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일상생활 지장 없어"…2심 "정신질환이 범행에 영향"
살인미수 그친 묻지마 범행…심신미약 두고 엇갈린 판단
일면식 없는 피해자를 위험한 물건으로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50대가 법정에서 주장한 심신미약을 두고 1·2심 법원의 판단이 엇갈렸다.

1심은 피고인의 정신병력 치료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일상생활에 특별한 문제가 없었던 점 등을 근거로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2심은 피고인이 성경, 사탄, 악귀 등을 거론하며 이상증세를 보였던 점을 토대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봤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황승태 부장판사)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51)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2월 6일 아침 강릉에서 끝이 뾰족한 물건으로 B씨 몸을 마구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범행 당시 심신상실 또는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강릉지원은 A씨가 2011년 12월 정신장애 3급 판정을 받았고, 2009∼2015년 조현병 등으로 여러 차례 입원 치료를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퇴원 후 범행 전까지 6년간 일상생활에 특별한 문제가 없었던 점 등을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다.

살인미수 그친 묻지마 범행…심신미약 두고 엇갈린 판단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정도는 아니었으나 미약한 상태에는 있었다고 판단했다.

2016년부터 정신과 약을 제대로 먹지 않고 치료에 응하지 않은 점과 A씨 집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와 문장이 나열된 메모들이 발견된 점을 근거로 들었다.

또 A씨가 '귀신이 나온다'는 등 이상한 말을 한 적이 있던 데다 정신과 약을 오랫동안 먹지 않아 조현병이 더 심해진 것 같다는 가족 의견에 더해 실제로 A씨가 낸 항소이유서에 성경, 사탄, 악귀 등을 썼던 것도 심신미약 판단 이유로 삼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은 심신장애에 관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피고인은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고, 정신질환 등이 범행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반사회적 행동에 대해 강력한 형사처벌도 분명 필요하겠지만, 정신질환 치료가 더 시급하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