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20만가구 퇴출?…이주대책 없인 주거난민 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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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반지하 둘러싼 논란
관악구 가족 참변 등 폭우 피해에
서울시 "20년 안에 반지하 없앨 것"
반지하 급격히 줄면 주거여건 더 악화
취약계층, 고시원·쪽방 등으로 이동
"저렴한 임대주택 마련 등 보완 필요"
낙후지 재개발땐 자연스럽게 사라져
관악구 가족 참변 등 폭우 피해에
서울시 "20년 안에 반지하 없앨 것"
반지하 급격히 줄면 주거여건 더 악화
취약계층, 고시원·쪽방 등으로 이동
"저렴한 임대주택 마련 등 보완 필요"
낙후지 재개발땐 자연스럽게 사라져
서울 반지하는 남북한 대치와 고도 산업화 시대의 복합 산물이다. 전시에 ‘벙커’로 사용할 수 있게 신축 주택은 반드시 포함하도록 1970년대 건축법이 개정되면서 등장하더니, 1980년대 사람들이 서울로 몰려들면서 거주 공간이 부족하자 용적률 제한에 포함되지 않는 보너스 공간으로 반지하의 법적 위상이 달라졌다. 1980년대 후반엔 다세대·다가구 건물도 반지하를 허용하면서 더욱 많은 반지하 주택이 지어졌다.
지난 50년간 반지하는 1인 가구 등 우리 사회 취약계층 서민들의 고단한 삶을 대변하는 상징물이었다. 추위, 더위는 물론 수해 등 자연재해 위험에 노출돼 있어 거주민들의 피해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 8~9일 기록적인 폭우로 관악구 반지하 주택에 살던 일가족 3명이 탈출하지 못하고 사망하는 비극도 발생했다.
서울시가 10일 폭우 피해 방지 대책의 일환으로 지하·반지하 주택에 아예 사람이 살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하면서 정책 실현 가능성이 도마에 올랐다. 20년 안에 아예 서울에서 지하·반지하 주택을 없애버리겠다는 게 이 대책의 핵심. 그러나 벌써부터 “20만 가구가 넘는 가구를 지상층으로 이주하게 할 현실적 유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건축법엔 반지하 주택 신규 건축허가를 제한하는 근거 규정이 존재한다. 2012년 개정된 건축법 11조에는 ‘상습적으로 침수되거나 침수가 우려되는 지역에 건축하려는 건축물의 지하층 등 일부 공간을 주거용으로 사용하거나 거실을 설치하는 것이 부적합하다고 인정될 경우’ 건축위원회 심의로 건축을 불허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건축허가 자체를 완전히 금지하는 규정이 아니다보니 그 이후에도 반지하 주택은 전국적으로 4만 가구 이상 건설됐다. 통계청 조사 결과 2020년 기준 서울 시내 지하·반지하 가구 수는 20만849가구로 전체 가구(398만2290가구)의 5% 수준이다.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올라오는 근로자나 사회초년생들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신림동 중개업소 관계자는 “당장 생활비를 고민해야 하는 반지하 취약계층에 지상층은 엄두를 내기 힘든 천국의 계단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서울시는 내부적으로 기존 반지하 세입자들의 주거 상향을 위해 일부 임대료를 지원하는 주거 바우처를 제공하거나, 거주민이 빠져나간 빈집을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를 통해 사들인다는 구상이지만 예산 확보 한계 등을 감안할 때 임대료 격차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주거용 반지하 신축 금지 방안도 실효성이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이미 2002년부터 주차장 확보를 의무화하면서 필로티(기둥공간) 구조가 느는 대신 반지하 구조 건물은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낙후지역 재개발 활성화를 통해 양질의 주택이 공급돼 자연스럽게 반지하 주택이 시장에서 퇴출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주거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방향성에는 찬성하지만 서울에만 20만 가구에 달하는 반지하 주택을 단시간에 줄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침수 지역의 반지하 주택은 금지하되 고지대 반지하는 일단 놔두고 차분하게 시장 원리에 따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정호/이현일 기자 dolph@hankyung.com
지난 50년간 반지하는 1인 가구 등 우리 사회 취약계층 서민들의 고단한 삶을 대변하는 상징물이었다. 추위, 더위는 물론 수해 등 자연재해 위험에 노출돼 있어 거주민들의 피해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 8~9일 기록적인 폭우로 관악구 반지하 주택에 살던 일가족 3명이 탈출하지 못하고 사망하는 비극도 발생했다.
