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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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간 동안 서 있다가 5분 카운터 앞에 쪼그려 앉았는데, 전화가 오더라고요."

프랜차이즈 제과제빵점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아르바이트생 A 씨가 "소름이 돋았다"고 밝힌 사건이다. A 씨는 이 일로 사장님이 매장 내 CCTV를 통해 실시간으로 직원들을 감시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A 씨는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어느 날 저 혼자 일을 하던 도중 빵 정리를 끝내고 할 일이 없어 평소 6시간 동안 서 있는 것을 생각하며 잠시 카운터 앞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며 "(쉰 지) 5분도 지나지 않았을 때 사장님이 빵을 만드는 다른 직원에게 전화를 걸어 '아르바이트생 앉아 있지 못하게 하라'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이에 사장님이 CCTV를 통해 직원들을 감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A 씨는 "소름이 돋기 시작하면서 여러 가지로 기분이 나빴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사장님을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물었다.

네티즌들은 우선 사장님의 CCTV 시청이 과연 A 씨 주장대로 감시에 해당하는지, '관리'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부당한 감시라고 주장한 네티즌들은 "아르바이트생 스트레스받게 뭐 하는 건가", "요즘 쉴 때 못 앉게 하는 곳이 아직도 있나", "애초에 CCTV 목적을 생각해야 한다", "엄연한 불법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에 "감시가 아니라 도난 방지 목적으로 보는 거면 말이 달라지지 않겠나", "감시 안 하면 휴대폰만 보고 있을 듯", "막상 사업하면 CCTV 볼 수밖에 없다" 등의 의견이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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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사용자가 CCTV를 통해 근로자의 근태를 감시한다면 처벌이 가능할까.

개인정보보호법 제25조 제1항에 따르면 CCTV 설치·운영은 특정 사유가 있을 경우에만 공개된 장소에서 가능하다. 여기서 말하는 특정 사유는 ▲법령에서 구체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경우 ▲범죄의 예방 및 수사 ▲시설 안전 및 화재 예방 ▲교통단속 ▲교통정보의 수집·분석 및 제공을 위한 경우로 엄격히 제한된다. 이외의 목적으로 CCTV를 설치·운영할 경우 5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즉, 사용자는 근로자의 근태 감시를 목적으로 CCTV를 설치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근로자는 CCTV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무사와 변호사 등 노동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CCTV 관련 피해 제보 사례 중, 감시로 인한 스트레스로 공황장애를 겪거나 화장실을 제대로 가지 못해 방광염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었다. 직장갑질119는 "과거와 달리 CCTV 가격이 저렴해지고 최근에는 스마트폰 앱만 깔면 24시간 감시할 수 있는 CCTV도 보급되면서 CCTV가 직원을 감시하고 약점을 잡아 해고하려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천국이 전국 아르바이트생 2975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8.3%는 직원(아르바이트생) 관리 목적의 CCTV가 설치돼 있다고 답했다. 71.2%는 CCTV 때문에 감시당하는 느낌을 받은 적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CCTV를 통해 업무 지적을 받은 경험이 있는 응답자도 45.9%에 달했다.

직장갑질119 김하나 변호사는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사용자가 사업장 내에 근로자를 지켜보거나 감시할 목적으로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설치·운영하는 것을 명확히 금지해야 한다"며 "CCTV로 수집된 정보를 이용해 근로자에게 인사상 불리한 처우를 할 수 없도록 하고, 노동 감시 문제가 불거지면 사용자가 '감시하지 않았다는 점'을 직접 입증하도록 증명 책임을 부여하는 규정을 신설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