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이 산재 책임지는 사업장 범위는…" 첫 법원 판단 살펴보니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경 CHO Insight
김동욱 변호사의 '노동법 인사이드'
김동욱 변호사의 '노동법 인사이드'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가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일하는 자신의 근로자들에게 발생한 산업재해에 대해 책임을 부담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다만 그 책임이 수급인 근로자에 대해서도 일부 확대되어 있었다. 즉, 구 산업안전보건법(2020. 1. 16. 법률 제17,433호로 개정되기 이전의 것)은 도급인이 자신의 사업의 일부를 분리해 도급을 주었고 그 도급이 같은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경우에는 도급인에게 자신의 사업장에서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에게 발생한 산업재해에 대해서도 책임을 부담시키고 있었다(제29조 제1항).
그런데 위와 같은 도급인의 책임범위가 너무 협소하다는 비판이 있었고, 이에 2020. 1. 16.부터 시행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도급인 책임을 확대하였는데, 그 중 하나가 도급인 사업장을 확대하는 것이었다. 즉 형식적으로는 도급인 사업장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도급인이 제공하거나 지정한 경우로서 도급인이 지배·관리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소'까지도 도급인 사업장으로 포함시킨 것이다(산업안전보건법 제10조 제2항).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도급시 산업재해예방 운영지침’이라는 행정해석을 통해, '도급인이 해당 장소의 유해·위험요인을 인지하고 이를 관리·개선하는 등 통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해석하면서도, 각 예시를 통해 도급인의 사업장의 범위를 상당히 넓히는 해석론을 전개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입법되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은 도급인 사업장에 관한 규정을 차용하여 도급인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장소에 대해서는 도급인의 경영책임자가 책임을 부담하게 하였고, 그 범위가 매우 애매하여 법적인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하급심 법원은 수급인이자 자회사인 회사가 운영하는 공장 내에서 발생한 산재사망사고에 대해서 도급인인 모회사가 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도급인 사업장의 의미에 대한 해석을 내놨다.
해당 사안의 모회사 사업장과 자회사 사업장은 같은 공장 부지에 위치하고 있어 공장 부지에 진입하려면 공장 정문을 통과해야 했고, 도급인 근로자들과 수급인 근로자들은 공히 공장 정문을 통해서 출퇴근을 했다. 그러나 해당 공장 부지에 들어가면 모회사와 자회사의 각자 사용하는 부지가 구별되어 있고 해당 부지 사이에 바리케이트가 설치되어 있어 양 회사의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가 없었다. 모회사 직원들이 자회사가 사용하는 부지에 들어가려면 바리케이트에 설치된 통신시설을 통해 자회사의 승인을 받은 후에 들어갈 수 있었고, 반면 자회사 임직원들은 출입카드를 통해 자유롭게 왕래를 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자회사는 해당 부지를 무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시장가에 따라 수십억의 임차료를 모회사에 지급하고 사용하고 있었다. 공장 부지에는 하나의 공장 건물이 있었는데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일한 건물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모회사와 자회사가 사용하는 건물의 각 부분은 견고한 벽체로 구분되어 있었으며 자회사는 건물에 대해서도 임차료를 지급하고 사용하고 있었다.
한편 자회사는 생산을 위해 많은 설비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해당 설비는 모두 자회사의 소유였다. 모회사와 자회사는 각 사용 공간에 대한 전기료 등 공과금도 각자 부담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회사가 사용하는 공간에서 자회사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였고, 고용노동부는 해당 중대산업재해가 도급인인 모회사 사업장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하면서 모회사의 공장장을 처벌하려고 하였고, 모회사에 대한 감독을 진행하였다. 그러나 검찰은 해당 공간을 도급인 사업장으로 보기 어렵다고 하여 불기소의견이었다.
그럼에도 고용노동부는 여전히 해당 공간이 도급인 사업장이라는 전제에서 감독 결과 나타난 위반사항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면서,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에 부과하는 수준의 가중된 과태료를 부과하였다. 이에 모회사인 도급인은 수급인인 자회사의 사업장은 도급인의 사업장이 아니라므로, 자신의 사업장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이라는 전제에서 가중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하면서 과태료에 대한 불복절차를 진행하게 되었다.
과태료 재판은 일반적인 경우와는 달리 현장검증을 포함한 수 차례의 심문기일이 진행되었다. 이는 재판부도 해당 재판이 단순히 과태료의 액수를 다투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 사업장에 대한 해석론, 더 나아가 중대재해처벌법상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의 해석론이 있음을 인식하였기 때문이었다.