서울시가 10일 폭우 피해 방지 대책의 일환으로 지하·반지하 주택에 아예 사람이 살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하면서 정책 실현 가능성이 도마에 올랐다. 20년 안에 아예 서울에서 지하·반지하 주택을 없애버리겠다는 게 이 대책의 핵심. 그러나 벌써부터 “20만 가구가 넘는 가구를 지상층으로 이주하게 할 현실적 유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20년 내 반지하 퇴출”은 비현실
서울시는 정부와 협의를 통해 주거 목적 용도의 지하·반지하를 전면 불허할 방침이다. 법 개정 추진에 앞서 25개 자치구에 건축허가 시 지하층은 주거용으로 허가하지 않도록 하는 ‘건축허가 원칙’을 전달했다. 기존 반지하 주택에는 일몰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기존에 허가된 주거용 지하·반지하 건축물에 10~20년 유예기간을 주고 순차적으로 없애 나간다는 구상이다. 거주 중인 세입자가 나간 뒤에는 더 이상 주거용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비주거용으로의 용도 전환도 유도할 방침이다.현행 건축법엔 반지하 주택 신규 건축허가를 제한하는 근거 규정이 존재한다. 2012년 개정된 건축법 11조에는 ‘상습적으로 침수되거나 침수가 우려되는 지역에 건축하려는 건축물의 지하층 등 일부 공간을 주거용으로 사용하거나 거실을 설치하는 것이 부적합하다고 인정될 경우’ 건축위원회 심의로 건축을 불허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건축허가 자체를 완전히 금지하는 규정이 아니다보니 그 이후에도 반지하 주택은 전국적으로 4만 가구 이상 건설됐다. 통계청 조사 결과 2020년 기준 서울 시내 지하·반지하 가구 수는 20만849가구로 전체 가구(398만2290가구)의 5% 수준이다.
○지상 이주는 ‘천국의 계단’
문제는 돈이다. 반지하 거주민에게는 당장 월 10만~20만원의 주거비 증가가 넘지 못할 현실의 벽이다. 반지하 주택이 밀집한 신림동·응암동·사당동에선 같은 건물 반지하와 지상층의 월세가 최고 2.5배 차이 난다. 월세 수준이 비슷하더라도 수천만~수억원의 추가 보증금이 들어가는 게 보통이다.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올라오는 근로자나 사회초년생들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신림동 중개업소 관계자는 “당장 생활비를 고민해야 하는 반지하 취약계층에 지상층은 엄두를 내기 힘든 천국의 계단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서울시는 내부적으로 기존 반지하 세입자들의 주거 상향을 위해 일부 임대료를 지원하는 주거 바우처를 제공하거나, 거주민이 빠져나간 빈집을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를 통해 사들인다는 구상이지만 예산 확보 한계 등을 감안할 때 임대료 격차를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강제 아닌 시장원리 해법 필요”
시장에선 반지하 주택을 급격하게 줄일 경우 도시 빈민들의 주거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요는 그대로인데 공급만 줄이면 저소득 주민들은 고시원·쪽방·비닐하우스로 이동할 수밖에 없어 이들의 주거 여건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노희순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 번에 반지하 주택 공급이 줄어들면 취약계층 주민들이 집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저렴한 임대주택을 마련하는 등 보완이 필수”라고 말했다.주거용 반지하 신축 금지 방안도 실효성이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이미 2002년부터 주차장 확보를 의무화하면서 필로티(기둥공간) 구조가 느는 대신 반지하 구조 건물은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낙후지역 재개발 활성화를 통해 양질의 주택이 공급돼 자연스럽게 반지하 주택이 시장에서 퇴출되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주거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방향성에는 찬성하지만 서울에만 20만 가구에 달하는 반지하 주택을 단시간에 줄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침수 지역의 반지하 주택은 금지하되 고지대 반지하는 일단 놔두고 차분하게 시장 원리에 따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이정호/이현일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