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상해, 주거 침입 폭행, 사기, 특수절도, 근로기준법 위반….

조직폭력배의 전과가 아니다. 지난 1일 취임한 전국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의 범죄 경력 중 일부다. 제8회 지방선거 당선인 3명 가운데 1명이 범죄 경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번 지방선거 당선자를 분석한 결과 4102명 중 1341명(33%)이 범죄 전과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15일 밝혔다. 국민의힘 소속 당선인 2131명 가운데 35%인 742명이 범죄 경력이 있었고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1774명 중에선 28%인 500명이 전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소속 당선인은 166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88명이 전과가 있었다.

유형별로 보면 구·시·군 기초자치단체의회 의원 당선인 1341명 가운데 67%에 달하는 903명이 전과가 있었다. 전과가 많은 상위 10명 가운데 9명이 광역·기초의회 의원이며 평균 7.9건의 범죄 경력을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10명 가운데 무소속 2명을 제외한 8명이 국민의힘 소속이다.

김정희 경북 울진군의회 의원(국민의힘)은 음주운전 및 도로교통법 위반 8건을 포함해 가장 많은 10건의 범죄 경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재창 강원 태백시의회 의원(국민의힘)은 주거침입 및 상해 2건 등 9건의 전과가 있었다. 자치단체장 중에선 국민의힘 소속 이승화 경남 산청군수가 뺑소니, 폭력, 뇌물공여 등 9건의 범죄 경력을 신고했다.

지역별로는 경북(43%)이 당선자 대비 전과자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어 경남(42%) 울산(40%) 전남(39%) 충남(37%) 순으로 범죄 경력자 비중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실련은 지방선거에서 범죄 경력자들이 걸러지지 않은 주요 원인으로 정당들의 ‘깜깜이 공천’ 관행을 지목했다. 지방선거 후보자 7531명 가운데 범죄 경력자 2727명(36%)이 정당의 공천을 받았다. 경실련 관계자는 “악질적 범죄 경력자들이 지방선거에서 대거 당선된 것은 양당 지역구 국회의원의 무분별한 내리꽂기 공천이 이뤄졌기 때문”이라며 “엄격한 공천 기준을 재정립하고 공천 심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거 이후에는 정부가 당선인의 범죄 경력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국민은 선출직 공직자들이 어떤 경력을 가지고 있고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 알 권리가 있다”며 “선거 이후에도 당선인의 범죄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상시 업데이트해 국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세영 기자 seyeong202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