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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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 예산안에서 6000억원 규모의 ‘지역화폐’ 예산을 전액 삭감하자 경기도 등 주요 지방자치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지역화폐를 주민복지 차원에서 최대 10%까지 할인 판매하는 지자체가 적지 않은데 내년부턴 이런 혜택이 완전히 사라질 위기에 내몰렸다는 분석이다. 지역화폐 유통 사업에 수천억원을 투자한 플랫폼 업체도 ‘패닉’에 빠졌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31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도정 열린회의’에서 “지역화폐는 소상공인의 매출 증가와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해왔다”며 “정부가 내년 지역화폐 국비를 없앤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지역화폐는 전국 230여 개 지자체가 지역 내 소비를 늘리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종이 형태 혹은 전자화폐 형태로 구매 시 현금 이상의 지역화폐를 얹어주거나 가맹점에서 결제하면 일정 비율을 깎아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각 지자체는 지역화폐 가맹점에 매출 기준 등을 둬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매장에서 사용될 수 있게 유도해왔다.

정부의 지역화폐 예산은 급감하고 있다. 작년 1조522억원이던 지역화폐 국비 예산은 올해 6050억원으로 줄었고, 내년엔 0원이 된다. 지자체의 지역화폐 인센티브 비용은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절반 정도씩 냈다. 국비가 없어지면 평균 6% 수준인 지역화폐 인센티브 비율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게 지자체들의 설명이다. 인센티브가 없으면 소비자의 사용 유인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기도가 가장 먼저 목소리를 높이고 나선 것은 도 산하 31개 시·군이 전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지역화폐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가 올해 계획한 지역화폐 발행액은 약 5조원으로 전국 발행 물량 17조5000억원의 28%에 달한다. 전국 지역화폐 발행액은 2018년 3000억원대에서 2020년 9조5642억원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20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최근엔 추석을 앞두고 전국 지자체들이 소상공인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할인율을 10%까지 높이기도 했다.

정부 지원 축소로 지역화폐 사업은 존폐 위기에 내몰릴 전망이다. 경기도 일부 지자체와 인천시 등은 이미 예산 부족으로 할인율을 축소했다. 인천·대전시에선 6·1 지방선거 이후 당선된 새 단체장이 지역화폐 축소를 예고하기도 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역화폐의 주 사용처인 전통시장 등 지역 상권 소상공인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지역화폐 사업에 수천억원을 투자한 결제 플랫폼업계도 위기다. 지역화폐 운영은 신용카드 등 결제 플랫폼을 보유한 민간업체가 맡는다. 지자체가 사업 공고를 내면 민간 업체들이 입찰하는 방식이다. 운영 업체는 지역 화폐 사용 수수료로 이익을 얻는 구조다. 지역화폐 결제 플랫폼 시장의 약 70%를 점유하고 있는 코나아이는 지난 4년간 지역화폐 인프라 구축에 10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지난해 매출 1945억원의 절반을 지역화폐 사업에서 얻었다. KT는 울산, 세종, 칠곡 등 7개 지자체에서, 일부 지역은 지역 은행들이 운영을 맡고 있다.

국회 심의에서 예산이 부활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김 지사는 “정부가 이번에 지역화폐 예산 과목조차 없애 국회 심의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며 “국회의원들이 지역화폐의 취지에 공감해 예산을 반영하도록 나서달라”고 말했다.

수원=김대훈/민경진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