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량'이 '불멸의 이순신' 따라 했다?…법원 "전혀 달라"
드라마 '임진왜란 1592'가 영화 '명량'의 왜선 디자인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소송당해 1심에서 패소한 KBS가 오히려 자사 프로그램 저작권을 침해당했다며 제기한 맞소송에서도 패소했다.

26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61부(부장 권오석)는 KBS가 지난 2020년 3월 '명량' 제작사인 빅스톤픽쳐스와 이 회사 대표(김한민 감독)를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금지 등 청구 소송을 최근 원고 패소 판결했다.

KBS는 지난 1999년 2월 13일 방영한 교양프로그램 '역사스페셜-거북선 머리는 들락거렸다'와 2004년 9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방영한 104부작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의 저작권을 '명량'이 침해했다며 영화의 일부 장면을 폐기하고 10억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두 프로그램의 거북선 컴퓨터그래픽(CG)과 소품, 장면 등을 '명량'이 그대로 사용했다는 게 KBS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빅스톤픽쳐스 등의 CG·소품·장면은 KBS의 CG·소품·장면과 소재의 선택·구성·배열, 색채, 모양, 비율, 형태 등에서 확연히 구별돼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KBS가 유사성을 주장한 일부 요소에 대해서도 "전혀 다르다"고 봤다.

KBS는 '역사스페셜'에서 거북선의 용머리가 선체 안팎으로 드나든다고 표현한 것과 용 머리의 목 부분을 생략한 부분, '불멸의 이순신'에서 왜장의 초승달 장식 투구 소품이나 발사된 포탄이 날아가는 장면을 카메라가 쫓는 연출 등이 모두 '창작적 표현 형식'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CG나 소품, 장면이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되는 '창작적 표현 형식'에 해당하는지를 봤고, 그 결과 "이 내용 모두 아이디어에 불과하거나 그 아이디어를 표현하면서 필수 불가결하거나 일반적 또는 전형적으로 사용하는 표현에 불과하다"며 KBS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한편, 해당 소송에 앞서 빅스톤픽쳐스는 2019년 3월 KBS 드라마 '임진왜란 1592'가 '명량'의 왜선 디자인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냈다. 1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이 나왔으나, KBS는 항소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