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직입니다. 폭우로 2분을 지각해 죄송하다고 인사하면서 들어왔는데 회사에 놀러 다니냐고 소리를 지르면서 시말서를 제출하라고 했습니다." 이달 폭우로 출퇴근에 어려움을 겪었던 직장인 A씨의 말이다.

지난 8일 수도권에 폭우가 내렸을 때 행정안전부는 공공기관 출근 시간을 오전 11시 이후로 조정하도록 했다. 민간기업에도 출근 시간 조정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대부분의 직장인은 9시 출근에 맞추기 위해 평소보다 더 일찍 서둘러 집을 나서야 했다.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6월 10일부터 16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출퇴근과 관련해 설문을 진행한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설문 결과 직장까지 출퇴근 시간이 1시간 이상 걸리는 사람은 전체 응답자 중 17.6%로 집계됐다. 이들 가운데 인천·경기 거주자가 29.1%로 가장 높았고, 서울 거주 직장인도 22.1%가 출퇴근에 1시간 이상 걸린다고 응답했다.

수도권 거주 직장인의 대다수는 출퇴근에 30분에서 1시간 미만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거주자의 52.1%, 인천·경기 거주자의 41.5%가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인 5명 중 1명(20.4%)은 출퇴근 중에도 일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규직(17.3%)보다는 비정규직(25.0%) 근로자의 출퇴근 업무 비중이 더 높았다. 사무직과 영업직 등 일부 직원들은 출퇴근 시간에도 고객 통화와 민원 처리 등의 업무를 하는 것이다.

응답자들 65.2%가 출퇴근 시간에 대한 보상이나 배려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30대(71.4%)가 50대 이상(60.6%)보다, 생산직(73.3%)이 사무직(61.8%)보다, 일반사원(69.3%)이 관리직(53.8%)보다 보상이나 배려의 필요를 더 크게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기대와는 달랐다. 일부 회사가 출퇴근 시간 준수를 과도한 인사 평가 기준으로 삼는다는 제보가 잇따랐다.

직장인 B씨는 직장갑질119에 "대중교통 지연, 지문 인식 오류 등으로 1분이라도 지각하면 경위서를 작성해야 하고 연말 평가에서도 인사에 반영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인가"라고 했다.

일부에선 지각을 1회 하면 반차 차감, 2회 하면 연차를 차감한다는 제보도 제기됐다.

직장갑질119는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근무시간을 지키는 것은 노동자와 회사의 약속이라 정시에 출근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각은 직원 평가의 기준이 될 수 있고 잦은 지각은 징계의 원인이 될 수도 있지만 지각을 이유로 시말서를 강요하면 직장 내 괴롭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또 "지각, 조퇴, 결근은 해당 시간만큼 월급에서 공제하는 것이 원칙이지, 지각 횟수로 연차를 차감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덧붙였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