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들이 항공권 판매를 대리했음에도 수수료를 받지 못한 데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세계 주요 항공사가 소속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시정명령을 내려 눈길을 끌고 있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달 말 IATA의 여객 판매 대리점 계약에 ‘회원 항공사가 여행사에 지급하는 모든 수수료와 기타 보수는 항공사가 결정한다’고 기재된 조항을 문제 삼아 시정명령을 내렸다. IATA는 세계 120개국 290개 항공사가 가입한 항공사 단체다. 여행사들은 IATA 소속 항공사의 국제 여객 항공권 판매를 대리하기 위해 IATA와 대리점 계약을 맺고 있다.

여행업계와 항공업계의 갈등은 2010년 대한항공 등 국내 주요 항공사가 항공권 판매대리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불거졌다. 항공사들은 원가 절감 등을 이유로 내세우면서 “수수료는 항공권 구매자들로부터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IATA의 여객 판매대리점 계약 내용을 수수료 폐지 결정의 정당성을 보여주는 법적 근거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여행사들은 “항공사들이 일방적으로 수수료를 없앤 것은 불공정하다”고 반발했다. 그 후 주요 여행사가 소속된 한국여행업협회가 법무법인 대륙아주를 대리인으로 선임하고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 협회는 2020년 공정위에 IATA의 여객 판매 대리점 계약에 대한 불공정 약관 심사를 청구했다.

공정위는 심사 끝에 지난해 10월 “여객 판매 대리점 계약의 일부 조항이 약관법을 위반했다”며 IATA에 이 조항을 시정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IATA가 “조항 내용을 변경하려면 모든 회원 항공사가 결의해야 한다”며 이행이 어렵다는 입장을 유지하자 시정명령 조치를 내렸다. 공정위는 “수수료 변경은 당사자 간 합의에 따라 조정하는 것이 기본 법리”라며 “항공사 측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약관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다음달 안에 IATA와 해당 조항에 대한 시정 협의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IATA가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검찰에 고발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신지영 대륙아주 변호사는 “세계 여행·항공업계에서 오랫동안 불공정 논란이 있는 IATA의 약관에 대해 한국 정부가 가장 먼저 시정명령을 내려 개선 의지를 보였다는 것이 큰 의미”라며 “IATA가 시정명령대로 약관을 고치면 여행사들이 항공권 판매대리에 대한 정당한 수수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