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솟값 폭등에 영양사들도 한숨…"예산 맞추기 힘들어"
"상추 한 장에 200원꼴이에요"…고깃집·쌈밥집 업주들 울상
서울 마포구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A씨는 인기 메뉴 중 하나인 우렁이 강된장 쌈밥을 당분간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배달 앱에서도 이 메뉴는 '품절'로 나타나도록 설정했다.

상추, 깻잎 등 쌈 채소 가격이 폭등하면서 이 메뉴를 팔면 팔수록 오히려 손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A씨는 "대략 상추 한 장에 200원 정도 한다고 보면 된다"며 "기본적으로 상추를 7∼8장 제공하고, 더 달라는 손님에게 몇 장을 더 주다 보면 채솟값만 2천원을 훌쩍 넘긴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물가 상승세가 멈출 줄 모르고 이어지는 가운데 상추, 배추, 오이 등 채소 가격마저 뜀박질하면서 자영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채소 없이는 요리를 내놓기 어려운 쌈밥집, 고깃집을 운영하는 업주들은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리거나 제공하는 양을 줄이는 등 고육책을 쓰는 모습이다.

서대문역 인근에서 28년간 고깃집을 운영한 송경숙(68)씨는 얼마 전 고민 끝에 고기 1인분 가격을 1천원 올렸다.

송씨는 냉장고에 보관돼 있던 상추 한 박스를 꺼내 보여주며 "4㎏에 2만원씩 하던 상추가 지금은 10만원까지도 한다"며 "손님들께 드리는 야채 양을 줄일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강서구 고깃집 사장 정모(50)씨는 '금추'가 된 상추를 대체할 만한 채소를 찾아봤지만, 이내 포기했다고 한다.

배추, 깻잎 등 다른 쌈 채소 가격 역시 만만치 않게 올랐기 때문이다.

정씨는 "가격에 민감한 업종이라 쉽게 값을 올리지도 못한다"며 "최근에 코로나19까지 재확산하며 손님이 줄었지만, 버티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이 있겠느냐"며 씁쓸해했다.
"상추 한 장에 200원꼴이에요"…고깃집·쌈밥집 업주들 울상
한정된 예산으로 균형 잡힌 식단을 짜야 하는 영양사들도 채솟값 폭등으로 머리를 싸매고 있다.

채소를 조금만 넣거나 아예 빼자니 음식 질이 낮다는 불평을 듣고,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꾸리자니 예산을 훌쩍 초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앞서 식용유, 밀가루 등 각종 식자재 가격까지 올라 예산을 맞추기가 더 힘들어졌다고 영양사들은 입을 모았다.

30년 동안 초등학교 급식 교사로 근무한 이모(53)씨는 "식용윳값이 거의 두 배 올라 튀김 요리를 가끔만 제공하고, 비싼 채소나 과일을 덜 주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갑자기 물가가 올라 식단 짜는 게 무척 힘든데, '급식이 부실해졌다'는 불만까지 여기저기서 들려와 스트레스가 늘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영양사 박모(26)씨는 "식자재 시세를 살펴보고 가격이 내려간 품목이나 세일 품목 위주로 메뉴를 짠다"며 "자연스레 비슷한 재료로 만들어진 음식이 계속 나가고 있는데, 이마저도 예산을 초과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