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또 표절 터졌다…그림 72장 베낀 을지대·여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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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교수 2명의 이름으로 출판된 책이 다른 책에서 72건의 그림을 그대로 베껴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달 서울대 윤성로 교수 연구팀에서 논문 표절 사건이 터진 후 학계에서 다시 한번 표절 사건이 터진 것이다.
17일 한국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표절 의혹이 제기된 책은 을지대 A교수와 여주대 B교수의 이름으로 지난해 7월 출간된 ‘회로이론 및 실습’이라는 전기전자공학 전공서다. 이 책에 들어간 회로 도안 삽화 72개가 앞서 2015년 나온 ‘기초회로이론실습’에 삽입된 그림과 동일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원도서의 저자가 대학 강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자료의 그림도 복제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A·B교수는 본인들이 명의를 도용 당했다고 말을 바꿨다. 지난 4월 경찰의 불송치 결정문에 따르면 A·B 교수는 “책을 실제로 집필하고 표절을 저지른 사람은 대학 시간 강사 C씨로, C가 본인들의 허락을 받지 않고 임의로 명의를 도용해 책을 냈다”고 주장했다. 경기광주경찰서는 A·B 교수가 표절을 저질렀다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사건을 ‘혐의 없음’으로 종결시켰다.
그러나 A·B 교수가 표절과 대필 의혹을 모두 피하기 위해 '명의 도용'을 주장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우선 표절 의혹과 관련해, 저자로 일단 이름을 올렸다면 본인이 직접 집필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표절 책임을 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남형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저서 '표절 백문백답'에 따르면, 공동으로 쓴 책의 경우 다른 공저자의 집필 부분에 표절이 있다면 공저자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표절 책임을 피하려면 어떤 부분을 누가 집필했는지 명확히 구분해 기재해야 한다. 이 사건에선 설령 A·B 교수가 이론 부분만 집필하고, 그림 부분은 C 강사가 집필했더라도 저자인 A·B 교수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다. 책에는 A·B 교수만 저자로 이름을 올리고, C 강사는 저자로 기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A·B 교수가 경찰 조사에서 주장한대로 명의를 도용 당해 책이 출간됐다고 한다면, 이 같은 저자로서의 책임을 피해갈 수 있게 된다.
대필 의혹도 피할 수 있다. 지난해 A·B 교수가 원저자에게 해명한대로 그림과 실습 부분을 C강사와 후배 D씨가 집필하고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면, 이는 대필로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한다. 지난해 7월 대법원은 실제 저작자가 아닌 사람을 저작자로 표시했을 때, 이 저작자로 표시된 사람도 저작권법 위반죄로 처벌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A·B 교수가 명의를 도용당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이런 대필 책임도 피할 수 있게 된다.
각 대학도 표절 행위에 대해 조사 중이다. 을지대는 지난 5월 A교수의 표절 의혹에 대해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규정상 학계에서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범위를 심각하게 벗어난 행위”라고 판단했다. 여주대는 B교수에 대한 두 차례의 예비조사에서 모두 “표절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다만 B교수는 사표를 내 지난 2월 여주대 교수에서 사직했다. 대학 교수가 징계를 받게 되면 연금 등에 불이익이 생길 수 있지만, 징계를 받기 전 사직하면 불이익을 면할 수 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17일 한국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표절 의혹이 제기된 책은 을지대 A교수와 여주대 B교수의 이름으로 지난해 7월 출간된 ‘회로이론 및 실습’이라는 전기전자공학 전공서다. 이 책에 들어간 회로 도안 삽화 72개가 앞서 2015년 나온 ‘기초회로이론실습’에 삽입된 그림과 동일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원도서의 저자가 대학 강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자료의 그림도 복제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원저자 이니셜·오류까지 '복사'
