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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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5대 그룹의 한 계열사 간부가 하청업체에 가상화폐 채굴기를 가동하는 등 비리와 일탈을 저지르다 적발돼 퇴사한 사실이 알려졌다.

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기업의 지방 시설 관리 책임자였던 A씨는 2019년부터 작년 5월까지 3년간 매일 24시간 회사 전기를 도용해 가상화폐 채굴기를 가동했다.

A씨는 처음에는 가상화폐 채굴기를 한 대 가동하다 수개월 뒤 두 대로 늘렸다. 소음과 열이 발생하는 가상화폐 채굴기를 숨기기 위해 하청업체의 시설관리 기사들 방에 설치했다. 결국 이를 참지 못한 기사들이 지난해 회사에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비리가 발각됐다.

회사 감사팀은 A씨가 3년간 쉬지 않고 채굴한 가상화폐 이더리움의 가치가 3800만원이고, 그가 불법으로 사용한 전기료는 450만원으로 추정했다.

또 A씨는 관리 시설 안에 개인용 실내 골프연습장을 만들어 종종 밤늦은 시간까지 연습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야근하는 직원들 등에게 피해를 주기도 했다.

이밖에 회사 잔디를 떼내 자신이 묵는 집의 마당에 가져다 깔기도 했다. 또한 시설 공사를 할 때 현장 노동자들의 화장실 사용 비용을 따로 징수했는데, 이를 청소 담당 직원 계좌로 입금토록 했다. 회사 측은 이 돈이 소액인데다 누구에게 흘러 들어갔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A씨가 근무한 곳은 민간 소유지만 국가사업과 관련된 중요 시설이었다. 시설, 경비 등 분야별로 3개의 하청업체들을 두고 있어 A씨는 이들 업무의 최고 위치에 있었다. 회사 측은 지난해 인사위원회를 열어 A씨에게 무단 사용한 전기료를 물어내고 회사를 떠나도록 하는 권고사직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시설 기사들이 지난해 회사에 A씨에 대한 진정서를 낸 후 올해 재계약에 실패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확대됐다. 시설 측은 A씨의 비리를 수사 당국에 고발하고 계약 중단도 노동청에 신고한다는 방침이다. 시설 기사 B씨는 "가상화폐 채굴기가 매일 돌아가며 엄청난 소음과 함께 열이 발생해 실내 온도가 40도까지 치솟아 에어컨을 켜고도 지내기가 힘들었다"면서 "이런 내용에 대해 본사에 진정서를 낸 것이 재계약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해고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회사 측은 가상화폐 채굴기를 운영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면서도 A씨 일탈의 규모가 사회적으로 볼 때 미미하거나 매우 큰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회사 관계자는 "B씨의 재계약은 하청업체 소관으로 우리가 관여할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