상당 기간의 심리 끝에 재판부는, 부지 및 건물에 관하여 상당한 임차료를 지급하고 임차하여 사용하고 있는 점, 공장 부지는 같지만 별도의 출입구와 벽체 등 사업장의 경계가 명확하고 상호 왕래도 자유롭지 않은 점, 생산 설비 일체를 수급인이 직접 소유·관리하는 점, 시설 관리 및 사업 운영 역시 독립적으로 이루어지는 점, 사망사고로 자회사 임직원만 처벌을 받았고 모회사 공장장은 처벌을 받지 않은 점등을 종합할 때,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수급인 사업장은 도급인 사업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은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 사업장에 대한 해석론이 불분명하고 고용노동부 해석이 지나치게 넓은 상황에서 해당 쟁점에 대해 판단한 최초의 법원의 입장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또한 이러한 입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의 해석에 있어서도 유용한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노동그룹장/중대재해대응센터장
그런데 위와 같은 도급인의 책임범위가 너무 협소하다는 비판이 있었고, 이에 2020. 1. 16.부터 시행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도급인 책임을 확대하였는데, 그 중 하나가 도급인 사업장을 확대하는 것이었다. 즉 형식적으로는 도급인 사업장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도급인이 제공하거나 지정한 경우로서 도급인이 지배·관리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장소'까지도 도급인 사업장으로 포함시킨 것이다(산업안전보건법 제10조 제2항).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도급시 산업재해예방 운영지침’이라는 행정해석을 통해, '도급인이 해당 장소의 유해·위험요인을 인지하고 이를 관리·개선하는 등 통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해석하면서도, 각 예시를 통해 도급인의 사업장의 범위를 상당히 넓히는 해석론을 전개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입법되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은 도급인 사업장에 관한 규정을 차용하여 도급인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장소에 대해서는 도급인의 경영책임자가 책임을 부담하게 하였고, 그 범위가 매우 애매하여 법적인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하급심 법원은 수급인이자 자회사인 회사가 운영하는 공장 내에서 발생한 산재사망사고에 대해서 도급인인 모회사가 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에서 도급인 사업장의 의미에 대한 해석을 내놨다.
해당 사안의 모회사 사업장과 자회사 사업장은 같은 공장 부지에 위치하고 있어 공장 부지에 진입하려면 공장 정문을 통과해야 했고, 도급인 근로자들과 수급인 근로자들은 공히 공장 정문을 통해서 출퇴근을 했다. 그러나 해당 공장 부지에 들어가면 모회사와 자회사의 각자 사용하는 부지가 구별되어 있고 해당 부지 사이에 바리케이트가 설치되어 있어 양 회사의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가 없었다. 모회사 직원들이 자회사가 사용하는 부지에 들어가려면 바리케이트에 설치된 통신시설을 통해 자회사의 승인을 받은 후에 들어갈 수 있었고, 반면 자회사 임직원들은 출입카드를 통해 자유롭게 왕래를 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자회사는 해당 부지를 무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시장가에 따라 수십억의 임차료를 모회사에 지급하고 사용하고 있었다. 공장 부지에는 하나의 공장 건물이 있었는데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일한 건물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모회사와 자회사가 사용하는 건물의 각 부분은 견고한 벽체로 구분되어 있었으며 자회사는 건물에 대해서도 임차료를 지급하고 사용하고 있었다.
한편 자회사는 생산을 위해 많은 설비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해당 설비는 모두 자회사의 소유였다. 모회사와 자회사는 각 사용 공간에 대한 전기료 등 공과금도 각자 부담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회사가 사용하는 공간에서 자회사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였고, 고용노동부는 해당 중대산업재해가 도급인인 모회사 사업장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하면서 모회사의 공장장을 처벌하려고 하였고, 모회사에 대한 감독을 진행하였다. 그러나 검찰은 해당 공간을 도급인 사업장으로 보기 어렵다고 하여 불기소의견이었다.
그럼에도 고용노동부는 여전히 해당 공간이 도급인 사업장이라는 전제에서 감독 결과 나타난 위반사항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면서,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에 부과하는 수준의 가중된 과태료를 부과하였다. 이에 모회사인 도급인은 수급인인 자회사의 사업장은 도급인의 사업장이 아니라므로, 자신의 사업장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이라는 전제에서 가중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하면서 과태료에 대한 불복절차를 진행하게 되었다.
과태료 재판은 일반적인 경우와는 달리 현장검증을 포함한 수 차례의 심문기일이 진행되었다. 이는 재판부도 해당 재판이 단순히 과태료의 액수를 다투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 사업장에 대한 해석론, 더 나아가 중대재해처벌법상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의 해석론이 있음을 인식하였기 때문이었다.
상당 기간의 심리 끝에 재판부는, 부지 및 건물에 관하여 상당한 임차료를 지급하고 임차하여 사용하고 있는 점, 공장 부지는 같지만 별도의 출입구와 벽체 등 사업장의 경계가 명확하고 상호 왕래도 자유롭지 않은 점, 생산 설비 일체를 수급인이 직접 소유·관리하는 점, 시설 관리 및 사업 운영 역시 독립적으로 이루어지는 점, 사망사고로 자회사 임직원만 처벌을 받았고 모회사 공장장은 처벌을 받지 않은 점등을 종합할 때,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한 수급인 사업장은 도급인 사업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은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 사업장에 대한 해석론이 불분명하고 고용노동부 해석이 지나치게 넓은 상황에서 해당 쟁점에 대해 판단한 최초의 법원의 입장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또한 이러한 입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의 해석에 있어서도 유용한 단초를 제공한 것으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김동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노동그룹장/중대재해대응센터장