 같은 배변 양상의 변화를 동반하는 장의 기능성 질환으로, 배꼽을 중심으로 복통이 생기거나 복부 불편감을 동반한다. 명승재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쉽게 말하면 장에 ‘쥐’가 나는 것”이라며 “최근 3개월간 주 1회 이상 복통이 나타나고 배변 변화로 이어진다면 과민성 장증후군으로 진단한다”고 설명했다.

원인은 다양하다. 유전성이 있으며 스트레스 같은 심리적인 요인과 특정 음식 과민 반응, 과로, 흡연 등이 꼽힌다. 매운 음식과 술, 우유 등은 증상을 악화할 가능성이 높아 피하는 게 좋다. 몸에 무리가 가는 인자들이 누적되지 않도록 생활을 조절해야 한다. 장을 안정화하는 약제를 비롯해 장내 유리한 균주를 많게 하는 생균제제, 변 완화제 등이 치료제로 쓰인다.

많은 환자가 과민성 장증후군이 대장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궁금해한다. 김은란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과민성 장증후군은 대장암의 위험인자가 아니다”며 “다만 일부 대장암에서 과민성 장증후군과 비슷한 복통이나 복부 불편감이 발생할 수 있으니 잘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걷잡을 수 없는 요의…과민성 방광

60대 후반 주부 박모씨는 밤마다 여러 차례 소변을 보느라 잠을 잘 못 잔다. 요의가 느껴지기 시작하면 참을 수가 없다. 화장실로 가는 사이 소변이 새는 경우도 종종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출하더라도 화장실 위치부터 알아놔야 하고 화장실이 없는 곳은 외출할 엄두가 안 난다. 소변 때문에 물이나 음료수를 마시는 것도 꺼려진다.

과민성 방광증후군은 방광에 소변이 충분히 차지 않았는데도 방광 근육이 갑자기 수축하며 과민해져 빈뇨가 생기는 질환이다. 야간뇨를 동반해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보통 성인은 낮에 4~6회, 밤에 0~1회가량 배뇨한다. 이를 넘어 배뇨 횟수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는 걸 빈뇨라 한다. 야간에 생기는 빈뇨가 야간뇨다.

과민성 방광 역시 성인 인구의 16%가 겪는 흔한 질환이다. 65세 이상에선 10명 중 3명꼴로 나타날 만큼 노화가 큰 원인이다. 나이가 들면서 방광 기능에 이상이 생기고 호르몬 분비가 줄기 때문이다. 배뇨가 이뤄지려면 뇌부터 척수, 방광까지 신경이 제대로 전달돼야 하는데 이 과정에 문제가 있어도 과민성 방광증후군이 생긴다.

꾸준히 치료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수술을 비롯해 약물치료, 전기자극 치료 등이 있다. 일상 속 실천도 병행해야 한다. 주명수 서울아산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배뇨 간격을 3~4시간으로 조절하며 배뇨 습관을 교정해야 한다”며 “수분 섭취를 일부러 제한하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고 했다. 카페인과 담배, 술은 멀리해야 한다. 비만인 경우는 골반 근육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에 체중 조절이 필요하다.

세간의 오해와 달리 과민성 방광증후군은 방광염과 다른 질환이다. 이규성 삼성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과민성 방광증후군이 방광염의 발생 확률을 높이는 건 아니다”며 “과민성 방광증후군엔 감염이나 기저질환, 대사장애 등은 없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