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관광객을 대상으로 인기 지역 맛집 줄서기를 대신해주는 신종 알바가 중고거래 플랫폼 등을 통해 성행하고 있다. SNS ‘먹방’ 등에 힘입어 제주, 강릉, 경주 등 주요 관광지에 2~3시간은 기다려야 먹을 수 있는 전국구 인기 맛집이 급증하면서 덩달아 생겨난 새로운 트렌드다.

현장을 찾아 직접 줄서기를 하는 일반 관광객의 대기시간이 더 늘어나는 등의 불편을 겪는 일이 증가하자 ‘암표’처럼 단속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연휴 첫날인 지난 12일 한모씨(29)는 친구 세 명과 함께 제주 맛집 여행을 떠났다. 유명 돈가스 맛집을 목표로 떠난 여행이었지만 한씨는 연휴 3일 동안 맛집 예약에 실패했다. 그는 “제주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예약 대리 알바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1초 사이에 전석이 마감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제주 인기 맛집은 전날 밤부터 예약앱을 통해 대기 신청을 받고 있는데 대부분 눈 깜짝할 사이 마감된다. 제주도민 사이에선 대학교 수강신청보다 돈가스, 삼겹살 맛집 예약이 더 어렵다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일각에서는 예약 대행 서비스 판매자들이 불법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주에 살고 있는 안모씨(30)는 “인터넷에 조금만 검색해봐도 매크로 프로그램 판매자를 찾을 수 있다”며 “프로그램 가격도 비싸지 않아 예약 대행 몇 번만 돌리면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지역 관광지 맛집에 대신 줄을 서준다거나 예약을 해준다는 글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온다. 15일 기준 예약 앱 대리는 5000원에서 1만원, 대신 줄서기는 3만원에서 5만원 선에 거래됐다. 한 예약 앱 대리 서비스 판매자는 “예약 성공률 99%를 보장한다”며 “의심하는 사람이 많아 후불제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맛집 사장들은 늘어나는 ‘대리 웨이팅족’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웨이팅 키오스크 기계를 도입했는데 대리 웨이팅족을 가려내는 데 인력이 또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게 앞에서 직접 기다리거나 예약을 수십 번 시도했는데 실패한 손님들의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강원에서 닭갈비집을 운영하는 이모씨(47)는 “직접 예약하지 않은 사람들을 가려내기 위해 예약증이 캡처본인지 손으로 눌러 확인하고 있다”며 “요즘에는 아이디 자체를 빌려준다는데 이런 손님들은 직접 예약했는지 확인할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