표절 의혹이 제기된 그림들은 원본을 그대로 복사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똑같다. 예컨데 A·B 교수의 도서 7장 ‘교류신호의 기본이론’ 85페이지에 실린 회로 도안은 원본 도서의 480페이지에 실린 그림과 완전히 동일하다. 구성만 같은 수준이 아니라 그림에 삽입된 글씨체, 요소별 색깔, 선의 굵기마저도 동일해 원본 그림을 그대로 복사해 삽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원저자의 이니셜이 박힌 그림도 있다. 원저자는 회로 도안 일부에 초록색, 노란색, 파란색을 이용해 본인 이름의 알파벳 이니셜 세 글자를 새겨놓았다. 표절 의혹 도서의 89페이지에서 ‘직류 신호의 측정’을 설명하는 대목에 삽입된 그림에는 이 이니셜이 들어간 그림이 들어가있다. 오류도 똑같다. 원저자가 잘못 표시한 전류 방향을 표절 의혹 도서에서도 똑같이 표시하고 있다. 표절 의혹 도서 40페이지에 삽입된 그림은 회로 도안 상 플러스가 오른쪽, 마이너스가 왼쪽 방향에 있는데, 맞게 표시하려면 반대가 돼야 한다. 원저자의 대학 강의 교안과 도서에 있는 오류와 동일하다.경찰 조사에서 "강사에 명의 도용 당했다" 주장
원저자가 이 같은 표절 사실을 알아차리고 항의하자 A·B교수는 합의금 5000만원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이들은 "이론 부분은 집필했지만, 표절 의혹이 제기된 그림 부분은 책에 저자로 이름을 올리지 않은 대학강사 C씨와 그 후배 D씨가 작성했다"는 취지로 원저자에게 해명했다. 원저자는 합의 제안을 거부하고 경찰에 저작권법 위반으로 이들을 신고했다.경찰 조사에서 A·B교수는 본인들이 명의를 도용 당했다고 말을 바꿨다. 지난 4월 경찰의 불송치 결정문에 따르면 A·B 교수는 “책을 실제로 집필하고 표절을 저지른 사람은 대학 시간 강사 C씨로, C가 본인들의 허락을 받지 않고 임의로 명의를 도용해 책을 냈다”고 주장했다. 경기광주경찰서는 A·B 교수가 표절을 저질렀다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사건을 ‘혐의 없음’으로 종결시켰다.
그러나 A·B 교수가 표절과 대필 의혹을 모두 피하기 위해 '명의 도용'을 주장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우선 표절 의혹과 관련해, 저자로 일단 이름을 올렸다면 본인이 직접 집필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도 표절 책임을 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남형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저서 '표절 백문백답'에 따르면, 공동으로 쓴 책의 경우 다른 공저자의 집필 부분에 표절이 있다면 공저자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표절 책임을 피하려면 어떤 부분을 누가 집필했는지 명확히 구분해 기재해야 한다. 이 사건에선 설령 A·B 교수가 이론 부분만 집필하고, 그림 부분은 C 강사가 집필했더라도 저자인 A·B 교수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다. 책에는 A·B 교수만 저자로 이름을 올리고, C 강사는 저자로 기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A·B 교수가 경찰 조사에서 주장한대로 명의를 도용 당해 책이 출간됐다고 한다면, 이 같은 저자로서의 책임을 피해갈 수 있게 된다.
대필 의혹도 피할 수 있다. 지난해 A·B 교수가 원저자에게 해명한대로 그림과 실습 부분을 C강사와 후배 D씨가 집필하고도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면, 이는 대필로 저작권법 위반에 해당한다. 지난해 7월 대법원은 실제 저작자가 아닌 사람을 저작자로 표시했을 때, 이 저작자로 표시된 사람도 저작권법 위반죄로 처벌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A·B 교수가 명의를 도용당했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이런 대필 책임도 피할 수 있게 된다.
각 대학도 표절 행위에 대해 조사 중이다. 을지대는 지난 5월 A교수의 표절 의혹에 대해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규정상 학계에서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범위를 심각하게 벗어난 행위”라고 판단했다. 여주대는 B교수에 대한 두 차례의 예비조사에서 모두 “표절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다만 B교수는 사표를 내 지난 2월 여주대 교수에서 사직했다. 대학 교수가 징계를 받게 되면 연금 등에 불이익이 생길 수 있지만, 징계를 받기 전 사직하면 불이익을 면할 수 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